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에 따른 농민시위가 약 두달여 동안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일 전농은 국회 의사당 앞에 벼가마를 쌓아놓고 기습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13일에는 전국농민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그동안 농민시위의 흐름은 벼가마를 불태우고 수확하지 않은 논을 갈아 엎는 등 극한 상황을 연출하여 국민여론을 끌어들이는 데 있었다.

그러는 동안 정부의 시가수매 방침이 흘러나왔고 농협중앙회는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 회원농협으로 하여금 자체 수매값을 시가이상 높이지 말 것을 지시했다. 약속이나 한듯 읍·면농협은 농민조합원의 요구와 이사회 결정사항을 무시하고 농협장들이 담합하여 조곡 ㎏ 기준 52,800을 결정한 바 있다. 농민들은 이에 격분하여 각 농협 조합장실을 점거하여 농협장들에 압력을 가했고 결국 미질과 경영이 우수한 조합은 56,000원, 그외 조합은 최소한 54,000원으로 가격을 끌어올렸다. 당진의 이같은 상황은 충남에서 제일 먼저 이루어진 사례가 됐고 충남 전역의 쌀값을 끌어올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실예로 지난 10월23일, 한농연 충남도연합회와 충남지역 36개 RPC 조합장들은 55,540원에 벼를 사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들은 상징성에 불과하다. 지금의 쌀값을 작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각 농협 RPC에서 자체 수매하는 수량은 농민들이 생산한 수확량의 40%에도 미치지 못하여 RPC가 없는 관내 농가들은 그 마저도 길이 막혀있다.

농민들은 정부가 약속한 400만석 시가수매 방침을 언제, 얼마의 가격으로 할 것인지 촉각을 세우고, 한편으로 정부의 무대책을 성토하고 있다. 400만석 추가매입을 발표했던 정부는 농협중앙회에 시행하도록 시달했으나 농협중앙회는 재정부담 때문에 아무런 계획을 못세우고 정부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외형적으로 농민을 대변하는 기관처럼 보이지만 사실 정부 정책의 대행기관으로 전락한 은행으로서의 역할밖에 못한다. 때문에 정부는 거리낌없이 스스로 할일을 농협중앙회에 떠넘겼으나 농협중앙회는 정부의 명령을 즉각적으로 거부하지 못한 채 이런저런 불만을 표시하며 좀더 구체적인 대안과 예산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번 쌀값 폭락의 본질은 정부의 신자유주의에 있다. 국가간 혹은 개인간에 자유롭게 무역하여 국가 경쟁력을 신장하고 개인의 자유(경제의)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2004년 뉴라운드는 그것의 결정판이다. 쌀시장 완전개방은 최대의 이슈로 등장하며 정부는 그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정부 재고미 누증과 쌀 연속 풍년발표는 올부터 쌀값을 점진적으로 떨어뜨려 국민들의 의식을 국제적 흐름이 그렇다는 쪽으로 완충하려는 음모일 뿐이다. 그렇다면 모든 책임이 정부와 국회에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율은 28% 수준에 불과하다. 그중 오직 쌀자급율만이 100%인데 그마저 무너진다면 식량안보에 치명적이다.

쌀 생산기반 확보문제는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소비자의 문제이고 소비자가 나서서 해결해야 될 문제다.

오는 13일의 전국농민대회에는 전국의 농협 조합장들이 앞장선다고 한다. 모처럼 농민 대표로서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12개 관내 농협장들이 의지에 차서 머리띠를 질끈 동여맨 모습이 13일 밤 9시 뉴스에 클로즈업 되기를 고대하며 농협장과 농민들이 하나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