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정치를 물었다 . 공자께서 대답했다 .
" 임금이 임금답고 , 신하가 신하답고 , 아버지가 아버지답고 , 아들이 아들다우면 정치는 잘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 齊景公問政於孔子 ( 제경공문정어공자 ). 孔子對曰 ( 공자대왈 ) : " 君君 , 臣臣 , 父父 , 子子 .(‘ 군군 , 신신 , 부부 , 자자 ’ 니이다 .)"
춘추시대 공맹의 사상을 현시대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작금의 정치 현실을 보고 있노라면 공자가 말했던 “ 다움 ” 의 지적이 매우 아쉽게 다가온다 .
얼마 전 서울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끝이나며 그 파장이 만만치 않다 . 야당의 승리나 득표율의 격차를 논외로 하더라도 수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여야 간에 재보궐 선거를 내년에 치러질 총선의 전초전으로 생각하고 모든 화력을 집중했다 . 결과는 민주당 소속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이미 선거가 진행되며 많은 사람들이 야당의 승리를 예견했었고 다만 어느 정도의 격차가 나느냐가 관심사였다고 할 수 있다 .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책임자로서 대통령다움이 필요하다 . 그럼에도 당의 운영을 좌지우지하고 무리한 사면을 통해서 후보 결정 과정까지 관여하는 등 당무에 개입하다 보니 단순한 구청장 보궐선거가 아닌 정권심판론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
지금껏 수많은 선거를 보면 국민의 판단과 선택은 항상 옳았다 . 항상 국민은 선거를 통해 정치를 질타하고 때로는 방향을 제시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학습 능력이 결여되어 무던히도 오류를 반복해서 행하여 국민으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아온게 사실이다 .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모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문제로 인해 재 · 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당규상의 규정을 갖고 있다 . 민주당의 경우는 당헌 제 96 조 제 2 항에 “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 · 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 . 단 , 전당원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 ” 고 규정하고 있다 . 국민의 힘은 당규 제 39 조 제 3 항에 “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하여 재 ‧ 보궐 선거가 발생한 경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당해 선거구의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할 수 있다 ” 고 규정하고 있다 .
민주당의 경우 강제조항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전당원 투표를 통해 추천할 수 있는 단서를 달아 여지를 만들어 놓고 있다 . 반면 국민의 힘은 임의조항으로 규정하고 있어 실천에 대한 강제성이 결여돼 있다 .
이미 양당은 이 조항을 지키지 않음으로 인해 쓰디쓴 패배를 맛보았으며 국민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은 바 있다 . 민주당의 경우 21 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두 곳 모두 당소속 시장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 선거가 발생됐음에도 전당원 투표를 통해 후보를 낼 수 있도록 단서를 다는 방식으로 당헌을 개정해 후보를 내면서 쓰라린 패배를 맛보았다 . 스스로 정한 원칙을 부정하고 국민을 무시한 결과는 엄혹했다 . 이를 시작으로 민심은 민주당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으며 대선 패배로 정권이 교체되고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
국민의 힘은 2 년 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의 패착을 보았음에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똑같은 오류를 범했다 . 법원 판결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면을 통해 구청장 후보로 앉히는 과정은 어느 국민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 물론 선거 결과는 예측대로 참담했다 . 민주당의 잘못된 판단이 대선과 지방선거의 패배를 가져왔듯이 국민의 힘은 다가오는 총선의 전망에 먹구름이 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
중앙정치는 이제 10 월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바로 총선 체제로 전환할 것이다 . 이미 지역에서는 총성 없는 총선전쟁이 시작되었다 . 특히 당진은 선거법 위반으로 3 선거구의 도의원이 그 직을 잃어 재선거가 확정되었고 2 선거구 또한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1 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선고가 내려져 2 심을 앞두고 있다 .
여야 모두 총선승리를 위한 전략 수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 이제 정치가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원칙을 지키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정치가 어떤 염치없는 짓을 했는지 돌아봐야하고 몰염치함을 반성하며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
임금답게 , 신하답게 , 아버지답게 , 자식답게 이런 “ 다움 ” 이 정치에도 필요하고 우리 사회에도 필요하다 . 이런 “ 다움 ” 을 갖지 못하고 그래서 “ 답게 ” 행동하지 못할 때 우리는 염치없음을 느껴야 한다 . 염치가 없으면 정치도 없다 . 국민은 그런 염치있는 정치를 원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