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사라졌다. 최근 남부지역에서 시작된 꿀벌 사라짐 현상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당진지역 꿀벌 사라짐 피해를 겪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월동에 들어가기 전인 지난해 9월~11월 약 40~50만 봉군(여왕벌이 있는 벌통)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12월 꿀벌 사육 봉군 수는 247만 봉군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8.2% 줄었다.

충남지역도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총 2646개 농가, 25만개 1404군 중 46.5%에 해당하는 1063농가, 11만 6925군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보통 1통에 꿀벌 3~4만 마리가 살고 있으니 수백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양봉농가들은 당진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당진양봉연구회에 따르면 협회 등록(30군 이상이어야 정식 등록 가능) 양봉농가는 89개 농가다. 이강신 회장은 “당초 이 시기에는 월동에 들어간 벌을 깨우고, 여왕벌이 집중적으로 산란하게 해야 하는데 벌들이 없다”며 “어떤 농가는 벌통 주변이 죽은 벌도 없이 깨끗할 정도로 꿀벌들이 사라지는 등 많은 농가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벌 실종은 과수농가에도 영향

양봉농가가 기르는 벌통 속 꿀벌이 사라지면서 농가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꿀벌 집단실종 현상은 양봉농가의 위기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수농가들의 꿀벌 확보에도 비상이 걸릴 수도 있다.

딸기·토마토 등 하우스시설 농가에서는 작물 생산을 위해 하우스 안에 꿀벌을 넣어줘야 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토마토, 딸기와 같이 비닐하우스 등 시설에서 재배하는 과채류의 화분매개벌 의존도는 2010년 48.4%에서 2015년 59.4%, 2020년 67.2%로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로 당진양봉연구회에 따르면 꿀벌 사라짐으로 10~12만 원이던 꿀벌 한 통의 가격이 최근 30만 원으로 세 배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꿀벌이 사라져 가격이 올라도 판매하거나 구매할 꿀벌도, 과수농가에 넣어줄 꿀벌도 없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딸기, 참외, 토마토 등이 꿀벌을 통해 수정하고 열매를 맺기에 꿀벌의 실종은 채소·과일농가에게도 치명적”이라며 “꿀벌이 사라지면 벌에 의해 수분이 되는 과수와 채소 생산이 줄어들고, 물가 상승은 물론 인류는 식량난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꿀벌은 생태계 보전과 증식, 식량산업의 기초가 되므로 공익적 가치가 매우 크다”며 “꿀벌 실종은 양봉 사업을 넘어서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당진지역 양봉농가를 비롯해 한국양봉협회와 전국 양봉농가 관계자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며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정문 앞에서 궐기대회를 진행했다.
지난 9일 당진지역 양봉농가를 비롯해 한국양봉협회와 전국 양봉농가 관계자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며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정문 앞에서 궐기대회를 진행했다.

“밀원수 적극 조성해야”

꿀벌 사라지는 원인으로 이상기후, 농약 사용, 대기오염, 밀원수 감소 등 다양한 원인이 거론되고 있다. 다양한 원인을 놓고 분석을 벌이고 있지만 꿀벌 실종의 명확한 원인은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당진양봉연구회는 밀원수 복원 및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밀원수는 꿀벌이 꿀과 화분을 수집하는 나무로, 양봉농가에는 중요한 소득원이자 산림의 가치를 높이는 우수 자원이다. 이 회장은 “꿀벌이 채밀 활동을 하지 못하면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꿀벌 실종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선 우선 밀원수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하며, 양봉농가의 자립을 도울 직·간접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지난 9일 한국양봉협회와 전국 양봉농가 관계자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며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정문 앞에서 궐기대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정부를 상대로 꿀벌 집단 폐사에 대한 보상금 지급과 꿀벌 입식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꿀벌 집단 폐사를 자연재해로 인정해줄 것과 꿀벌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 양봉직불금을 도입하고 벌꿀의무자조금을 조속히 시행할 것도 주문했다.

한편 충남도의회가 ‘양봉농가 피해 지원을 위한 촉구 건의안’을 제안한 가운데, 지난 13일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이하 시도의장협의회) 2023년 제2차 임시회에서 채택됐다. 시도의장협의회는 이번에 채택된 건의안을 국회와 소관 부처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