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심 친수공간 확보를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는 당진호수공원 조성사업에 대해 시민사회가 본격적인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 19일 당진시 브리핑룸에서 열린 ‘제3차 긴급기자회견’에서 당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사업 전면 중단을 촉구하며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이번 기자회견은 강희연 참교육학부모회 당진지회 회장이 사회를 맡아 진행됐으며, 박영규 당진비상행동 공동대표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당진참여연대와 당진YMCA, 주요 시민단체 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시민을 배제한 인공호수,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박영규 공동대표는 인사말에서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호수공원이) 필요하지만 예산마련 방안과 시급성 등을 따지면 꼭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특히 “시에서 호수공원 조성을 기업의 기부금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는데,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기업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일”이라며 “과도한 예산이 투입되는 호수공원 조성보다 민생정책을 먼저 펼쳐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규탄 발언에 나선 차준국 당진참여연대 회장은 “오 시장이 지난 기자회견에서 기업들의 기부금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는데, 또 다른 업체들에게도 기부금을 요구한 것이
아니냐”며 “시가 인허가권을 가지고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재정문제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MOU를 맺은 업체들을 밝혀라”라고 말했다.
송영팔 공동대표도 “시민들은 일상생활에서 많은 불편함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데 호수공원 조성은 시민 정서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며 “10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매년 10억원이 넘는 유지보수 비용이 들어가는 호수 공원보다는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친환경 경관을 조성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전상미 당진비상행동 집행위원은 “시민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행정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이제라도 행정 절차를 전면 재검토하고, 공론장을 열어 시민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 1000억, 유지비 수억 원부담은 결국 시민 몫”
이날 기자회견문은 권중원 당진YMCA 사무총장이 낭독했다. 권 사무총장은 “호수공원 조성사업에는 총 1000억 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며, 사업이 완료된 이후에도 매년 수
억 원의 유지관리비가 발생한다”며 “이러한 재정적 부담은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당진시는 한국가스공사 240억 원, 현대제철 200억 원, 한국전력 250억 원 등 총 690억 원 상당의 기업 기부금으로 예산 일부를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시민단체는 해당 발표가 과장되거나 사실과 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상행동은 현대제철이 기부 명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한국전력 또한 기부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밝혔다.
“공론화 없는 행정, 도시계획도 요식절차 그칠 우려”
당진시는 지난 4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조건부 농지전용 협의 통보를 받고, 5월에는 충청남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호수공원 부지를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했으며, 6월 10일에는 이를 고시하고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시는 2026년 9월 착공, 2028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비상행동은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현장 조사와 여론 수렴 없이 형식적인 절차만 밟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토지보상 절차와 관련해 시가 150억 원을 책정하고, 지주 64명과의 협상이 어려울 경우 강제수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에 대해 ‘행정의 폭력적 접근’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시민은 “강제수용 발언은 갈등을 조장하고 지역사회를 분열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기업 기부 요구 중단하고 사회 인프라에 집중하라”
당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기자회견에서 6가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발표하며, 당진시가 사업을 즉시 철회하고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밝혔다.
당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요구는 첫째, 사업 자체의 전면 중단이다. 인공호수공원은 과도한 예산 투입과 낮은 공공성, 환경오염 우려가 뒤따르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즉시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진흥구역 해제에 대한 조건부 동의 철회 요구다. 실질적 실사 없이 절차만 밟은 행정행위는 향후 법적·재정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셋째, 충남도 도시계획심의위원회가 ‘탄소중립’, ‘생태공원’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에 현혹되지 말고 자연그대로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넷째, 오성환 시장이 기업체에 기부를 요구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할것. 이는 관권 기부 강요 논란을 낳을 수 있으며, 기업과의 불투명한 유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다섯째, 30만 자족도시에 걸맞는 의료, 교육, 공공교통, 환경 등의 사회인프라에 집중할 것을 촉구했다. 당진의 실질적인 정주 여건은 공공의료, 학교시설, 전통시장 개선, 대기오염 해소 등 보다 절박한 사안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여섯째, 당진시의회가 이번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호수공원 사업의 전 과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책임추궁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정치적 치적보다 시민의 삶을”
참석자들은 “호수공원 조성비용, 기업체에 기부요구 행위 즉각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당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정주 여건 개선이라는 미명 하에 무리하게 추진되는 대형 토목사업은 시민의 동의 없이는 정당성을 가질 수없다”며 “오성환 시장은 정치적 치적에 매달리기보다, 지금 이 순간 시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민생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