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변가 사과 밭에서 일하다가도 저조(低潮)와 고조(高潮)를 가려 바다어싱(earthing)에 나선다. 흙과의 접지가 가장 잘되는 땅이 짠물에 젖은 모래흙인 때문이다. 나만이 드나드는 맷돌포에 주차하고 해변에 발을 디디는 눈간 아스라이 보이는 서해대교의 주탑은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연상케 하고 그 너머 평택항은 노래 <마포 종점>에 나오는 당인리 발전소를 떠올리게 한다.
내가 농촌에서 태어나고 농업학교를 나와 농협에 근무한 후 농촌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는 것은 흙을 떠나서 살 수 없는 사주팔자를 타고난 운명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나고 자란 6~70년대만 해도 도로포장은 흔치 않았다. 요즘에는 도시, 농촌 어디를 가나 길은 무엇으로든 포장하는 게 상식이다. 따라서 맨발을 걸을 수 있는 땅을 찾기가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나는 예수를 믿지 않지만 성경엔 외경심이 인다. 하나님은 처음 흙으로 사람 모양을 빚고 성령을 불어넣은 바 사람이 되더라. 사람은 햇빛과 공기를 마시고 땅에서 나는 식물의 잎과 열매와 뿌리를 먹고 산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이는 한자의 상형에서도 설명하고 있다. 우주를 나타내는 하늘 天자가 위 가로획은 하늘을, 아래 가로획은 땅을, 하늘 아래 땅에 박고 있는 것은 사람을 뜻한다. 불교 용어를 차용해서 신토불이(身土不二)를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자는 구호로 오랫 동안 사용해 오고 있는 데서 몸과 흙이 둘이 아님을 주장하고 있으니 땅의 효용은 이미 우리들 의식속에 스며들어 있다. 70년대 새마을 운동이 한창일 때 농촌운동가 유달영 박사가 붓글씨로 쓴‘흙’이라는 작품이 평생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어 30여년 전부터 흙침대를 사용하고, 흙벽돌 집을 짓고, 황토흙으로 정수한 물을 사용해오는 나로서는‘흙에서 나고 흙으로 간다’는 이치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흙길을 맨발로 걷는 일에 심취한 것은 작년 8월 15일 부터이니 만시지탄이 인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본부장 박동창 박사가 쓴 『맨발 걷기가 내 몸을 살렸다』라는 책을 읽고부터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중증 근무력증으로 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희귀병 환자였기에 1주일에 도스민을 1알씩 먹어왔고 평생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이의 대표적인 증상인 안검하수(눈꺼풀 처짐) 현상이 맨발 걷기 3주 만에 사라지고 걷기 할 때 오른쪽 무릎에서 느꼈던 통증이 사라지는 효험을 보았다. 대모산에서 힐링 스쿨을 운영하고 있던 박동창 박사를 찾아가 체험담을 밝혔고 이타행, 우분투 정신을 주문 받게 되었다. 이 운동의 당진시지회장을 자청하고 복수의 지회장 지정을 청원하여 이를 방침으로 받아내기도 했다. 의회에 청원하여 조례를 공포하도록 힘썼으며 박동창 본부장을 모셔서 시민 강좌를 열고 노인대학 등에 출강하여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본 운동은 세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정치적 이용 금지, 종교적 이용 금지, 상업성 이용 배제가 그것이다. 순수한 민간운동이지만 맨발운동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전국의 자치단체가 맨발 길을 확보하기 위한 조례제정, 예산투입,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회에는 행복권에 버금가는 접지권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청원을, WHO에는 단순한 걷기가 아니라 ‘맨발로 걷자’는 캠페인으로 변경해 달라는 청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동창 본부장 본인이 건강상 이상을 느껴서 시작한 맨발운동이 접지효과, 마사지 효과, 발바닥 아치효과로 정립이 되고 단순, 무해, 무비용인 데다가 효과를 빠르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치유사례가 부지기수로 쌓이고 참여자 수가 기하급수로 늘고 있으니 맨발 걷기가 K-국민운동으로 발전하고 한국이 그 종주국으로 세계인의 부러움을 살 날이 멀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간이 신발을 신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백여 년에 불과하다. 그 이전에는 특수계층에서 짚신, 나막신, 가죽신을 사용했을 뿐이고 인간이 조물주에 의해 창제될 때 남자는 맨발로 숲과 들에 나가 먹거리를 채집하고 저녁에는 생식 활동을 하는 게 전부였다. 아이러니하지만 공자, 석가, 예수와 같은 성인들도 구도 행위를 맨발로 다닌 사실 쯤이야 상식이잖나
근래 들어 고무나 플라스틱으로 밑창을 한 구두, 운동화 등 신발을 신고 시멘트, 아스팔트, 우레탄, 야자매트 등으로 덮여 있는 도로나 산길이나 운동장을 밟는다. 주택은 사방이 부도체인 콘크리트 구조로 철저히 우리 몸을 가둔다. 이렇게 땅 속 자유전자를 차단하고 살다 보니 어느새 우리의 몸은 종합병원이 되어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양말을 신지 않으면 안 되는 양 4계절을 싸매고 살아왔는데 나는 요즘 어디를 가든지 양말을 신지 않은 맨발로 다닌다. 향교에 제사를 지내려 갈 때도 양말을 신지 않는다. 공자님도 생전에 맨발로 다니셨을테니 예의에 어긋날 일 아니라고 항변한다.
단독주택인 집에서도 밖에 나갈 때는 무조건 맨발인 상태로 나가고 들어올 때는 바깥에 받아 놓은 낙숫물로 닦고 들어오지만 앞으로 지을 맨발 주택은 24시간 맨발로 생활할 수 있는 구조를 생각한다.
대형병원들이 암센터를 경쟁적으로 지어 놓고 암환자들에게 수술이 전부인 양 돈벌이를 해 왔는데 자연치유가 늘고 있으니 어쩌란 말인가? 맨발 걷기는 과학적 근거가 미약하다며 폄훼하고 심지어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하지만 맨발 운동 인구가 급격히 느는 걸 어쩌란 말인가? 최근 겪고 있는 의료대란의 대안으로 병원 안 가기 운동과 더불어 맨발 운동이 확산되고 있으니 어쩌란 말인가.
대체 당신은 몇 살을 살려고 극성이냐고 묻는다. 결코 오래 사는 것보다는 주어진 천명을 살되 요양원이나 병원에 가지 않고‘그 사람 저녁 잘 먹고 잠자러 들어갔는데 아침에 보니 죽었다더라’는 말을 듣고자 한다고 말한다. 제일 무서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수단은 인간에게 있어서 배터리 역할을 하는 땅의 놀라운 힘에 의지할 밖에 없다. 흙 길을 맨발로 걷는 게 답이다.
하루 3번 3시간 이상 흙길을 맨발로 걸으면 만병은 아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