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당진시대가 참여하고 있는 바른지역언론연대에서 1997년 미국연수, 1999년도 유럽연수에 이어 세번째로 해외연수에 나섰다.
연대 자문위원인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섭외와 안내로 당진시대에서는 최종길 발행인과 손은영 편집차장, 유종준 기자가 참여한 가운데 8박9일동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채플 힐과 스미스필드, 제블론, 랄리, 캐리 등의 지역과 신문사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3회에 걸쳐 미국 방문기를 연재한다.
1. 미국의 지역신문
2. 미국의 지방자치
3. 미국인의 생활문화
몸에 배인 친절함과 따뜻함, 그리고 풍요뒤의 무절제
매일의 강행군에 지친 연수단 일행은 저녁 늦게 맥주를 한잔 하면서 간단한 평가와 함께 하루동안 쌓인 피로를 풀곤 했다.
대개는 저녁 때쯤 가까운 마트에서 맥주와 과일, 간단한 아침 식사거리를 샀는데 한번은 전체일정 주선과 통역을 맡았던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의 동행없이 일행 몇명이 차를 몰고 길을 나선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미국의 도로가 낯설었는지 어둠 속에서 그만 길을 잃고 고속도로로 통하는 일방통행 도로로 들어서게 됐다. 그대로 직진하게 되면 고속도로로 접어들어 길을 찾기가 더욱 어렵다고 판단한 일행은 차량의 이동이 뜸한 틈을 타 느린 속도로 일방통행 도로의 갓길을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앞쪽에서 차량의 불빛이 우리 쪽을 향하더니 바로 앞에 멈추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경찰 순찰차였다.
당황해 하는 일행 앞에 이윽고 건장한 체격의 흑인 경찰 한명과 백인 경찰 한명이 모습을 나타냈다. 그동안 영화나 TV 드라마를 통해 묘사되는 미국 경찰은 대부분 거칠고 폭력적이었기 때문에 순간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러나 의외로 경찰관들은 의사소통이 불명확한 가운데서도 길을 잃었음을 알아채고는 순찰차를 몰고 친절하게 숙소까지 안내해 줬다. 일행이 순찰차를 따라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흔히 자본주의와 산업화가 진척될수록 인간의 정이 메말라 간다고들 한다. 그러나 미국 현지에서 느끼는 따뜻함과 친절함은 우리의 편견을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따뜻함과 친절함은 가는 곳 어디에서나 느낄 수 있었다.
따뜻함과 친절함 “실례합니다”
미국인들에게서 느끼는 따뜻함과 친절함은 특히 인사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연수기간 동안 가까운 곳에서 마주치는 미국인들은 예외없이 인사말을 건넸다. 아침 일찍 산책나온 우리에게도 그곳 주민들은 인사말을 전했으며 차를 타고 지나가며 횡단보도에서 마주쳤을 때도 손을 들어 인사했다. 나중에는 눈을 마주치기도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또한 바쁜 생활 속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작은 불편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것 같은 경우에는 ‘실례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 말속에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의 개인주의와 합리주의 전통이 압축돼 있는 듯 했다. 마치 “나도 당신에게 피해를 안줄 테니 당신도 나에게 피해를 주지 마라”는 것처럼 느껴졌다.
집단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문화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무척 낯설게도 느껴졌는데 한편으로 이러한 개인주의와 합리주의는 현재의 미국사회를 발전시킨 원동력이었다.
야구장에서 가족과 함께
미국인들의 정서와 문화를 좀더 가깝게 느끼고 싶던 연수단 일행은 제블론 타운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프로야구라고는 박찬호나 김병현이 등판하는 메이저리그만을 연상했던 우리는 처음으로 마이너리그 더블A의 경기를 관람하게 됐다.
마이너리그이기 때문인지 관객 수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홈팀인 노스캐롤라이나 머드캣 팀을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열기만은 메이저리그 못지 않았다. 특히 미국의 프로야구장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여가의 장이었다. 미국인들은 가족과 함께 경기장 곳곳에서 파는 핫도그와 음료수로 저녁식사를 대신하고 경기에 빠져들었다.
프로야구는 경기 뿐만 아니라 갖가지 이벤트 행사도 함께 펼쳐져 한편의 축제를 관람하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특히 노스캐롤라이나 머드캣의 마스코트인 ‘몰리’는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몰리’는 경기 도중 틈틈이 갖가지 선물을 관람석의 어린이들에게 나눠주며 분위기를 돋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자칫 단조롭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야구경기를 그들은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오락으로 탈바꿈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아무리 9회말 투 아웃이라고 해도 안타 하나로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야구경기의 특징과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던 갖가지 야구 이벤트는 미국인들의 성격을 잘 대변해주고 있었다.
소수인종의 저임금 위에서
거대하고 풍요로운 미국사회에는 그에 못지 않은 그늘이 있었다. 식당이나 상점, 호텔 등에서 궂은 일을 맡아 하는 종업원들의 상당수는 히스패닉계나 아시아계 사람들이었다.
이번 연수를 함께 한 언론재단 김택환 박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사회에서는 앵글로 색슨계 백인이 최상류층에 있고 독일, 프랑스 등 유럽계가 중상류층을 구성하며 흑인이 그 다음을 차지한다고 한다. 히스패닉과 아시아계는 거의 하류층에 속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소수 인종들의 저임금 노동력이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김 박사는 밝혔다.
신문 톱기사에 오른 고등학교 총기사고
미국에서 총기로 인한 사고는 심각한 사회문제였다. 연수단 일행이 스미스 필드 헤럴드 신문사을 방문했을 때 발행된 신문의 1면 톱 기사는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사고에 관한 소식이었다. 고등학생 1명이 2명의 학우를 총기로 살해하고 자살한 끔찍한 사고였다.
이러한 위험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특히 공공건물 유리벽에 표시된 총기의 반입을 금지하는 안내문구는 우리들의 눈에 다소 이색적으로 비쳐졌다.
또한 자치단체를 방문했을 때 만난 경찰서장들은 한결같이 권총으로 무장하고 있어 총기로 인한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경찰서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직접 무장을 해야 할 정도로 총기로 인한 위험은 심각한 사회문제였다.
풍요의 뒤에는 무절제와 비만
미국에서 느꼈던 문제점 중의 하나는 비만문제였다. 우리나라에서 느끼는 비만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거대한 체형의 사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번 연수를 함께 한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는 비만인구가 전체인구의 60%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비만문제는 육류위주의 식단에서 주로 비롯됐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연수단 일행도 미국에서 주로 햄버거로 식사를 해결했는데 상당한 곤욕이었다.
햄버거로 대표되는 과도한 육류위주의 식단은 비만을 불러오고 따라서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육류공급을 위한 대규모 축산업은 그만큼의 축산폐수를 배출시킬 수밖에 없어 각종 수질 및 대기오염을 야기한다.
육류위주의 식단 뿐만 아니라 음식 쓰레기 처리도 큰 문제로 비쳐졌다. 먹는 만큼 많은 음식쓰레기가 나왔고 이를 분리수거하지 않고 그대로 다른 쓰레기와 함께 버렸다.
물론 미국은 풍요롭고 편리했다. 그러나 그러한 풍요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자연이 많이 파괴되는 것 아닌가 우려스러웠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오염원을 배출하면서 교토 환경협정의 비준을 거부하는 미국정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찬란한 광채로 빛나는 나라 미국, 그러나 그 눈부신 광채의 이면에는 짙게 드리워진 그늘이 있었으며 이는 오랫동안 발전을 거듭해 온 시민사회에게 마지막으로 부여된 과제라고 감히 말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