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가 늘었다”는 수치는 반갑다. 하지만 그 숫자가 지역의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2024년 기준, 당진시는 전입 인구가 전출 인구보다 2227명 많아졌다. 전입이 전출을 초과한 순유입 인구는 시 승격 이후 최대 규모다. 인구 총수도 17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깊은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출생보다 사망이 많고, 청년은 빠져나가고 있으며, 복지와 돌봄은 늘어나고 있는 현실 속에 단순한 ‘인구 늘리기’ 이상의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외형은 늘었지만, 구조는 불안
2025년 당진시는 총 6개 분야, 114개 인구 관련 정책 사업을 시행한다. 2025년 당진시 인구정책 시행계획을 보면 당진시의 인구 관련 총예산은 약 6261억 원. 출산·돌봄·정주·일자리·의료·환경 등 시정 전반에 걸친 종합계획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신혼부부 주거지원, 산후조리비, 공공산단 유치, 야간 소아진료센터 운영, 관광지 인프라 확충 등 다방면의 시도가 계획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책의 상당수가 단기적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출산 장려금, 육아용품 지원, 초등돌봄 간식비 지원처럼 ‘지금 당장 도움이 되는’ 정책은 많지만, 장기적으로 지역과 삶을 연결하고 정착을 유도할 수 있는 구조적 설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러한 정책은 일시적 인구 유입이나 소비 증가에는 효과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는 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기존 인구정책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사 오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향하고, 출산율은 전국 평균 0.75명 수준에 머문다. 당진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24년 당진의 출생아 수는 857명, 사망자는 1523명이다. 인구는 늘었지만, 정작 지역의 뿌리는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이처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심각한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에 직면하면서, ‘관계인구(關係人口)’라는 개념에 주목하고 있다.
관계인구는 특정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는 ‘정주인구’는 아니지만, 그 지역과 지속적이고 다각적인 관계를 맺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며,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방의 미래를 다시 설계
중앙정부도 관계인구 시책을 추진하며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주말마다 농촌을 찾는 도시민, 지역 특산물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 마을 축제에 매년 참여하는 가족, 혹은 지역의 콘텐츠를 제작해 SNS에 소개하는 청년 등이 모두 관계인구에 해당한다.
관계인구는 ‘이주’와 ‘정착’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정서적 소속감과 생활의 일부가 지역과 연결되는 상태를 추구한다. 이들은 지역경제의 소비자이자, 공동체의 지지자, 그리고 미래의 정착 예비군이 될 수 있다.
단순한 일회성 방문객인 ‘교류인구’와도 구별되는 관계인구는, 지역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꾸준히 방문하고, 지역 상품을 소비하며, 나아가 지역의 활동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지역과 연결고리를 만든다. 이처럼 느슨하지만 의미 있는 연결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타 지역의 정책 사례는?
전국 곳곳에서 이미 관계인구 전략이 실험되고 있다. 전남 고흥군은 도시민 대상 체류형 귀향 프로그램을 운영해 참가자 일부를 귀촌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전북 진안군은 ‘진안사람 인증제’를 통해 외지인과의 공식 유대를 제도화했다.
경북 안동시는 외지 청년과 지역 주민을 매칭해 콘텐츠를 함께 제작하는 ‘로컬프렌즈’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강원 정선군은 SNS 이벤트와 팬덤을 통해 지역 관광의 ‘서포터즈’를 형성했다.
특히 충남 청양군은 ‘로컬라이즈 청양’ 프로젝트를 통해 외부 청년 창작자와 지역 주민이 함께 콘텐츠를 제작하고, 지역의 이야기를 외부에 전하는 방식으로 느슨하지만 지속 가능한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청양을 제2의 삶터로 여기며, 정착 여부와 무관하게 지역에 대한 애정을 실천하고 있다.
당진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인구 개념’
당진은 관계인구 정책을 도입하기에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당진팜’을 통한 농산물 직거래, 삽교호·왜목마을·합덕제 등 풍부한 관광자원, 아미산 둘레길이나 연잎 요리 등 체험 기반의 콘텐츠, 청년과 예술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거점 공간도 이미 존재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착 인구 정책에 관계인구 전략을 결합하는 일이다.
외지인이 당진과 관계 맺을 수 있는 다양한 접점을 만들고, 그 관계를 지속 가능한 루트로 관리하고 확장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예로 ‘당진사람 인증제’, ‘주말 농촌 체험정기권’, ‘청년 로컬 미디어 실험실’ 같은 프로그램이 관계의 밀도를 높이는 시작이 될 수 있다.
관계인구 많아질수록, 지역은 살아
지방의 지속 가능성은 단지 인구 수에 달려 있지 않다. 지역과 연결된 사람이 많아 질수록, 그 지역은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사는 사람’만이 아니라, ‘함께 관계 맺는 사람’을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라며 “삶의 방식이 다원화된 시대, 지방의 내일은 거주지가 아니라 마음이 머무는 곳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언론인터뷰 등에서 “압축도시 시대에 모든 지역이 인구 증가를 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제하며 “정주인구 유치 경쟁 대신 지역의 ‘팬(Fan)’을 만드는 관계인구 전략이 훨씬 현실적이고 현명한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인구 정책의 목표를 ‘숫자’에서 ‘관계의 질’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국토연구원(KRIHS)은 다수의 보고서를 통해 관계인구를 “지역 활력 증진의 핵심 주체”로 규정한다.
특히 ‘생활권 외 인구의 지역 활력 기여 실태와 정책과제(2023)’ 보고서에서는 단순 방문객이 아닌, 지역 내 소비, 사회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인구의 중요성을 데이터로 제시하며 이들을 정책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