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이라는 씨앗이 지난 2006년 무렵 당진에 심어졌다. 그때만 해도 시낭송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도, 조직된 단체도 없었다. 하지만 씨앗이 발아하고, 당진이라는 땅에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그렇게 20여 년이 흐른 지금, 한차례 만개한 시낭송은 또 다른 씨앗을 만들어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있다.

이 역할을 하는 데 있어 ‘한국시낭송가협회 당진지회’(회장 유정순, 이하 당진시낭송가협회)를 빼놓을 수 없다. 당진의 시낭송 첫 시작점인 당진시낭송가협회는, 시민 모두가 자신의 애송시 하나를 읊는 날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낭송을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

당진에 시낭송 씨앗을 처음 심기 시작한 것은 김명회 1대 회장이다. 2001년경 국제와이즈멘 단체에서 주부시낭송대회를 개최했고, 이때 김명회 전 회장이 1위를 차지했다. 그길로 시낭송에 매력을 느낀 김 전 회장은 2004년부터 당진에서 서울을 오가며 시낭송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시낭송지도자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그리고 2006년부터는 당진에서 시낭송 교육을 시작했고, 이때 시낭송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며 같은 해 12월에 당진시낭송가협회가 만들어졌다. 단순히 단체만 만들고 시낭송만 하는 것이 아닌, 당진시낭송가협회는 시를 낭송하는 기쁨을 알리고자 전문적인 교육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김명회 전 회장이 강사로 나서 82시간에 걸쳐 시낭송 교육을 할 수 있는 자격증 취득반을 운영키도 했다.

자격증 취득에서 봉사로

당시 수강생 12명은, 자격증 취득이 끝이 아니라 이를 활용하고자 했다. 이후 ‘시향기봉사단’을 만들어 당진시보건소의 치매주간보호센터인 사랑채에서 7년 동안 봉사를 이어왔다. 이때 시향기봉사단은 직접 프로그램과 교재를 만들기도 했으며, 시 낭송만이 아닌 시를 활용해 다양한 시 치료 수업을 진행했다. 유정순 회장은 “그때 수업을 같이 했던 어르신들이 지금도 연락올 정도”라며 “그때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았는데 프로그램이 바뀌면서 봉사를 더 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봉사에 나섰다. 초기에는 지역의 요양원을 순회하며 시 낭송 봉사를 하기도 했다. 김명회 전 회장은 “초창기에는 요양원 봉사를 많이 했다”며 “시낭송 유랑단이라고 말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어르신들에게 시 낭송 봉사를 할 때 처음에는 ‘못해유’, ‘안해유’ 하던 분들이 나중에는 앞에 서서 시도 읽고, 암송하기도 해요.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죠. 어르신뿐 아니라 아이들도 정말 많이 달라져요.”

(왼쪽부터) 1대 회장 김명회, 2대 회장 차현미, 3대 회장 유정순
(왼쪽부터) 1대 회장 김명회, 2대 회장 차현미, 3대 회장 유정순

봉사와 함께 교육까지 나서

회원들의 역량 강화로 강사로 나설 수 있게 되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에 나섰다. 학교나 주민센터는 물론, 어린이집, 청소년문화의집 등 다양한 곳에서 시 낭송을 통해 시치료를 시작했다. 또한 당진시 여러 행사 무대에 올라 축시와 헌시, 조시를 낭독키도 했다.

그리고 자체 행사도 매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시 낭송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청소년시낭송대회를 매년 이어오고 있으며, 전국 단위 대회인 심훈전국시낭송대회를 당진시낭송가협회가 주관하고 있다. 또한 매년 한 차례 시낭송의 밤은 물론, 매달 월시낭송회도 진행한다.

월시낭송회 같은 경우에는 회원들만 시 낭송하는 것이 아닌, 시민과 만나기 위해 직접 당진시낭송회가 찾아가기도 하고, 당진의 여러 단체와도 함께하고 있다. 송산 회화나무 아래에서 이근배 시인과 함께 하는 시낭송회는 물론, 나루문학회, 음악협회, 문인협회 등과도 연계한다. 특히 당진의 문학단체와 함께하는 시낭송은 당진 시인들의 시를 알리는 목적도 겸하고 있다.

시 낭송으로 변화 느껴

이들이 이렇게 시 낭송을 알리는 데 노력하는 이유는, 시 낭송의 효과에 있다. 차현미 전 회장은 “전문 기관의 상담을 받아도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느껴 우울증을 앓던 분이 ‘차 한 잔 하실래요’라는 시 하나를 배우고 달라진 것을 보았다”며 “또 수학 시험에서 35점을 받은 아이에게 ‘할 수 있어요’라는 동시를 알려준 후 이후 자신있게 100점 수학 시험지를 가져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명회 전 회장은 “시를 읽는 것도 좋지만, 앞에 나가서 읽으면서 자신감을 키울 수 있고, 크게 소리를 내는 순간 그 시가 내 언어가 되어 힘과 위로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오는 30일, 시낭송가의 밤 열려

한편, 당진시낭송가협회가 올해 마지막 행사인 제14회 당진시낭송가의 밤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행사는 오는 30일, 오후 3시 당진문예의전당 소공연장에서 열린다. 이날 행사에서는 시낭송을 비롯해 단체 시극이 진행된다. 여기서 시극은 회원들이 한 구절씩 시를 읊으면서 전체 극을 이끌어 나가는 것을 말한다. 김 전 회장은 “처음 시낭송 행사를 할 때 회원들이 모두 무대에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극을 제안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정순 회장은 “이제 당진의 시낭송은 ‘공연예술’이 되고 있다”며 “시극이나 시낭송을 통해 다양한 문화 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앞으로도 공연예술로서 시낭송이 더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김 전 회장은 “당진시낭송가협회가 이대로만 이어갔으면 좋겠고, 시민들이 편히 시를 읽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차 전 회장은 “시민들이 애송시 한편씩 가지고 암송했으면 한다”며 “우울증이나 대인관계, ADHD 등이 시를 만나 치유되는 것을 보고, 시민들이 시 하나씩만 암송한다면 아름다운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 회장은 “시낭송이 외롭고 고독한 이들에게 영혼의 안식처가 되길 바란다”며 “그리고 당진시낭송가협회가 확장되길 바라고, 앞으로 시 낭송이라는 길이 더 열리길 희망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