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으로 추억 속으로
"고향이 그리워 막걸리 마시고 반성문 썼던 시절"
김송남 현아주택 대표
추억은 곱씹어볼수록 새롭다. 오랫동안 찍어 모아놓은 사진첩을 들여다보면 지나간 세월이 때론 웃음이 나기도 하고 감회에 젖어버리기도 한다.
#1
첫 번째 사진은 내가 18살이었던 1972년에 찍은 사진이다. 당시 공부를 남들보다 빠지지 않게 했던 나는 부모님과 주위의 도움으로 서울 한성고등학교로 ‘유학’을 하게 됐다. 사진 속의 장소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있었던 ‘인우학사’다. 당시 ‘학사’는 사설 기숙사라고 보면 되며 오늘날의 고시원과 비슷한 역할을 했었다. 내가 살던 인우학사에서 한성고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학생들이 함께 숙식했었다. 이 친구과 정말 절친하게 지냈는데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만나지는 못하지만 생각날 때마다 전화통화를 할 정도로 친하다.
이 친구들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당시 인우학사의 통금시간은 오후 7시였다. 그때 유명했던 무교동의 막걸리집에서 친구들과 술을 잔뜩 먹고 들어오다 사감 선생님에게 걸려 반성문을 썼었다. 그런데 반성문에서 백승규(뒷줄 맨 오른쪽)가 술을 먹은 이유에 대해 ‘고향이 그리워서’라고 써 한동안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백승규도 고향이 당진에다 2교 다리 근처 제재소의 아들이었고 지금은 대형 트레일러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다.
#2
두 번째 사진은 아내(최경화, 49)와 신혼여행 때 찍은 사진이다. 교회 권사님들의 중매로 만난 ‘고대 아가씨’ 아내와는 지난 1985년 결혼했다.
신혼여행을 나섰는데 눈을 본다고 택시를 대절해 강원도 해안가를 한바퀴 돌았었다. 그런데 장소가 설악산 밑 어딘가인데 눈은 커녕 서리도 구경못했다. 눈 대신 낙엽을 쌓아놓고 ‘분위기’를 잡아본 사진이다.
찍어줄 사람이 없어 같이 갔던 택시기사가 찍어줬다. 지금 생각해도 안타까운 것이 이 때 찍은 사진의 필름 한통을 택시기사가 잃어버린 것이다. 소중한 추억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직도 아쉽다.
아내와 결혼한 지 이제 22년째인데 아직도 이렇게 다정한 모습으로 사진을 남기지 못한 것 같다. 내가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사업을 하든 늘 곁에 있어준 아내였는데...
© 당진시대 · 사진과 이야기는 주민이 들려준 것입니다. 원본 사진에는 워터마크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