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으로 키운 국화 보러 오세요”

합덕에서 내경초교로 가는 길은 아직 거두어들이지 않은 누런 벼들로 가득하다. 멀리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는 걸 보니 돌고돌아 찾아온 이곳은 작은 학교 내경초교가 맞다.

교문으로 들어서자 국화향기가 난다. 작은 건물안에는 온통 국화다. 한 교실에 올망졸망 앉은 대여섯명의 아이들은 수업에는 관심이 없고 국화를 보느라 복도를 지나다니는 사람들만 쳐다본다.

“아이들이 꽃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꽃잎 하나를 떨어뜨리지 않아요. 복도를 뛰어 다녀도 꽃은 절대 다치지 않게 하죠.”

이번 전시회를 준비한 김영혁(46세) 교사는 꽃을 기르는 것이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얼마만큼 큰 효과가 있었는지 말해준다.

국화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는 것이 특이해 한 참을 들여다보고 있자 “아이들이 봄부터 키운 겁니다. 그 녀석들 어찌나 책임감 있게 키우는지…”

박창영 교장선생님의 말씀이다. 전교생 49명의 아이들이 한그루씩 자기의 국화를 갖고 지난봄부터 꽃을 피우는 10월까지 매일 물을 주고 공을 쏟았던 모양이다.

“전시회 때 제 국화가 제일 이뻤으면 좋겠어요”라며 우리(여, 3학년)는 생각보다 꽃이 잘 피어서 보람있었다고 한다. 꽃이 잘 크지 않고 시들 때 속이 상했다는 사윤(여, 3학년)이는 그때마다 ‘국화박사’ 아저씨가 도와주었다고 살짝 귀뜸해 준다. “다 죽어가는 국화를 아저씨가 만지면 금방 살아나요”라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아이들과 교사들이 ‘국화박사’라고 부르는 심계섭(55세) 주사는 내경초에서 28여년 동안 국화를 키웠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기 보다는 그저 아이들을 위해서였다는 심주사 아저씨는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아이들이 국화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화색이 달라졌어요. 나무 한 그루, 꽃 한송이를 얼마나 아끼는데요.”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심씨는 끝까지 아이들과 함께 국화를 키울 생각이다.

국화 가득한 복도를 벗어나 밖으로 나오자 옷가지며 학용품 등이 쌓여 있다. 단순히 국화 전시 뿐 아니라 ‘사랑의 나눔 교실’도 같이 열고 있는 것이다. ‘사랑의 나눔 교실’은 바자회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행사이다.

“우리 선생님은 조카 옷 많이 냈어요.”

10명의 3학년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을 자랑하기에 바쁘다. 바자회가 시작되자마자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가 필요한 물건을 사느라 정신이 없다. 모두들 탐내 하던 천원짜리 다트를 얼른 집어든 아이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가 든다. 김영혁 교사는 수익금 전부를 어려운 학생과 인근지역 노인정에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한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학부모 임은숙(유치부 김기훈 어머니)씨는 “아이들이 키워서 그런지 국화가 너무 이쁩니다. 작품전시회에 조그마한 인형을 만들어 냈는데 여기 오니까 동화속에 들어온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내경초 아이들은 여느 아이들처럼 여기저기 천방지축 뛰어 다니는 개구쟁이들이지만 국화 앞에서만큼은 꽃잎이 다칠까봐 살금거린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아이들은 그렇게 사랑을 주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