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늘한 겨울바람에도 훈풍의 오일장
전통시장은 오랜 시간 지역 경제와 문화를 지탱해 온 중요한 공간이다. 당진오일장은 매달 5일과 10일 열린다. 지난 15일, 설 명절을 앞두고 찾은 오일장은 여느 때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장터는 다양한 먹거리와 생활용품들로 빼곡했다. 싸늘한 겨울바람 속에서도 상인들의 손은 바쁘게 움직였고, 제수용품과 명절 음식을 장만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북적임은 다소 덜했지만, 여전히 전통시장 특유의 온기와 활력이 느껴졌다.

경기 불황 속 설 대목
생선가게, 야채가게, 과일가게, 건어물가게, 반찬가게 등을 둘러보며 상인들과 장을 보러온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니, 하나같이 설 대목임에도 경기가 어렵다는 말이 돌아왔다.
반찬가게 앞에서 소량의 반찬을 구매하던 한 시민은 몇 번이나 물건을 집었다 놨다를 반복하다 물가 부담을 털어놓았다. “설 명절이 코앞인데 물가가 너무 올라 무엇을 사야 할지 고민된다”며 “예전에는 장바구니 가득 채워 나갔지만, 지금은 필수품만 사도 가격이 부담된다”고 말했다.
길거리 좌판에서 잡곡을 파는 상인은 “시민들이 물건을 살 때 몇 번씩 가격을 묻고 망설인다”며 “경기가 좋지 않으니 시장도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처럼 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야 한다”며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 냄새 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명절 맞이에 분주한 사람들
명절을 맞아 제수용품과 명절 음식을 준비하려는 시민들도 시장을 찾았다. 꽃게를 고르던 한 시민은 “아이들이 설날에 온다 해서 게장을 담그려고 한다”며 “시장에 오면 다양한 물건을 보고 고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꽃게를 한 마리씩 들어 무게를 확인하고, 등딱지를 손끝으로 두드리며 신선함을 확인하고, “꽃게가 살이 꽉 찼나요?”라고 물었다. 상인은 “급냉한 알이 밴 꽃게니 믿고 가져가도 된다”며 웃었다.
생선을 정리하던 한 상인은 “설 명절을 앞두고 손님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며 “필요한 물건은 미리 장만해 두는 게 좋으니 이번 장날도 많이들 찾아달라”고 웃어 보였다. 이어 “아직 설이 2주나 남은 상황이라 오히려 주머니를 열지 않는 것 같다”며 “다음 장날은 좀 나을 거 같다”고 말했다.
손님이 떠난 후 물건을 정리하던 생선가게 상인은 “설 명절을 앞두고 필요한 물건을 미리 장만하려는 손님들이 오고 있다”며 “다음 장날에는 차례에 쓰이는 생선이 나갈 것 같아 좋은 물건을 더 많이 들여놔야 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좌판에 있는 과일가게를 찾은 한 시민은 제사에 올릴 사과와 배를 고르며 상인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사과를 손에 들어 한 바퀴 돌려보며 색과 크기를 살피고, 배의 단단함을 손끝으로 눌러 확인했다
과일가게 주인은 “사과나 배 같은 제수용품은 설에 꼭 필요한 것들이라 시민들이 하나씩 사 가신다”며 “요즘 물가가 오르긴 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의 물건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은 고른 과일을 장바구니에 넣으며 “설날에는 아무래도 필요한 게 많아서 꼭 시장에 들른다”며 “요즘 물가가 워낙 비싸서 마트보다는 오일장을 오게 되는데 덤도 있고, 가격도 저렴하고,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장 보는 맛이 있어 시장 특유의 분위기가 좋다”고 미소를 보였다.

전통시장, 희망은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젓갈을 판매하는 상인은 “경기가 어려워도 찾아주는 단골 손님이 있어 힘이 난다”며 “이런 시기일수록 정직하게 장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18년째 오일장에서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는 상인은 “장터가 어려워도 상인들이 협력하면 다시 활기를 찾을 날이 올 것”이라며 “시민들과 소통하며 노후화된 시장을 새롭게 단장해 더 나은 시장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명절마다 단골 손님들이 찾아오고, 경기가 어려워도 설날엔 꼭 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있어서 그 덕분에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며 “설이 아직 2주나 남아서 오히려 이번 장보다 다음 장날에 사람들이 나올 것 같다”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읍내동에서 왔다는 시민은 채소를 사면서 “설 준비는 부담스럽지만 전통시장을 찾아야 사람 사는 것 같다”며 “마트에서는 내 맘대로 물건을 고르기도 어렵고 만원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것도 없는데 시장에서는 한 바구니에 만원짜리가 많다”고 웃어 보였다.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의 위로
추운 날씨에 지친 시민들은 시장 골목의 국밥집으로 향했다. 국밥집 주인은 “요즘 경기가 안 좋아 주변 상인들이 힘들어하나 같이 장사가 안된다고 한다”며 “국밥은 겨울에 많이 나가는데도 불구하고 연말 탄핵이 발표되고 정국이 어수선할 때는 정말 장사가 안됐었다”고 혀를 찼다. 덧붙이며 “그래도 요즘 날도 춥고 요즘 시민이 조금씩 늘어나 장사가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국밥을 먹는 손님들은 “국물 한 숟갈에 얼었던 몸이 따뜻해진다”며 “장구경도 하고 추운 날씨에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이 보약”이라며 잠시 추위를 잊고 온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겨웠다.

“명절 준비는 전통시장에서”
옛것이 사라지는 요즘, 50년 전통 시장은 여전히 희망과 따뜻함을 품고 있었다. 어려운 경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명절을 맞아 상인들은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전통시장의 따뜻한 정서를 전달하고 있었다. 명절 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상인들의 노력에 응답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파처럼 매서운 현실 속에서도 상인들은 시장을 지키며 희망을 잃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이번 설은 25일부터 30일까지 길다. 20일과 25일 유난히 긴 설 대목장을 앞두고 가족들을 위한 좋은 식재료를 장만하기 위한 시민들로 오일장은 북적일 것이다. 이러한 희망을 품고 경기불황과 한파라는 매서운 현실 속에서도 상인들은 시장을 지키며 희망을 잃지 않으려 노력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