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는 이 땅에도 저런 산이 있다니… 기암·협곡과 갈대들의 속삭임
태고의 신비와 전설을 간직한 산. 그 전설을 더듬어 깊숙이 들어가노라면 주왕의 탄식이 귓전에 들려오는 듯하다.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을 힘차게 뻗어 내려온 맥이 강원도 구봉산에서 가지를 쳐 낙동정맥을 따라 경북 청송에 이르는 주왕산(720.6m)은 “산은 기암(奇岩)이요! 기암의 절묘함이 비경인 산”으로 우리나라 삼대 해동기악의 명산과 더불어 기묘함을 자랑하며 1976년 12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면적은 작지만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산이다.
절세미인을 보는 듯한 7개의 안산암 수직절리의 원형 암주는 거리가 매우 가까우며 우리가 사는 이 땅에도 이런 곳이 있다니! 하는 감탄과 전입가경에 탄성만을 자아낸다.
기암의 대표적인 북한산, 월출산, 설악산은 바위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산들이다. 그러나 주왕산을 그 짜임새로 두고 본다면 기암이 그중의 으뜸이라 할 수 있으며 우리의 선인들은 이 산을 조선 팔경중의 하나로 꼽았으니 암봉의 짜임새나 조화로움을 가히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주왕산은 산 사면과 전체가 돌로써 골짜기를 이루며 100m에 이르는 높은 암주와 골짜기! 그리고 웅장함의 자태와 음습함이 우리를 부르는 산이며 기암의 절묘함에서 신비한 정감을 느끼게 하였고 협곡의 형상에서 마음을 빼앗긴 산이다.
모든 산들이 그 산 최고봉에 산명을 주었지만 주왕산은 좀 다르다 할 수 있다. 주왕산내 태행산(933.1m)과 가메봉(882.7m) 또한 그 높이가 주왕산보다 높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대전사 앞뜰에서 산의 암봉을 바라보면 산 (山)자의 유래가 이 산 기암에서 유래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뫼 山자의 형상을 닮았다.
대전사를 지나 자하교에 도착하여 다리를 건너 오르니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는 주왕암이 위치하며 당우 3채의 암자는 가파른 산기슭에 위치하고 전설의 주왕굴로 이어지는 길가의 숲과 계곡은 너무 깊어 압박감마저 느껴지며 그 골의 끝에 주왕굴이 위치한다.
이곳은 마장군에게 주왕이 최후를 맞이하였다는 곳으로 기암괴석의 절경과 단풍의 조화가 가을이 되면 온 산록을 화려한 풍광으로 장식하여 많은 사람이 그 절경을 찾는다. 자화교로 내려와 계곡길에 들어서니 이끼 낀 검푸른 바위와 흰 자갈과 갈대가 어우러져 있고 청정한 냇물이 흐르니 가을의 소소한 정취가 가슴 깊이 와닿으며 발자국을 죽이면 물소리와 갈대들의 속삭임이 사각사각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등산길을 따라 오르니 신라 왕족의 후예인 김주원이 급수대 위에 대궐을 건립하고 계곡물을 끌어올려 식수로 사용했다 하여 명명하였다는 급수대와 망월대가 넘어질 듯 그 위용이 한눈에 들어온다. 깊이가 더할수록 협곡의 운치는 더해가며 학소대를 지나려니 수직을 능가하는 원형 직벽이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맞은편 바위는 마치 병풍을 두른 듯 바르게 솟아 병풍바위라 부르며 이별과 죽음의 학에 대한 애달픈 사연이 뇌리를 스친다.
천년 세월 묵묵히 흘러가는 옥줄같은 물길이 너무 아름다워 넋을 잃고 바라보는 사람의 형상을 한 시루봉을 지나 터널같은 신비의 협곡을 따라 오르니 천상의 문이 반쯤 열린 듯한 1폭포의 높은 암벽을 만난다. 그곳을 지나니 유난히 덥던 지난 여름을 잊게 하는 시원하고 장중한 폭포가 백색비단을 펼쳐놓은 듯 연에 떨어지니 그 맑고 청초함은 해맑은 아이의 눈빛을 바라보는 듯하다. 선녀탕과 구룡소의 청유를 바라보면서 금방 넘어질 듯한 암벽을 돌아서니 휴게소가 나타난다. 왼쪽 다리를 건너 오르면 좌측 2단 폭포가 장중한 물줄기를 토하니 주왕산의 최고 규모의 3폭포다.
폭포를 돌아 하산길에 접어들어 우측다리를 건너기 전 좌측 좁은 계곡의 10분 거리에 2폭포가 있으며 다리 건너기 전 150m 지점의 등산길을 올라 사창골의 환상적인 오색영롱한 파스텔화의 터널을 지나 칼등고개를 따라 정상에 도착하니 늦가을 햇살은 마냥 싱그럽다. 저 멀리 보이는 깊은 계곡의 둥근 수직 암주가 파일을 박아놓은 듯 장대한 모습으로 산허리를 감고 돌아간다.
수많은 세월이 흘러 주왕의 전설이 아닌 신라 헌덕왕 때 김헌창, 김범문 부자에 관한 사실의 비기였음이 최근 밝혀지니 낭공대사가 쓴 주왕 사적에 전하는 전설은 사실무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무려 천년간의 비기로 전해 내려오던 전설의 산, 주왕산을 이제 저항의 산이라 말해야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