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항친수시설 매립지 지분 문제가 당진시의회 내 여·야 갈등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현 당진시장이 소속된 국민의힘과 전임 시장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당진시 지분 100% vs. 1% “시유지화 해야” vs. “예산 절감”
당진LNG기지 항로 준설토를 활용한 당진항친수시설 조성과 관련해 당진시의회(의장 김덕주)가 긴급현안질문에 나섰다. 긴급현안질문은 매년 12월 진행하는 시정질문 이외에 회기 중 당진시의 중요 현안에 대해 당진시의 답변을 요구하는 것으로, 지난달 3일 당진시가 한국가스공사와 체결한 ‘당진LNG기지 준설토 적정 처리 및 당진항 친수시설 조기 조성 위한 업무협약’과 관련해 집중적인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해당 협약에는 당진LNG기지 공사로 발생하는 항로 준설토를 이용해 당진항친수시설 조성 예정지인 송악읍 복운리 앞바다를 매립하는 것과 관련한 내용이 담겼다. 이 중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매립지 조성을 위한 호안 축조 소요비용인 약 580억 원 중 당진시가 1%에 해당하는 5억여 원을 부담하고, 한국가스공사가 99%의 사업비를 부담해 지분율을 1:99로 정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지난 2021년 9월, 당진시의회의 동의를 얻어 체결한 협약에는 당진시가 호안 조성비용을 10년에 걸쳐 한국가스공사에 분할 지급해 당진시가 지분을 100% 갖는 것으로 매립지를 시유지화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당진시의회에서는 당진시가 불과 1년6개월만에 완전히 입장을 바꿔 당진시 행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점, 당진시 지분율 변화에 따른 해당 매립지의 소유권 문제, 그리고 협약을 재추진 하는 과정에서 당진시의회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의회의 동의 없이 재협약을 체결한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긴급 현안질의까지 이어진 것이다.
국민의힘·민주당의 여·야 의견 대립
그러나 이 사안을 두고 당진시의회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평택당진항 매립지 관할권 분쟁에서 패소한 이후, 이번에는 당진땅을 한국가스공사에 빼앗기게 생겼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당진시가 단 5억여 원의 적은 사업비만 들여 12만 평의 당진항친수시설 부지를 만들 수 있도록 조치해 예산을 절감했다”는 입장이다.
2021년 9월 체결한 ‘당진시 지분 100%’ 협약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홍장 전 당진시장의 집권기에 이뤄진 일이고, 2023년 3월에 체결한 ‘당진시 1% : 한국가스공사 99%’ 재협약은 국민의힘 소속 오성환 현 당진시장 집권 하에 이뤄지면서, 의원 간 정치적 갈등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24일 진행된 긴급 현안질문에서도 이 같은 양상이 뚜렷이 드러났다. 양 당 의원들 모두 “당진시가 재협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회와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며 당진시를 질타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최근 당진시가 주장하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당진시 예산 부담을 크게 경감하는 정책 방향”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일관성 없는 행정에 문제를 지적하면서 한국농어촌공사 소유인 도비도와 한국동서발전 소유의 회처리장 매립지를 거론하며 “당진시가 부지 소유권을 갖지 못했을 때 발생할 문제”를 우려했다.
항로 준설토 투기 어쩌나
한편 의회 안팎에서는 이번 사안이 쉽게 마무리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
하고 있다. 협약 내용상 약간의 수정이 필요한 게 아니라 완전히 뒤바뀐데다,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내년 총선까지 겹쳐 있어 여·야의 정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진시의 주장대로 협약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의회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 해도(행정안전부에서는 해당 협약이 당진시 비용 부담이 예견되는 사안이므로 지방의회의 의결을 받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봄), 한국가스공사와 실제 계약을 체결하고 준설토 매립지 호안 조성에 필요한 당진시 예산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의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현재 당진시의회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7명, 민주당 소속 의원 7명으로 해당 안건을 표결에 부쳐 가부동수가 나올 경우 부결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과반수 찬성 전제), 최근 체결한 재협약 내용대로 의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가스공사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내년에 호안 건설을 시작해 2025년부터 항로 준설토를 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진시와 한국가스공사의 지분이 결정되지 않고 계약이 미뤄지면 사업이 전체적으로 지연되거나, 항로 준설토를 평택항 서부두 등 당진 외 다른 곳에 투기하는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당에서는 “민주당이 이 사안을 정쟁의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을 비판하는 한편, 야당에서는 “(민주당 출신) 전임 시장의 정책에 대해 현 시장이 반대하면서 정쟁화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당진항친수시설 매립지 지분 문제를 두고 여·야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당진시의회 긴급현안질문 주요 발언
김봉균 의원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되면 아무리 좋은 사업도 좌초될 수밖에 없다. 매립 후 부지 용도 변경에 대한 우려는 기우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행정과 의회 간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 일이다. 정당을 떠나 시민들의 실익이 무엇인지 따져보고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서영훈 의원
“한국가스공사가 다급한 상황에서 당진시의 실익을 찾기 위해서는 보다 여유롭게 검토하면서 당진시에 유리한 조건을 내걸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매립지 조성 비용에 예산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사전에 의회와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다.”
조상연 의원
“간척사업으로 인해 당진 주민들은 바다에서 살아온 삶의 터전을 잃고 한국농어촌공사의 소작인이 되어 버렸다. 현대제철과 당진화력 회처리장은 아예 시민 출입조차 불가하다. 매립지 소유권과 활용 권한을 당진시가 가져가야 한다. 이번 협약은 매우 졸속으로 당진시에 불리하게 체결됐다.”
윤명수 의원
“소중한 당진 바다를 매립해서 특정 기업에게 소유권을 넘겨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는 당진시의 독단적이고 일관성 없는 행정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당진시는 의회 및 지역사회와 충분히 소통하지 않았다. 의회의 행정 견제·감시 기능을 더욱 강화하도록 하겠다.”
전영옥 의원
“2021년 9월 협약을 체결할 당시 당진시가 항만친수시설 매립지가 향후 수 조 원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던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한국가스공사와 당진시의 지분율이 어떻게 되든, 해당 지역은 행정구역상 당진시에 있는 당진땅이다. 당진시가 비용 절감을 하면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찾은 것으로 아주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선호 의원
“기업의 재무제표나 경영 상황을 파악하지도 않은 채 무턱대고 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각종 기사와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현재 재무구조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해당 매립지 지분을 99% 갖겠다는 것에는 또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있다. 기존 협약 체결 내용대로 당진시가 시유지화 해야 한다.”
박명우 의원
“지난해 당진시 자체수입은 2000억 원 이상이었다. 580억 원의 호안 축조비를 10년간 균등분할상환하면 당진시 자체수입의 2%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제정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당진시가 예산을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협약을 체결하면서 의회의 동의 없이 진행하고 매립지 지분의 대부분을 포기한다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오성환 당진시장
“호안 조성 비용을 한국가스공사에 균등분할상환하지 않고 지분율을 1%만 갖도록 재협약 한 것은 당진시 재정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조치다. 당진항친수시설이 조성되면 행담도와 삽교호관광지까지 연계, 민자 유치를 통해 개발할 계획이다. 해당 지역은 국가항만기본계획에 항만친수시설로 반영된 곳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