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성면 광천리 수해 피해 모습
순성면 광천리 수해 피해 모습

10여 일 전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연일 비가 쏟아졌다. 일주일이 지나고 장맛비가 휩쓸고 지난 자리에는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폭염이 재빠르게 자리 잡았다. 집중호우 피해로 당진역 곳곳에서는 복구 작업으로 분주했다. 지난 18일에만 당진지역 평균 강우량은 162.8mm를 기록했다. 전 지역 고르게 당진에 물 폭탄이 쏟아졌다. 당진시 재난안전대책본부 자료에 따르면,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곳은 △송산면으로, 일일 최대 190.5mm였다. 그 다음은 △신평면 186.5mm △당진1동 184mm △순성면 175mm △송악읍 174mm △정미면 172.5mm △고대면 169mm △면천면 159mm △석문면 158.5mm △당진시청 156.5mm △대호지면 139.5mm △우강면 126.5mm △합덕읍 125mm 순이다.

집중호우로 인해 읍면지역에서는 토사가 유출돼 도로를 덮었고, 옹벽·담장·축대가 붕괴됐다. 마을안길 도로가 유실되기도 했고 도로와 주택 마당·축사·창고 침수됐다. 하천과 소하천 제방이 붕괴되거나 유실되면서 하천 주변 주택과 농경지가 물에 잠기기도 했다.

“제방 무너지면 더 큰 인명피해”

특히 지난 18일 남원천 수위가 높아지면서 물이 배수로로 빠지지 못하고 역류한 탓에 남원천을 따라 주변 가옥과 농경지 일대에 물바다가 됐다. 당시 신평면 신송2리에 있는 양수장에서는 물이 차면 남원천으로 퍼내는 것인데, 워낙 내려오는 물이 많다 보니까 범람을 했다. 또한 저류지에 물이 많이 차면서 물이 역류해서 저지대로 범람했다. 제방에 구멍이 생겨 누수가 일어나는 파이핑 현상도 발생하면서 가까운 주변 지역이 침수됐다.

김낙기 신평면장은 “장딴지 높이까지 물이 차면서 인근 9개 농가 주민들이 대피까지 해야 할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주민들이 대피를 안 해서 신평면 직원들이 일일이 집을 방문해 주민들을 대피시켰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지난 22일 신평면 신송2리 마을회관에서 이완식 충남도의원, 최연숙, 정완옥 당진시의원, 충남도, 당진시, 신송2리 주민들이 모여 수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지난 22일 신평면 신송2리 마을회관에서 이완식 충남도의원, 최연숙, 정완옥 당진시의원, 충남도, 당진시, 신송2리 주민들이 모여 수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집중호우가 그치고 지난 22일 신평면 신송2리를 찾았다. 마침 마을회관에서는 이완식 충남도의원, 최연숙·정완옥 당진시의원, 충남도 및 당진시 관계 공무원, 김은수 농어촌공사 당진지사장, 마을주민들이 모여 이번 수해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이완식 충남도의원은 “하천 정비, 하상정비가 안 되면 하천 수위가 높아지고 결국 붕괴될 수 밖에 없다”면서 “제방이 붕괴되면 우리가 이렇게 앉아서 얘기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방이 터지면 더 큰 인명피해를 낳기 때문에, 이번 수해를 계기로 더 경각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송2리 배수펌프장(양수장). 주민들은 양수장 용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송2리 배수펌프장(양수장). 주민들은 양수장 용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송2리 응급 복구 모습
신송2리 응급 복구 모습
신송2리 응급 복구
신송2리 응급 복구
신평면 신송2리 주민이 며칠 전에 침수됐던 현장을 떠올리며 당시 상황을 전해주고 있다.
신평면 신송2리 주민이 며칠 전에 침수됐던 현장을 떠올리며 당시 상황을 전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주민들은 배수펌프장(양수장) 용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송2리 한 어르신은 “이번 집중호우로 농경지 일대가 침수됐고, 당시 소도 막 떠다닐 정도였으면 송아지는 아직까지 설사를 하더라”면서 “배수펌프장 용량이 작아서 호우가 올 때면 빗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날 물에 잠겼던 일대를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쉬고는 “마을에서 몇 년째 배수펌프장 용량을 키워달라고 건의하지만 바뀌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1999년 홍수로 침수된 남원천”

“이번에는 꼭 좀 바뀌어야 한다”며 신신당부를 하던 신송2리 어르신들을 뒤로 하고 순성면 아찬리로 향했다. 비가 잠시 멈춘 사이 아찬리에서는 행정에서 지원해준 포크레인으로 피해 복구를 하고 있었다. 당진시(읍면)에서는 굴삭기나 덤프 등 응급복구 장비를 선 투입해 우선 복구가 필요한 데를 보수하고 있다.

순성면 아찬리 신현분 이장은 “토사가 흘러내려 용배수로 막힌 곳, 논 망가진 곳을 복구하고 있는데 어디 한두 군데여야지”라며 “비가 그쳐서 햇볕이 바짝 며칠 들어야 논둑, 밭둑을 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가 계속 오니까) 흙이 도로 흘러내리니까 지금은 만져도 소용이 없다”면서 “임시로 물 빠지는 데만 일단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 이장은 “소하천 제방은 흙으로 돼 있으니까 해마다 이렇게 비가 와서 물이 차면 소하천(제방)이 터진다”면서 “우리가 소하천 제방 정비 사업을 올려도 공사비가 너무 많이 나오니까 매번 사업 통과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에 일시적으로 다 해달라는 게 아니라 부분마다 해서 차츰차츰 하나씩 공사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북창교에 설치된 홍수 침수 안내표지판
북창교에 설치된 홍수 침수 안내표지판

다시 하천을 따라 이동했다. 다리 근처에 ‘남원천’이라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며칠 전 무섭게 차올랐던 남원천이 맞는지, 지금은 수위가 매우 낮아진 모습이다. 이리저리 하천을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교량에 다다랐다. 몇 발자국 걷지 않았는데 신평면 상오리에 위치한 북창교다. 북창교에서 무성히 자란 잡목 사이로 한 표지판을 발견했다. ‘이 지역은 99년 7월 23일~8월 4일 기간 중 홍수로 침수 되었던 곳’이라는 표지판을….

순성면 광천리 수해 피해 모습
순성면 광천리 수해 피해 모습
순성면 광천리 수해 피해 모습
순성면 광천리 수해 피해 모습
순성면 광천리 수해 피해 모습
순성면 광천리 수해 피해 모습

습해에 취약한 원예작물

이번 호우로 농경지 및 농작물 피해도 잇따른다. 특히 당진시 농업정책과에 따르면 피해 농가 중 딸기와 상추 같은 시설하우스 농가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구본석 당진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요즘은 시간당 비가 80, 100mm씩 내리는데, 논에는 빗물이 찼다가 바로 나가는데, 하우스에는 흙탕물이 들어오니까 흙이 가라앉으면서 물이 잘 빠지지 않고 피해가 심하다”면서 “벼는 물속에서 자라지만 원예작물은 배수가 잘 돼야 하며, 습해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금송딸기농원 김건희 대표는 “남원천 수위가 워낙 높아지니까 빗물이 나가지 않고 역류하면서 약 1m 정도 침수됐다”면서 “지금은 딸기 모종을 키울 때로, 반듯한 트레이에서 커야 하는 딸기 모종이 이번 호우로 인해 다 엎어지고 진흙 묻어서 물로 씻겨냈으며, 바닥은 토사로 뒤덮여 진흙 뻘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물이 가슴 정도까지 찼는데, 작년보다도 더 많이 찬 것 같다”면서 “양액기 등 농기자재를 1m 이상 높이 올려뒀는데도 침수됐다”고 덧붙였다.

이 농원은 3년 전에도 크게 침수피해를 입었었다. 농원 지대가 낮아서 매년 침수 피해를 겪곤 했는데 이 사이 배수로 정비가 이뤄졌단다. 조금 상황이 나아지는가 했는데, 이번처럼 하천 수위가 높아지면서 물이 제대로 빠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연숙 당진시의원은 “무엇보다 상습침수구역에 대한 조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상습침수구역에 대한 관리 예산을 계속 확보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호우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신평면 아찬리 밭 수해 피해 모습. 집중호우로 인해 작물이 쓰러지고, 아래가 까맣게 변했다.
신평면 아찬리 밭 수해 피해 모습. 집중호우로 인해 작물이 쓰러지고, 아래가 까맣게 변했다.

한편 이외에도 논과 밭이 침수됐기 때문에 추후 콩이나 벼, 과수 등의 작물에서 수확량이 감소하거나 피해가 있을 수 있다. 합덕읍 신리와 대합덕리 등 2만 평 규모로 콩 농사를 짓는 염규백 씨 밭도 이번 호우로 침수피해를 겪었다. 염규백 씨는 “물이 빨리 빠지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은데다 토사가 끼면 농작물 상태를 안 좋아진다”며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콩 수확량이 감소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