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당진시가족센터장
김민정 당진시가족센터장

신록의 푸르름을 더해가는 5월, 사람마다 5월이 갖는 의미는 다르겠지만 많은 이들이 ‘가족’과 ‘감사’라는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어린이날(5일)’을 시작으로, 늘 퍼주시기만 하는 부모들도 이날만큼은 자식들에게 작은 기대를 하는 ‘어버이날(8일)’, 그리고 가슴으로 낳은 사랑으로 또 하나의 가족이 되는 ‘입양의 날’(11일), 만 19세가 된 이들을 축하하는 ‘성년의날(20일)’, 둘이 만나 하나가 된 부부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부부의날’(21일)까지 가족 구성원을 기념하는 날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래서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르며 가정의 중요성과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것은 아닐까? ‘가족’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 family가 “아버지, 어머니,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영문 첫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단어이기에 단어 자체로 가족의 소중함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정의 달 5월을 맞을 무렵만 되면 미디어를 채우는 것은 온통 정상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집중된다. 우리 사회가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에 대해서는 잘 조명되지 않는다. 기존의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이벤트보다, 가족의 형태가 어떻든지 상관없이 가족의 모든 구성원이 친밀한 삶의 울타리로 기능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때다.

이제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정상은 더 이상 결혼과 4인 가족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건 상식이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34%를 넘어 보편적 가구가 되었고, 한부모 가족의 비율도 7%를 넘었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30%를 넘어섰다. 이런 사회 변화에 발맞추어 1인 가구나 비혼 동거가구 등 다양화하는 가족 형태를 고려하여 제도 개선이 필요해지고 있다.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가족>(동아시아, 2022)에서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결혼제도 안에서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을 이상적 가족의 형태로 간주하는 사회 및 문화적 구조와 사고방식을 말한다. 바깥으로는 이를 벗어난 가족 형태를 ‘비정상’이라고 간주하며 차별하고, 안으로는 가부장적 위계가 가족을 지배한다. 정상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가족이 억압과 차별의 공간이 되어버리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한국이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비정상적으로 추구하다가 정상가족을 이루기가 힘들어져 버린 특이한 나라가 되었다. 가족이 사라져 가고 있는 우리 사회,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을 거부하는 주된 이유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의한 부담감이라 할 수 있다. 두 사람이 결혼하여 부부가 되는 것은 애인이나 친구, 동거인처럼 단순한 관계가 아니다.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는 사회적, 법적 유대관계가 확실하고 결혼식을 통해 새로운 삶에 헌신하며 부부로서 사회에서 기대되는 역할과 책임이 분명하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출산과 양육 등 가족생애주기에 따른 변화 속에서 함께 적응하며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때론 이 과정에서 사별이나 가족의 해체를 경험하게 되기도 한다.

다양한 가족의 출현은 기존의 전통적인 가족의 기능을 스스로 할 수 없는 가족의 출현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부모가족, 조손가족, 위탁가족, 1인 가구 등의 증가는 가족에게 부과되던 돌봄의 기능이 이제 가족을 넘어 사회적인 돌봄시스템으로의 전환과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결혼과 노동환경 변화에 의한 이주민의 증가도 우리사회 가족구조의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30만명을 넘어서며 이미 다문화사회에 접어들고 있다. 이들을 사회공동체 안에서 구성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 정부와 지역사회의 노력도 필요하다.

한편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지 않아도 아이들이 잘 살 수 있는 다채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만 귀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싱글맘(single mom), 싱글대디(single daddy)도 혼자서 충분히 아이를 잘 성장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주는 게 중요하다.

그림책 『우리는 가족: 누가 나의 가족일까?』의 첫 페이지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사람들은 가족이면 다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가족은 저마다 달라요. 어떤 가족은 구성원 수가 많고, 어떤 가족은 적으며, 공간만 함께 쓰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가까운 가족도 있어요. 혈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족도 있고, 순전히 사랑만으로 연결된 가족도 있지요.’ 현대 사회의 다양한 가족의 의미를 잘 표현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의 모습은 각각 다르지만 우리는 가족 안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또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인류애를 배우며 성장한다. 어떠한 모습의 가족이든지 가족의 꿈을 키우며 가족의 기능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사회의 역할일 것이다.

지난 4월 2일 국회에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가족센터를 중심으로 한 통합적인 가족복지 전달체계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되세기며, 다양한 가족을 포용할 수 있는 우리사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