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7일 집중호우로 당진 곳곳이 침수되며 우강 들녘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하지만 피해 주민들은 “비 때문이 아니라 당진시의 관리 부실 때문”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예당저수지부터 삽교호와 이어진 파천수로 배수문 7개가 제때 닫히지 않아 삽교호 물이 역류했고, 결국 논콩과 벼가 쑥대밭이 됐다는 것이다.
“90분 동안 행정은 뭐했나”
예당저수지가 방류를 시작한 직후 삽교호 수위가 치솟자, 우강으로 연결된 파천수로에서 물이 거세게 밀려들었다. 당시 배수문은 7개 모두 열려 있었고, 주민들은 시청과 면사무소, 관리업체에 전화를 걸어 “빨리 닫아 달라”고 수차례 호소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알아보겠다”뿐이었 다. 사건 당일에 주민 이봉기씨는 파 천수로로 달려가 수로 끝 안내 표지판에 적혀있는 당진시 하천팀 관리자 번호를 돌아가며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연락은 닿지 않았다. 겨우 연락이 닿았으나, 똑같이 “알아보겠다”는 말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아침 9시가 넘도록 수문이 열려 논으로 물이 거꾸로 들어왔다”며 “당진시도, 우강면도, 관리업체도 90분 동안 아무 조치를 안했다. 결국 내가 직접 현장에 뛰어가 4개 수문을 수동으로 닫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지 90% 침수…“이게 어찌 자연재해냐”
우강면 논 콩 작목반이 재배하는 22만 평 중 90%가 침수됐고, 이 가운데 2만 평은 경작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주민들은 “당진시가 권장해 심은 논콩인데, 비가 아니라 관리 부실 때문에 다 떠내려갔다”며 “이게 어떻게 자연재해냐, 명백한 인재”라고 성토했다.
또 다른 주민은 “논 콩 피해는 물론 이고 배수로가 막혀 버섯농가까지 물에 잠겼다”며 “재난 문자만 보내고 뒤늦게 현장에 온 게 전부였다”고 울분을 토했다.
“해마다 잠기는데 대책은 없었다”
주민들의 분노는 반복되는 피해 때문이기도 하다. 해마다 큰비가 오면 파천수로와 미곡종합처리장 부근 마을이 상습적으로 물에 잠겼지만, 제 방 보강이나 배수펌프장 설치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신촌리 주민들은 “수문이 열려 역류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행정은 손 놓고 있었다”며 “농민들만 매년 피해를 감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시와 관리업체 “원인 조사 중”
당진시는 “배수갑문 7개 중 일부 전자식이 작동하지 않아 용역사가 긴급 출동해 수동으로 닫았다”며 “현재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해명했다. 관리업체 역시 “자동이 안돼 수동으로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현장에서 모든 것을 목격한 이봉기 씨는 “현장에 CCTV까지 있는데 왜 제때 닫지 않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분명 오후에는 리모컨으로 작동하는 것을 봤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오전에 작동되지 않은 이유를 밝혀야 한 다”고 주장했다. 또한 “관리업체 말에 의하면 당진시에 수문 고장에 대한 신고를 진즉부터 했었다고 들었다”며 “그럼에도 고치지 않고 관리하지 않은 이유를 조사단을 구성해 확실하게 조사해달라”며 지난 20일 시의회를 찾아 건의했다.
주민들 “조사위 꾸려 책임 묻고 보상하라”
이후 피해 주민들은 시의회에 공식 요구서를 제출하고 △조사위원회 구성 △피해 농가 전액 보상 △파천 수로 제방 보강 및 배수펌프장 설치 △수문 관리 체계 개선을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다.
이봉기 씨는 “수문 하나 잘못 관리해 수십 년 농사가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더는 반복될 수 없다. 당진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진시가 파천수문 관리를 하지 않아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것에 대한 조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