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합덕연꽃축제는 합덕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로, 지역 주민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는 동시에 합덕 주민들의 화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치러져 왔다.

하지만 그 이면엔 ‘반복’과 ‘관성’이라는 말이 따라다녔다. 그러나 올해로 8회를 맞이한 이번 축제는 추진위 체계 개편과 프로그램 전환을 통해 ‘변화의 첫걸음’을 내딛으며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지난 9일 홍성록 당진합덕연꽃축제 집행위원장을 만나 축제 준비 과정과 그 안에 담긴 고민, 지역민 참여의 필요성,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무대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이번 축제를 이끄는 홍성록 집행위원장은 처음으로 공모 절차를 통해 선출됐다. 이전까지는 ‘물려받기’식 위촉이 주를 이루었지만, 정관 개정과 위원회 구성 방식의 변화를 통해 공개적이고 투명한 체계를 도입했다. 그는 “이제는 누가 하느냐보다 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이번 변화를 “축제의 방향을 바꾸기 위한 첫 시도”라고 말한다.

가장 큰 변화는 축제 공간 구성 방식이다. 기존에는 무대 중심 공연과 정형화된 프로그램이 중심이었지만, 올해는 ‘창조’, ‘체험’, ‘놀이’, ‘휴식’이라는 네 개의 테마로 공간을 분리하고, 가족 단위 방문객을 고려한 분산형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예를 들어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물놀이 공간, 다문화 가정을 위한 문화 체험존, 지역 먹거리와 연결된 푸드존, 그리고 성인들이 편안히 머물 수 있는 힐링 쉼터까지 전 세대가 어우러질 수 있는 구조로 변화시킨 것이다.

특히 ‘낙화(落火)’라는 전통 불꽃 연출을 올해 처음으로 도입해, 단순 조명 위주의 야간 경관을 넘어선 볼거리도 제공 할 예정이다. 낙화는 둘째 날 저녁 연지 일원에서 진행되며, 당진 최초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버스킹도 달라져야 한다”

이번 축제는 ‘버스킹’ 프로그램도 새롭게 정의했다. “버스킹이 그냥 무대에 올라가 공연하는 게 아니잖아요. 기타 하나 들고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것, 그게 진짜 버스킹이죠.” 그는 기존처럼 무대를 설치해주는 형식이 아닌, 게릴라성 거리 공연으로 버스킹의 개념을 바꿨다. SNS나 유튜브를 통해 활동 중인 인디뮤지션을 직접 섭외해 다양성과 개성을 더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 일부의 반발도 있었다. ‘왜 지역 공연자들을 쓰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올 법도 했다. 그러나 홍성록 위원장은 “늘 같은 공연으로는 더 이상 지역 축제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관객의 눈높이와 변화된 트렌드를 고려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을 배제하는 것 아닌 변화에 동참”

“저도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입니다. 지역을 배제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지역 내부의 오해와 불만에 대해 홍 위원장은 단호히 말했다. “문제는 지역이 아니라 변화에 대한 준비입니다. 변화가 없으면 축제는 외면당합니다.”

그는 “당진합덕연꽃축제는 시민을 위한 축제지만, 동시에 외부 방문객에게 지역을 알리는 중요한 창구”라며 “지역 주민 스스로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새로운 것에 열린 자세를 가져야 진짜 지역 축제가 된다”고 말했다.

“합덕제를 넘어서, 당진의 사계절로”

홍 위원장은 당진합덕연꽃축제가 단발성 여름 축제로 머무르지 않길 바란다.

“봄엔 기지시줄다리기, 여름엔 당진합덕연꽃축제, 가을엔 국화나 쌀 축제, 겨울엔 철새나 고니 관찰… 당진은 사계절을 테마로 한 문화 관광도시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합덕제는 특히 ‘연꽃’, ‘연지’, ‘버드나무 군락’ 등 자연 자원을 기반으로 축제 공간이 구성된다. 하지만 숙박·먹거리·교통 등 인프라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눈에 띄는 먹거리도 없고, 숙소도 부족하다. 기본이 안 돼 있으면 관광객은 단순 스쳐가는 손님일 뿐이다”라는 말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축제는 결국 사람이 만든다…말 한마디의 힘”

홍 위원장은 축제 추진 과정을 “고된 노동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다.

“축제 사흘간, 밥 한 끼 제대로 먹기 힘들어요. 체감 온도 40도 넘는 날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움직여야 하죠. 그렇다고 무슨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열정으로만 버팁니다.” 그래서 그는 시민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

“물 한 잔, 말 한마디. ‘고생했어요’라는 말이면 됩니다. 그렇게 시민들이 함께 축제를 만든다는 마음을 가지면, 그게 바로 성공입니다.”

“관성 깨지 않으면 변화 없어”

홍 위원장은 이번 임기를 ‘기반을 다지는 2년’으로 삼고 있다. “그동안 이취임식도 한 번 제대로 못했어요. 다음 위원장에게 넘길 땐 ‘고생하셨어요’라는 인사를 받으며 물려주고 싶습니다.”

그는 변화의 씨앗이 이번 축제에서 제대로 뿌려진다면, 제10회 당진합덕연꽃축제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당장은 시행착오도 많겠지만, 관성을 깨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당진시민 여러분, 함께해 주세요”

끝으로 그는 당진시민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합덕제는 단순히 여름 이벤트가 아닙니다. 우리가 우리를 알리는 장입니다. 지역민 스스로가 이 축제를 자랑스럽게 여겨야 외지 사람들도 관심을 가집니다.”

그는 축제 이후를 내다본다. “내년에는 준비 기간도 넉넉해지고, 경험도 축적될 것입니다. 그리고 축제의 진짜 주인은 시민 여러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