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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타 없어진 여고시절, 그때가 그리워"

사진 속으로 추억 속으로

"불에 타 없어진 여고시절, 그때가 그리워"

안추자 원당마을아파트 부녀회장

2004년 12월 당진시대 게재

전기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고 겨우 목숨만 건질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화마(花馬)와 함께 사라진 추억들. 그 안에는 오렌지처럼 상큼했던 나의 여고시절도 들어있었다. 화마가 가져간 추억에 대한 아쉬움은 앨범을 넘기는 이 순간에도 타고 남은 재(滓)와 같은 흔적으로 남아있다. 이 나이쯤 되면 빛바랜 사진들이 수두룩할 만도 하건만 이러한 이유로 나의 앨범에는 빛바랜 사진이 별로 없다. 그러나 몇 장의 사진 없이도 꿈 많았고 순수했으며 아름다웠던 그 시절로 언제든 드나들 수 있다. 마음에 담긴 추억만큼은 화마도 가져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1

첫번째 사진은 청주여고 시절 단짝친구였던 이민호(63)·이소자(63)가 집으로 병문안 왔을 때의 모습이다. ‘삼총사’라 불리울만큼 가까웠던 친구들이다. 우리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고 결혼 이후에도 만남을 계속했다. 하지만 지금은 ‘찾고 싶은 친구’가 되고 말았다.

#2

두번째 사진은 두 여동생(안규자(좌)·안규옥(우))과 찍은 사진이다. 2남4녀 중 장녀였고 어머니가 사업을 하느라 두 여동생을 돌보는 일이 많았다. 가끔 동생들은 나에게 “언니가 언제 우리를 키웠냐?”라고 따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나에겐 행복이다.

한복차림의 살찐 얼굴을 한 세번째 사진은 막내아들 박태영(35)을 임신했을 때 찍은 사진이다. 남편(박상규, 67)과 스물여덟에 결혼해 2남2녀를 두었다. 나의 남편은 내가 화를 내면 같이 화내지 않고 잠시 자리를 피하곤 한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큰 싸움 없이 지금껏 생활하고 있다(웃음)^^.

#3

네번째 사진은 명동성당에 다니며 밀알회 봉사활동을 할 때 소록도에서 김수환 추기경과 찍은 사진이다. 여고시절 막연했던 ‘봉사’에 대한 참의미를 깨달았던 시기였다.

남의 추억얘기가 얼마나 재미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송구스럽기 그지없다. 오늘처럼 먼지 묻은 앨범을 펼쳐볼 때면 보고 싶은 사람들에 대한 생각과 함께 밀려오는 것들이 있다.

‘힘든 것도, 맞서기 싫었던 것도 지나고 보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노라...’

*안추자(63)씨는 원당마을아파트 부녀회장으로 마을일과 봉사에 앞장서고 있으며 꾸준한 봉사로 충남도지사 표창을 받은 바 있다.

© 당진시대 · 사진과 이야기는 주민이 들려준 것입니다. 원본 사진에는 워터마크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