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하는 바다를 넓고 깊게 보고 싶어요. 바닷속을 보면 파랗다 못해 새카만데 그 속에서 공포심보다는 신비로움을 느낍니다.”
현대제철 가스설비팀에서 일하고 있는 엄도영 스쿠버다이버(45)는 10년 가까이 스쿠버 다이빙과 수중 촬영을 병행하며 물속 세계를 기록해오고 있다. 유튜브와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영상을 공유하고, 엽서를 만들 만큼 사진 작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취미로 시작한 다이빙은 이제 그의 인생 그 자체가 됐다.
“바다는 놀이터였습니다”
전북 부안 출신인 엄도영 다이버는 “어릴 적 집에서 해수욕장까지 걸어서 5분 거리였다”며 바다와 가까운 유년 시절을 떠올렸다.
“5~6살 때부터 친구들과 온종일 바다에서 놀았어요. 숨을 오래 참는 건 물론이고, 물에 대한 공포가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깊은 곳일수록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그는 서울과 평택을 거쳐 2012년 현대제철에 입사하면서 당진에 정착했고, 이후 같은 부서 동료의 권유로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했다. 엄 다이버는 “서핑, 골프, 등산 등 다양한 취미를 가진 친구였다”라며 “그 동료가 2016년 세부 막탄으로 다이빙 자격증을 따러 간다길래 함께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오픈워터(최대 18m)와 어드밴스(최대 40m) 자격증을 한꺼번에 취득했다.

리브어보드로 시작된 다이빙 인생
자격증을 딴 그 해, 엄도영 다이버는 홀로 호주 케언즈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리브어보드 투어에 참가했다. 리브어보드란 3박 4일에서 길게는 2주까지 배에서 머물며 망망대해로 나가 다이빙만 하는 여행을 뜻한다.
“리브어보드 다이빙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됐어요. 이후로 1년에 해외를 3번에서 많게는 6~7번까지 다녀왔습니다.”
그는 다이빙의 매력에 대해 “깊은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숨 쉬고, 무중력 상태로 떠다니는 경험이 매력적”이라며 “인간의 한계를 장비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말했다.

바닷속에서 만난 새로운 세계
그는 호주 케언즈에서 처음 리브어보드에 올랐을 때, 한국인은 자신뿐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 한국인 다이버 5명 정도가 새롭게 합류했다. 그중 본업이 치과의사인 한 다이버를 만나면서 국내 다이빙에도 눈을 뜨게 됐다.
“그분이 국내 바다의 매력을 알려주셨어요. 30m 이상 수심에서 말미잘 밭이 펼쳐진다거나,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엄 다이버는 주말이면 동해는 물론 통영, 남해, 울릉도, 제주도 등 전국을 누비며 다이빙을 즐겼다. 다만 그는 “국내 바다는 수온이 낮고 시야가 좁은 데다 겨울철에는 파도가 높아 일정이 자주 취소된다”라며 “스쿠버다이빙을 깊이 좋아하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영상으로 담는 바닷속 이야기
“아름다운 풍경과 생물들을 혼자 보기 아까워서 촬영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기록이 목적이었지만, 점차 방향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잡혔다. 촬영을 잘하기 위해 해양 생물에 대한 공부도 병행했다.
“생물들이 도망가는 모습만 찍히더라고요. 그래서 다이빙을 떠나기 전에 그 지역에 어떤 생물이 살고, 어떤 습성을 가졌는지 미리 공부했어요. 생물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위협적이지 않게 다가가려고 연구했습니다.”
최근 1년 반 전부터는 사진 작업도 시작했다.
“영상 촬영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사진은 영상이 담아낼 수 없는 찰나의 순간과 선명한 색감, 질감 등을 담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어요.”

“오늘의 바다는 다시 오지 않아요”
10년이 지났지만, 엄도영 다이버는 여전히 바다가 새롭단다.
“같은 장소라도 매일 수질, 지형, 생물 등이 달라요. 오늘과 같은 바다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다이빙으로는 2018년 필리핀 투바타하를 꼽았다.
“쉽게 만나기 힘든 자연 속의 고래상어를 4~5마리 만났어요. 새끼 고래상어가 제 공기방울을 따라오며 30분간 같이 놀았어요. 다이빙의 큰 즐거움이 생물들과의 교감이라고 생각해요.”
이어 “그곳에서 본 손때가 묻지 않은 2~3m짜리 산호들이 펼쳐진 모습은 마치 바닷속 울창한 산을 보는 듯했다”라고 말했다.

기록하고, 알리고, 지키고 싶어요
엄도영 다이버는 최근 당진-천안-아산 지역의 스쿠버 다이빙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이빙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노하우나 기술을 전달해서,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이 좀 더 편안하게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그는 “특히 1~2m 크기로 아주 작아 맨눈으로 보기 어려운 생물을 촬영하는 ‘수중 마크로 촬영’에 매력을 느낀다”라며 “공부를 바탕으로 더 다양한 생물체를 찍고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바다환경에 대한 책임감도 드러냈다.
“다시 찾은 바닷속이 예전보다 시야가 좁아진 것을 느낍니다. 앞으로는 바다의 아픈 모습도 찍고 싶어요. 여건이 된다면 지역 커뮤니티와 연계해 해양 정화 활동도 해보고 싶습니다.”
이어 그는 “쓰레기를 꺼내더라도 처리 문제에는 지역사회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관련 지원이 이뤄지면 재능기부 형태로도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 엄도영 스쿠버 다이버는
- 1981년 전북 부안 출생
- 현대제철 가스설비팀 근무
- NAUI 스쿠버 다이빙 강사
- CMAS 프리다이빙 레벨 2
- 유튜브 및 블로그 divingholic.com 운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