“손님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은행을 나설 때 직원들의 깎듯한 인사를 접하고 괜스레 멋적어질 때가 있다. 냉큼 돌아서서 ‘수고하세요’라고 답하기엔 내친 걸음이 아깝고, 그렇다고 그냥 가기엔 뭔가 찜찜한.

하나은행 당진지점의 조경숙(29세), 이미성(23세), 인회영(22세) 행원. 이들도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한결같은 인사를 건네 온 고운 목소리의 주인공들이다.

“웃는 얼굴과 밝은 인사는 기본이에요. 하지만 웃는 표정의 이면은 얼마나 고무줄처럼 팽팽히 긴장돼 있는데요. 숫자, 특히 돈을 다루는 일은 한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을 뿐더러 매달 모니터 요원들이 전 지점을 돌며 행원들의 ‘친절’ 평가를 하기 때문에 1초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어요.”

환하고 밝은 미소 뒤에 늘 팽팽한 긴장의 끈을 부여잡고 있어야 하는 이들. 그러나 365일 긴장의 연속인 직장생활의 고충을 전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표정은 밝기만 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드나드는 은행창구. 그래서 기억에 남는 고객들도 많다.

“재래시장이 인접해 있어 오후께면 동전만 한 뭉치씩 들고 오는 분들이 있어요. 연말정산 때는 정말이지 표정관리하기 힘들죠.”

입사 2년차인 이미성씨는 이 관리(?)를 잘한 덕에 지난해 6월 전 지점을 대상으로한 ‘이 달의 우수직원’으로 뽑혔다. 한 고객이 10만원에 달하는 동전 뭉치를 들고 이씨의 창구를 찾았을 때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지폐로 교환해주는 장면을 지나가던 모니터 요원이 눈여겨본 것. 10만원어치의 동전이라니, 보통 사람의 인내심으로 불가능에 가까워도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다.

환한 조명 아래서 세련된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미인(?) 여직원에게는 남자 고객들의 짓궂은 장난도 비일비재하다. 사내 막내 격인 인회영씨는 앳되 보이는 외모탓에 자주 이런 일을 겪는다.

“창구에 와서 슬그머니 선물을 놓고 가는 사람도 있고 입·출금 내역서에다 ‘차한잔 하자’는 글씨를 적어놓고 가는 사람도 있어요. 고객들의 애교 같이 생각돼서 즐거운 마음이 더 큰 걸요.”

은행경력만 10년째인 조경숙씨는 인회영씨와 이미성씨가 닮고 싶은 인물 제 1호다.

얼마전 조씨가 출산휴가 때문에 석달가량 자리를 비웠을 때도 창구에서 그녀를 찾으며 안부를 묻는 고객들이 많았다.

“그 얘기를 듣고 눈물이 찔끔날 만큼 기쁘더라구요. 먼길을 저하나 보고 찾아와 주는 고객이 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끼죠.”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정해진 퇴근 시간도 없이 일해야 하는 행원들에게 있어 가장 보람된 순간은 조씨의 말대로 고객들이 반응이 보일 때이다.

짝사랑의 해바라기도 아닐진대, 무표정의 고객들을 향해 한없이 웃음 짓는 이들 행원들에게 한번쯤은 방긋 웃음 지어주는 건 어떨까. ‘고마와요. 수고하세요’란 인사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