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란이 일었던 합덕농협의 ‘조합장 및 상임이사 보수 인상안’이 대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종섭 당진시농민회장은 이번 사태를 두고 “당연한 결과”라면서 “보수 인상안이 부결된 것은 농심이고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조합장 및 상임이사 보수 인상 논란
최근 합덕농협이 쌀값 폭락과 경영 적자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에서 상임 조합장과 상임이사의 보수 인상안을 통과시켜 논란이 일었다.
지난 10월 31일 열린 제10차 정기이사회에서 상임이사의 연봉을 7680만 원(기본 연봉 4800만원+성과 연봉 2880만원)에서 8480만 원으로, 조합장의 연봉을 8000만 원(기본 연봉 5000만 원+성과 연봉 3300만원)에서 8800만 원으로 각각 인상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이를 두고 이광연 합덕농협 이사는 “쌀값 폭락에 경영 적자, 조공법인의 티몬 미정산 사태에 따라 결산 부담 등 임원 보수 인상 시기가 적절치 않다”며 조합원들의 어려움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합덕농협 측은 17년 동안 임금이 동결됐고, 물가 상승을 고려해 현실적인 보수 책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본지의 취재를 통해 정상영 조합장은 “대의원 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더라도 나는 인상분의 내 몫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방선영 상임이사는 “이사회에서 안건이 통과된 것으로, 대의원 총회가 남아 있기에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종섭 당진시농민회장은 이번 보수 인상안을 강하게 비판하며, 현수막 게재부터 대대적인 항의 집회도 예고했다. <본지 제1529호 ‘쌀값 ‘곡소리’ 농민 뒤로 임금올리는 ‘농협’ ’ 기사 참조>
조합장, 논란 의식한 발언 이어져
농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합덕농협이 지난달 25일 대의원 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의원 총회에는 60명 중 56명이 참석했다.
정상영 조합장은 인사말에서 그동안의 논란과 반발을 다소 의식한 듯 보였다. 그는 “제2호 안건(보수 인상안)에 대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이사회는 심의기관으로, 대의원 총회 전에 언론에 제보된 것은 합덕농협 60년사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2년 지도사업비는 5억 3000만원, 올해에는 6억 6000만 원, 내년에는 8억에 달하게 인상할 것이며 (…중략…) 제주 워크샵 관련 예산 인상, 12월 중에는 셀프주유기를 설치해 비용을 절감해 (…중략…) 양질의 서비스로 고객에게 다가가겠다”고 전했다.
이번 대의원 총회에서는 △제1호 의안 정관 변경(전문개정) 의결의 건 △제2호 의안 ‘임원 보수 및 실비 변상규약’ 전문 개정 의결의 건 △제3호 의안 대의원회 운영규약 전문개정 의결의 건 △제4호 의안 2025년도 사업계획 및 수지예산서(안) 의결의 건이 다뤄졌다.
제1호 의안은 큰 소란 없이 통과됐고, 조합원 및 농민들의 관심을 받는 보수 인상안이 제2호 의안으로 상정됐다.
기획상무의 안건 설명에 따르면, 합덕농협 조합장 보수 및 비상임 임원 실비는 2007년 11월 27일 인상된 후 그동안 동결됐으며, 상임이사 보수도 상임이사 제도 도입 당시인 2013년 2월 4일 이후 현재까지 동결돼, 현실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로 당진시와 서산시, 아산시, 천안시 농협 상임임원의 평균 보수와 비교해 합덕농협의 보수가 적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조합장의 연봉(기본+성과)은 기존 8000만 원에서 8800만 원으로, 상임이사는 7680만 원에서 8480만 원으로 인상되며, 비상임 임원 실비는 기존 30만 원에서 10만 원 인상된다. 이외에도 주요 변경 내용으로는 △기본연봉 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개정 △총회에서 인정하는 경우에는 성과 연봉을 5년 이내에서 정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정 조합장은 “한 달에 60만 원 더 올라가는 것”이라면서 “저는 선거법에 접촉되지 않는 선에서 사회 환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농민들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소한이라도 임원들이나 상임이사는어느 정도 임금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금 인상에 대해 반대 의견 터져나와,
일부 농협의 노력 인정하는 의견도
정 조합장의 발언이 끝나고, 현장에 자리했던 이광연 이사가 발언하려고 나섰다. 그러나 정 조합장은 “이 자리는 대의원들과 나와의 자리로, 발언할 권한이 없다”며 제지했다. 정 조합장의 제지에 이광연 이사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말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끝내 정 조합장이 발언할 기회를 주지않으면서 이 이사는 회의실 밖으로 나가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농협 측은 “대의원 회의 운영 규약에 따라 대의원이 아닌 사람은 의장의 허락을 받아 진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안건에 대해 대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유재동 대의원은 “이번 보수 및 실비 인상안이 그동안 물가 상승이나 타 농협과의 보수액으로 단순 비교한 것 같다”고 지적하며, “다른 농협과 우리 농협의 재무 건전성을 종합 비교했는지, 특히 올해 우리 농협에서 올해 주목할만한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어 “몇몇 임원들이 선거 출마 당시 농협 발전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하며 무보수까지 언급했는데 초심을 잃은 것 같아 실망스럽다”면서 “현재 쌀값 하락과 어려운 농업 현실이 겪고 있는 바, 경영진으로서 경영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발언에 몇몇 대의원들이 공감하며 맞장구를 쳤다.
이에 대해 정 조합장은 “제가 조합장이 되면서 예대 비율 62%에서 70%로 올라갔다”면서 “상호금윰 2000억 원 달성 목표인데 1780억을 달성한 상태로, 이 근처에 2000억 달성한 곳이 없다”고 답변했다.
한편 강을형 대의원은 농협의 노력을 강조하며 찬성 의견을 밝혔다. 그는 “올해 농협이 지도사업비로 6억여 원을 책정하고, 조합원들에게 갖가지를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난 1년 동안 농협이 열심히 노력해 조합원들에게 1억 2000만 원 상당을 지원했고, 내년도 지도사업비를 약 1억 5000만 원 더 상승시켜 조합원들에게 환원할 계획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대의원들에게 비판받을 수도 있겠지만, 열심히 일해서 가져갈 수 있다면 보수를 인상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일부 대위원들은 현재 어려운 농업 상황을 고려할 때 보수 인상이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를 냈다. 김기창 대의원은 “물론 어느 정도 임금을 인상해야 하는데 전체 농민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조합장 인사말 중에서도 ‘이중고’, ‘삼중고’라고 발언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임금을 인상한다는 것은 말이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비밀 투표 끝에 안건 ‘부결’
보수 인상안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이어지며 찬반 투표가 진행됐다. 처음에는 대의원들이 손을 들어 찬반을 확인하고자 했으나, 주옥순 대의원이 비밀 투표를 제안했다. 주옥순 대의원은 “대의원 간 얼굴을 알고 있는데, 누가 어느 쪽에 표를 던지는지 알 수 있어서 부담이 된다”면서 “찬성에도, 반 대에도 손을 들지 않는 두루뭉술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 비밀 투표를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정 조합장은 잠시 회의를 정회한 후,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속개했다. 정 조합장은 주 대의원의 제안을 받아들여, 무기명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찬성 24표, 반대 30표, 기권 1표로 보수 인상안은 부결됐다.
이어 3호 의안인 대의원회 운영규약 전문개정 의결의 건이 상정됐다. 해당 안건은대의원회 참석여비를 기존 2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이다. 대의원들 사이에서는 ‘반대’ 의견이 터져 나왔고, 만장일치로 부결됐다. 4호 의안은 큰 반대 없이 원안 가결됐다.
대의원 총회, 조합원의 승리로 평가
한편 이번 대의원 총회 결과를 두고, 이종섭 당진시농민회장은 “당연한 결과”라면서 “보수 인상안이 부결된 것은 농심이고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당진시농민회는 이종섭 회장을 비롯해 농민회 합덕읍지회장과 함께 정 조합장을 만나 지난달 22일 면담을 가졌다. 대의원 총회에서 최종 결정이 날 것이기에 항의 집회는 잠시 유예하기로 했음을 전했다.
이종섭 회장은 “당진시대 보도를 언급하며 임금 인상에 대해 설명하면서 손님들을 만나고 농정 활동 시 자기 사비를 썼다고 하는데 조합원들은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더구나 조합장은임금이 인상돼도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게 가능한 일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조합장의 ‘농민회에 서운하다, 대의원 총회 전에 언론 보도되는 게 아쉽다’는 발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래도록 임금이 동결돼 왔다고 하지만, 현재 벼값이 대폭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농민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먼저 농민 단체와 대화를 나누고 이사회에서도 인상안이 상정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회장은 “사실 대의원 총회에서 보수인상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투표가 진행되고 반대 의견이 높게 나와 부결된 것은 조합원의 승리”라며 “농협은 조합원, 농민들의 뜻을 엄중히 여겨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