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인생 제2막을 살고 있는 순성농원의 구광회 씨(현 면천향교 총무수석장의)
은퇴 후 인생 제2막을 살고 있는 순성농원의 구광회 씨(현 면천향교 총무수석장의)

이제는 100세 시대다. 퇴직 후 남아 있는 삶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설계하는 것도 이제 인생의 큰 과제가 됐다. 그 앞에 선 구광회 면천향교 총무수석장의는 생각했다. 그리고 결정한 것이 바로 ‘여름 두릅’이다. 36년의 교사 생활을 하는 동안 학생들이 자라는 모습에 보람을 얻었다면, 지금은 두릅이 자라는 소리에 행복을 느낀다. 퇴직 후 인생 제2막, 은퇴 교장의 두릅이 이제 막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여름 두릅은?

두릅. 드룹나무에 달리는 새순으로, 독특한 향이 나는 산나물이다. 두릅은 일반적으로 봄인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가 제철이다. 이 시기에 수확해야 향이 진하고 식감도 부드럽다. 두릅은 비타민A와 C, 사포닌 성분이 풍부해 면역력 강화와 피로 해소에 좋다. 수확 시기도 짧은 데다가 건강에도 좋으니 두릅은 ‘없어서 못 먹는’ 산나물 중 하나다.

이 두릅이 여름에도 나온다. 봄이 아닌 뜨거운 여름에 먹는 두릅이다. 4월과 5월 한 차례 수확한 뒤 생장기를 거치고 다시 7월부터 10월까지 수확을 시작한다. 당진에서도 4~5가구 정도가 이 여름 두릅을 키운다. 구 장의는 우연히 작목반 반장(오근기)의 집을 방문했다가, 여름 두릅을 맛 보고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여 년 정도 주말 농장은 운영했지만, 본격적인 농사는 처음인 초보 농부인지라 선뜻 여름두릅을 키우기는 어려웠다. 대신 공부하고, 연구한 끝에 여름두릅이 자라기 좋은 조건의 밭을 가꾸고, 환경을 조성한 끝에 올해 3월 여름 두릅을 심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자라나는 여름두릅의 어린 순
매일 아침 저녁으로 자라나는 여름두릅의 어린 순

초보 농부도 OK

여름에는 농작물을 수확하기가 여간 쉬운 것이 아니다. 덥고 습한 데다가, 하루가 다르게 잡초는 자라고 벌레가 꼬인다. 하지만 두릅은 자체 독성이 있기 때문에 벌레나 잡초가 덜 꼬인다. 그리고 화학비료 없이도 잘 자라기 때문에 친환경으로 깨끗하게 재배가 가능하다.

수확도 어렵지 않다. 해가 뜨기 전 새벽 5시30분 경 구광회 장의와 아내인 이정원 순성농원 대표가 밭으로 나간다. 허리 높이까지 두릅이 올라오기 때문에, 몸을 굽히지 않아도 새순을 딸 수 있다. 또 어찌나 성장 속도가 빠른지 새벽에 수확하고 돌아서면 또 자라있다. 지금은 성장기 시기라서 아침에만 수확하지만 이후에는 아침과 저녁 하루에 두 번씩 수확할 정도로 그 양도 풍부하다.

현재 판매 중인 여름 두릅
현재 판매 중인 여름 두릅

선물용으로도 주문 많아

아침에 갓 수확한 신선한 두릅은 그날 저녁 택배를 보내 주문자가 다음날 받아 볼 수 있도록 한다. 현재 네이버스토어(순성농원)도 운영 중이지만 지인을 통해 여름 제철을 맞은 두릅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건강에도 좋아 선물용으로도 꽤 많이 나간다고.

여름 두릅의 맛은 살짝 쌉싸름하다. 그 이유는 홍삼에도 들어 있는 사포닌 성분인데, 여름 두릅이 함유하고 있는 양이 적지 않다. 두릅은 피로 회복은 물론 혈당이나 혈압 조절 및 당뇨 개선, 간 건강 증진과 소화 촉진 등 다방면으로 좋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

두릅을 먹는 방법도 어렵지 않다. 친환경으로 재배한 데다가 흙이 묻지 않아 따로 손질할 것도 없다. 살짝 억센 줄기 부분은 2~3분, 그 다음 어린 잎은 1~2분 정도 뜨거운 물에 데친 후 초장이나 된장 등에 무쳐 먹어도 맛있다. 혹은 튀김이나 전으로 또는 장아찌와 김치 등 여러 방법으로 건강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이 두릅이다.

제철을 맞은 여름 두릅
제철을 맞은 여름 두릅

36년의 교직 생활 거쳐

‘여름 두릅’ 전도사가 된 구광회 장의는 지금 농부이기 전, 36년의 교직 생활을 해왔다. 순성면 백석리에서 태어나 면천초를 졸업한 뒤 면천중 1학년을 마치고 서울로 떠났다.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진로 선택에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자는 생각으로 교사 자격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서울 동작구에 있는 성남고에서 1988년부터 교단에 서기 시작했고, 교감과 교장을 거쳐 지난 2023년 퇴직하게 된다.

그는 “순수한 아이들, 훌륭한 교사들과 일한 것만 해도 행복했다”며 “또 아이들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것, 적응하지 못했던 아이들을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게 보람이었다”고 말했다.

“향교 통해 고향 더 깊이 알아”

교단에서 물러나기 전부터 고향과의 인연은 계속해 유지해 왔다. 순성면 성북리에서 10년, 지금의 갈산리에서 10년씩 약 20여 년을 주말 텃밭을 운영하며 서울과 고향 당진을 오갔다. 그리고 퇴직과 함께 부부는 당진을 찾았다.

당진에 더 깊이 애정을 얻게 된 것은 면천향교와의 만남 덕분이었다. 지난해 면천향교에서 진행된 K-유교 특강을 통해 이곳의 인물, 문화, 역사를 배운 그는 지역에 더 애착을 갖기 시작한다. 그는 “이전까지는 오가던 고향이었다면 이후로는 지역과 향교의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면천향교 총무수석장의까지 맡으며 현재도 향교 일을 애정으로 하고 있는 그다.

“내 고향 순성, 더 알리고 싶어”

또 수 십년을 떠난 고향과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도운 것이 ‘순성면주민자치회’다. 지리적으로는 당진의 중심지이지만, 내세울 것이 없는 것이 늘 아쉬웠다고. 고향 순성을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도록 순성면주민자치회에 가입하고 현재 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면천에 관광객이 꽤 많이 오는데, 동네가 좁아서 잠깐 머물다 간다”며 “순성까지 올 수 있게끔 하면 당진시 전체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고향 순성을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순성면지를 펼쳐 정독한다. 그는 “1919년 3월 10일 면천에서 진행된 3.10학생독립만세운동의 주역 원용은, 이종원 선생은 순성 출신이며, 당시 만세운동에 가담한 96명 중 34명이 순성 출신”이라며 “항일독립운동의 역사를 가진 곳을 살린다면 순성을 알리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한 순성에 많은 미술관과 갤러리, 예술인을 모아 문화가 있는 동네로 만드는 것도 그의 바람이다. 그는 “카페나 미술관, 갤러리 등에서 공연도 하고, 또 동네에 비어 있는 공간을 살려 젊은 예술인이 상주하며 창작활동 할 수 있도록 하면 순성이 예술인의 마을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며 “뜻이 모여서 순성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퇴직 후 2년은 즐거우면서도 바쁘게 보낸 시기였어요. 새로운 일에 도전하니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이에요. 이제는 도시 생활을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에요. 자리이타(自利利他)라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어요. 저는 ‘자리이타’를 타인을 이롭게 하는 삶이라고 해석해요. 이 신조를 가지고 앞으로 즐겁게, 행복하게 사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순성농원은?

- 위치 : 당진시 순성면 오리골길 82-52

- 문의 : 010-6811-9688

- 온라인 스토어 : https://smartstore.naver.com/sunseong-farm

한수미 기자 d9111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