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라도 재미있게, 신나게 한번 해보자고요. 그래 야 주민자치가 삽니다.”

송산면 주민자치회 김향곤 회장의 말에는, 마을에 대한 애정과 동시에 깊은 고민이 배어 있었다. 이름 그대로 ‘주민이 주체가 되는 자치’를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예산의 제약, 권한 의 한계, 반복되는 사업의 피로감에 부딪히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송산은 ‘다 같이 행복한 마을’을 만 들기 위한 길을 모색 중이다. 때로는 작은 축제로, 때로는 사라진 마을의 기억을 되살리는 기록사업으로, 송산 주민 자치회는 오늘도 지역과 사람을 잇는 실험을 이어간다.

다함께 행복한 송산의 꿈

송산면 주민자치회가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업은 ‘다행이 다 축제’다. 코로나19 이전 열렸던 이 행사는 올해 다시 부활을 준비 중이다. 축제명은 ‘다 함 께 행복하게’의 줄임말. 이름처럼 세대와 계층을 넘는 화합의 장을 지향한다.

김 회장은 “작년 주민총회에서 이 축제 안건이 통과됐다”며 “아이 들 체험 부스부터 어르신 장터, 노 래자랑, 사진 전시까지 온 마을이 함께 어울리는 자리로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축제는 단순한 즐길거리를 넘어, 그간 단절됐던 이주민과 원주 민간 교류의 계기를 마련하는 장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송산은 겉보기엔 조용히 잘 지내는 것 같지만, 이웃 간 깊은 교류는 부족하다”며 “끼리끼리는 잘 어울려도, 전체가 함께 뭉칠 자리가 꼭 필요하다”고 축제의 의미를 설명 했다.

사라진 마을, 그리고 기억을 잇는 사진들

송산면 주민자치회의 또 다른 자랑은 ‘사라진 마을 프 로젝트’다. 행정구역 재편으로 사라진 가곡리·동문리 주 민들의 기억을 사진과 기록으로 되살린 이 사업은, 마을의 정체성을 되짚는 중요한 작업이 됐다.

김향곤 회장은 “옛날 사진을 어르신들께 받아 인쇄하고 전시했다”며 “6.25 전쟁 전후의 민둥산 사진까지 담겨있고 지금도 주민자치회가 사진을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희망 송산’이라는 지역 법인은 주민자치회 제안으 로 시작됐다. 희망 송산은 송산의 어르신들을 위한 지역 복지사업으로 마실노인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에 카폐를 열어 바리스타 교육과 카페 운영으로 지역 민들에게 봉사했다. 김 회장은 “4년 가까이 무료 재능기부 로 운영했다”고 말했다.

사업은 많고, 권한은 없고, 예산은 아쉽다

하지만 주민자치회의 성장은 늘 제도적 한계와 함께였 다. 올해 송산면 주민자치회는 공모 사업에 참여하지 못했 다. 이유는 간단하다. 위원 모집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당진 1‧2동도 재공고를 할 정도였다”며 “처음 주민 자치회는 인기가 좋았는데 지금은 일이 힘들다고 소문이 난 것인지 30명 채우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보조금 사업 중심의 구조도 한계다. 김향곤 회장은 “5 만 원 회비 받아서 회의하고 밥 먹고, 수익 사업도 못 하 니 자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동기부여를 위해 올해 8월엔 우리 자비로 야외활동을 간다. 바람도 쐬고 분위기도 좀 바꿔보자는 취지”라고 전했다. 송산사 회복지관과의 프로그램 중복도 고민거리다. 김 회장은 “노인, 아동 프로그램은 복지관에서 대부분 한다”며 “주 민자치회는 프로그램 중복을 피하려 조율하고 있지만, 청년 대상 프로그램은 거의 없어 그 공백이 크다”고 말 했다.

‘사업단체’ 아닌 ‘주민의 대변자’로 거듭나야

주민자치가 단순한 사업 운영 기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도 곳곳에서 나온다. 인터뷰 중 김 회장은 “주민자치 회는 사업만 운영하는 기구보다는 주민 목소리를 가까이 에서 듣고 시에 전달하는 기구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 문했다.

도시재생, 마을 경관 개선, 각종 지역 현안에서 주민자치의 목소리는 아직 작다. 김향곤 회장은 “총괄협의회에 참여해도 실질 결정은 행정이나 개발위원회 몫”이라며 “우리는 정보만 공유받는 입장”이라고 아쉬워했다.

실제 송산의 주요 현안 대응은 여전히 사단법인 개발위 원회 중심으로 돌아간다. 환경 문제, 산폐장 대응, 대형 공 원 조성도 주민자치회도 연계하고 있지만 타 기구가 주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송산은 현재 주민자치회의 제도 적 변화를 모색 중이다. 김 회장은 “배병찬 연합회장 주도 로 조례 개정 TF가 구성됐다”며 “주민자치회의 변화를 위한 준비는 시작됐다”고 전했다.

<임원 명단> △회장: 김향곤 △부회장: 윤미경 △사무국장: 윤규연 △사무차장: 오윤희 △감사: 김찬식 △홍보기획분과: 김경은, 양석일, 정기룡 △지역복지분과: 김민성, 김진홍, 김창식, 박소 연, 이은화, 이창우, 정영옥 △문화교육분과: 강궁원, 박호 영, 윤민자, 이영자, 이천호, 최성복

[미니 인터뷰] 김향곤 송산주민자치회 회장

“갈등 없는 희망 송산”

“송산은 주민들 간 갈등이 없는 지역입니다.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 화합을 우선으로 하는 것 이 목표이고 우선 우리 회원들이 신나는 사업을 펼칠 예정입니다. 사업은 줄이더라도, 활동의 재미와 자부심을 느끼게 해줘야 합니다. 그게 지속가능한 주민자치의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