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종합병원의 병실에서 1차 수술을 마치고 2차 수술을 앞둔 린촌영 씨를 만났다.
당진종합병원의 병실에서 1차 수술을 마치고 2차 수술을 앞둔 린촌영 씨를 만났다.

지난달 24일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화재’는 산업 현장의 복합적인 취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특히 희생자가 대부분 중국, 라오스 등의 국적자라는 점에서 외국인 일용직 노동자 관리의 허점이 노출됐다.

지난 3월 기준 당진지역 외국인 인구는 1만 361명, 그중 근로자는 5819명으로 약 79%에 달한다. 당진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수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어가 서툴고 우리나라 법·제도를 잘 모르는 외국인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외국인 근로자 의료복지 사각지대

나시바(한국명) 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왔다. 지난해 12월 식당에서 일하기 위해 보건증 발급 검사를 받던 중 심장에 구멍을 발견했다. 병원에서 우심방과 좌심방 사이의 벽(심방 중격)에 구멍(결손)이 있는 ‘심방중격결손’을 진단받았다. 나시바 씨는 식당 대표에게 병원비 3000만 원을 빌려 수술을 진행했다. 치료가 끝난 후 식당으로 복직했으나, 식당 일을 지속하기에는 건강 상태가 어려워 결국 식당을 그만두게 됐다. 나시바 씨는 수술비로 빌린 돈 중 일부를 갚고 남은 빚을 갚기 위해 다른 일자리를 찾고 있다. 빚도 갚아야 하는 상황에 일자리도 잃어 생활마저도 어려움에 처했다.

몽골에서 온 터빗(한국명) 씨는 몽골 계절근로자로, 지난 4월 입국했다. 합덕의 한 농가에서 일하던 중 치통 진통제를 먹고 어지럼증을 호소해 당진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나탈리아(한국명) 씨는 지난달 10일경 출산을 앞두고 있던 산모였다. 배 속에 태아가 거꾸로 있고 탯줄을 목에 감고 있는 위급한 상황에 놓였다. 나탈리아 씨는 긴급하게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나탈리아 씨 가족에게는 병원비 부담이 찾아왔다. 게다가 나탈리아 씨의 남편은 일용직으로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아, 병원비 마련은 고사하고 생계부터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린촌영 씨는 지난해 7월 중국에서 왔다. 린촌영 씨도 딸의 자녀들을 돌봐주며 당진버스터미널에서 화장실 청소 일을 하다 몸의 이상을 느꼈다. 담석이 담낭관을 막아 쓸개에 염증이 생기는 ‘급성 담낭염’을 진단받고, 지난달 27일 담낭절제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도 최소 2주 이상 입원이 필요하고, 2차 수술까지 예정돼 있다. 한국에 온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린촌영 씨는 한국말이 서툰데다 병원비까지 해결해야 한다.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긴급지원

다행히 이들은 당진시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센터장 김승숙)의 지원을 통해 일부 어려운 상황을 풀어갈 수 있었다.

나시바 씨는 두 달치 월세 64만 원을 지원받았다. 몽골에서 온 터빗 씨는 병원비 23만 2950원을 지원받았다. 또한 산모 나탈리아 씨에게는 긴급의료비 1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2일 당진종합병원에서 만난 린촌영 씨는 “병이 심한 것은 아닌지 몸 상태도 걱정되고 병원비도 많이 나올까봐 걱정했다”면서 “외국에서 온 나에게 병원비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을 줄 몰랐고, 실제로 이렇게 도움을 받을 지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말도 서툴러서 어떻게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산업안전교육 강화 조례 제정해야”

이들에 대한 지원은 당진시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의 긴급지원기금을 통해 가능했다. 이 기금은 당진시가 사업비로 1000만 원을 지원했으며, 열악한 환경에 놓인 외국인 근로자에게 생활비 또는 의료비를 지원하는데 쓰인다.

앞 사례처럼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김승숙 센터장은 “재작년까지는 비자가 없는 미등록자 외국인(불법체류자)들에게도 긴급지원을 할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올해는 시비로만 기금을 운영하고, 불법체류자 단속이 강화되면서 미등록자를 도와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고령의 외국인, 한국인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지만 한국인 가족에게 버림받고 고국의 가족에게도 버림받아 혼자 생활하는 외국인도 있다”면서 “오갈 데가 없는 이들은 지낼 공간도 없고, 관련 조례도 없다보니 센터에서도 지원해줄 근거나 대책이 없어서 지원에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화재처럼 당진도 언제든지 산업 현장에서 다수의 외국인 근로자가 사고를 입을 수 있다.

김승숙 센터장은 “당진지역도 외국인 근로자가 6000명에 육박해, 화성시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면서 “외국인 중대재해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체에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안전 관리 문제에 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체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안전에 대한 필수 교육을 실시했는지를 감시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조례 제정이 먼저 필요하다”며 “산업안전 교육은 필수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시 처벌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