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의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시민공론장’이 결국 의회에서 부결됐다.
시민 2700여 명이 서명한 ‘당진시 시민공론장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이 지난 2년 동안 계류와 보류를 반복하다 결국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역 현안에 대해 시민 의견을 수렴해 해결해 나가는 ‘시민공론장’ 조례안이 부결됨에 따라 당진시의회가 시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시민이 발의한 시민공론장 조례는?
주민이 발의한 조례인 ‘당진시 시민공론장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이하 시민공론장 조례)은 당진시의 주요 시책과 현안 해결 과정에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시민공론장’이란,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데 필요한 모든 절차나 조직, 공간을 뜻한다. 여기에는 시민공론장 위원회도 포함된다.

시민공론장 조례는 2709명의 시민이 서명에 참여해, 1999명이 넘는 유효 서명을 인정 받아 2022년 당진시의회에 청구됐다. 하지만 같은 해 총무위원회에서 “이해 당사자의 다각적인 의견 청취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계류와 보류로 2년 동안 가부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표류했다. <본지 제1521호 ‘주민들이 발의한 ‘시민공론장’ 왜 막혔나?’ 참고>
누가 찬성·반대했나?
연장 마감 기한 시점이 도래하면서 제113회 본회의에서 다뤄졌다. 하지만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 지난 5일 상임위원회인 총무위서 찬성 3표와 반대 3표로 부결됐다. 하지만 주민발안조례는 상임위에서 부결되더라도 본외의를 거치게 돼 있다.
지난 9일 열린 본회의에는 시민공론장 조례를 비롯해 총 36건(조례안 26건, 동의안 7건, 의견청취안 1건, 관리계획안 1건, 보고 1건)이 제출돼 다뤄졌다. 이중에서 시민공론장 조례는 가장 마지막에 찬반 의결에 부쳤다.


이날 시민 20여 명이 방청한 가운데 안건 심의가 이뤄졌다. 안건 찬반 투표 중간에 전자 투표 시스템에 오류가 생기면서 의원들이 손을 들어 찬반을 정하는 거수 투표로 바뀌었다. 시민공론장 조례의 거수 투표 결과가 당대당으로 확연히 갈리며 대조를 이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인 △최연숙 △박명우 △윤명수 △김명진 △조상연 △김선호 △한상화 의원이 찬성을, 국민의힘 소속 의원인 △서영훈 △김봉균 △김덕주 △전영옥 △김명회 △심의수 △전선아 의원이 반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에 앞서 시민공론장 조례에 관해 한 차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대표 역할을 하고 있는 김선호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시민공론장 조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며 “공론장이 혹시나 반대를 위한 반대의 창구가 될 우려에 대해서, 공론장을 추진한 시민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 답을 들었고 이 내용에 대해 의원들과도 공유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대체적으로 찬성 의견을 보였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당론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나, 의원들의 의견이 같았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서영훈 의장은 “당론은 아니다”라며 “기존에 있는 당진시의 갈등 관련 조례와 중복되는 부분 등이 있어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고민해 투표한 결과”라고 답했다.
하지만 중복된다는 ‘당진시 갈등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는 조례 제정 후 위원회만 조직됐을 뿐 한 번도 지역 갈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2026 지방선거에 후보 지지로 이어갈 것”
한편 ‘부결’ 결과에 따라 조례를 발의한 시민단체에서는 강력히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본회의가 끝난 직후 시민단체는 당진시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당진시시민공론장 조례청구 시민단체연대회의는 이번 결과에 대해 “실망감을 넘어 그들의 한심한 작태에 당진지역 발전과 시민을 위한 일꾼의 모습이 아니라 진영논리로 표결 처리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졌다”며 “시민공론장 조례가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지장을 주고 권한을 침해하는 조례인 것처럼 이해하는 처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조례를 만드는 권한이 온전히 자기들만의 리그인양 특권처럼 행사하는 모습으로 비춰져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향후 시민단체연대회의는 결과에 대해 항의 의사 표시를 지속키로 결의했다. 1인 시위와 천막 농성을 비롯해, 17만 당진시민에게 이번 결과를 소식지와 유인물로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2026년에 치러질 지방선거에 시민공론장 조례통과를 서명하거나 공약하는 후보를 지지할 것과 함께 대대적으로 시민 서명을 받아 재발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당진시시민공론장 조례청구 시민단체연대회의’에는 당진YMCA, 참여연대, 문화연대, 어울림여성회, 녹색어머니회, 참교육학부모회 등 18개의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