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먹는 따뜻한 밥 한 끼가 노인들에게는 최고의 복지이자 가치인 것을 알았다.
“동경대학생이 누군지 아셔요? 동네 경로당만 다니시는 분들이 자기들은 동경대학생이라고 한답니다”
경로당에서 하루종일 앉아서 화투 치고 잡담만 하지 말고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나를 쳐다보며 위원회에 참석하신 교장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그때는 노인들도 생산적인 소소한 일거리라도 만들어 일하며 소일이라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이였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회장아 그게 사는 거여 할 일 없이 이렇게 앉아서 날만 기다리는 건 죽은 거지 사는 게 아니야!”
너무 바빠 힘들다고 투덜거리는 나를 보며 90세 넘게 사는 것이 부끄럽다는 어느 할머니의 자조 섞인 말씀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일하고 싶어도 몸이 말을 안 들어 할 수 없는 노인들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무슨 생산적인 일을 하라고 했는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책은 현장 중심으로 시작하는 것이 맞다.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복지는 무엇일까? 커피에 과일 한쪽이 아침 식사인 젊은 사람 세대, 밥하고 김치로 평생 아침 식사를 하며 살아온 부모 세대. 나는 그렇게 먹고는 못 산다고 따로 밥해서 혼자 먹다 그것도 귀찮으면 아침을 거르고 경로당에 오셔서 점심은 꼭 밥으로 먹어야 한다고 화풀이 겸 투덜대신다.
2024년 12월 23일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65세 인구가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일본보다 2년 더 빠르게 초고령사회가 되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저출산율이 한몫했다.
노인빈곤율 자살률 세계 1위인 우리나라는 빠르게 진입한 초고령사회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 2025년 1월 보건복지부에서 “정부는 경로당의 역할과 기능발전을 통해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생활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는데 경로당 기능유형 다변화 및 환경개선 그리고 이용자 욕구에 맞는 다양한 식사 제공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으로 전국 6만7900여 개 경로당 중 점심 식사를 3일에 제공하는 경로당이 6만여 곳이라 한다. 많은 예산과 관계기관 노인회 회원들의 희생과 봉사로 시행되고 있지만, 문제점 또한 상존한다. 올해부터는 점심 식사를 5일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점심 한 끼의 소중함이 여러 가지 문제점과 수고하는 분들의 고생을 안고 간다. 한 사람이라도 혼자 밥 먹는 외로움에서 벗어 날 수 있다는 보람과 함께.
경로당은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시설이자 자산이다. 노인복지법에서는 경로당을 노인여가복지시설로 정하고 지역주민들의 친목 도모, 취미활동, 공동작업장 운영 및 정보교환 기타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로 정의하고 있다.
허나 노인여가복지시설로의 설치목적보다 초고령사회 늘어나는 노인들과 혼자 사는 노인들의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노인들의 일상적인 사회적 공간으로 자리 잡은 경로당이 사회 문화 복지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제고하여 노인복지의 요람이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