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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코페르니쿠스 프로그램이 던진 충격적인 메시지는 잊히지 않습니다. 지구 온도가 지난 50년간 평균 대비 1.5도 상승했다는 잔혹한 현실은, 그간 인류가 쏟아부었던 노력이 헛된 것이었음을 선언하는 듯합니다. 이는 기후 위기가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눈앞에 닥친 '현재'의 위기임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부실한 시스템이 결합하여 참사를 키우는 재난의 민낯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습니다. ​빌딩 화재에서 작동하지 않는 화재 경보기, 폐쇄된 비상구는 단순한 불꽃을 참사로 만드는 기술적, 관리적 무능이 빚어낸 인재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과 쓰나미라는 자연의 분노로 시작되었지만, 비상 발전기를 지하에 설치하는 어리석은 설계와 안일한 운영이 인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겼습니다.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 원전 사고, 포항 지진… 이 모든 비극의 진짜 문제는 안이하고 부패한 '시스템'이었습니다.

​지난 7월, 당진시를 덮친 기록적인 폭우는 '200년 빈도'라는 변명 뒤에 숨을 수 없는 참담한 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배수펌프장의 부실한 관리, 배수갑문의 어이없는 운영 미숙은 '천재지변'이라는 허울 좋은 말 뒤에 숨겨진 '인재'의 증거였습니다. 만약 이번에도 배수갑문과 펌프장의 운영 및 관리 시스템을 뜯어고치지 않고, 그저 시설 부족이나 하천 준설 같은 보여주기식 토목 사업에만 매달린다면 다음 폭우에는 또다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2025년 3월 당진시가 작성한 '하수도정비대책 보고서'는 1993년부터 2022년까지 당진시의 강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특히 지난 3년간의 극단적인 강우 패턴은 더 이상 '예외적인 현상'이 아님을 증명합니다. 2024년 100년 빈도, 2025년 200년 빈도 폭우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내년에도 유사한 재난이 닥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입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10개월입니다.

​저는 지난 8월 14일 국회 환경 시민 포럼 2차 토론에서 채운동 침수의 원인을 규명하며, 700톤/분의 배수펌프장이 필요하지만 2028년에야 완공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단 10개월 남은 시간 동안, 헛된 희망에 기대기보다는 '환경 적응을 위한 교육'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배수펌프장 건설, 교량 재건, 제방 증축, 하천 준설 같은 '하드웨어' 확충에만 매몰되어 관리 매뉴얼 부재, 주민 대피 체계 미비 같은 '소프트웨어'적,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는 한 재난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행정 당국은 인프라 확충 논리에서 벗어나, 있는 시설의 효율적 운용과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실질적인 대응 체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합니다.

​잠재적이고 구조적인 오류를 외면한 채, 조직은 언제나 현장의 말단 운영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합니다. 사고의 피해자들이 책임 있는 자들에게 분노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만, 인적 오류는 재난을 낳는 수많은 요소 중 하나일 뿐입니다. 정부는 책임자를 희생양 삼아 '꼬리 자르기'를 하거나, 문제의 본질을 토목 문제로 치환하여 '불가항력'이었다고 변명하며 비난을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먼저, 이번 홍수 피해가 극심했던 핵심 지역을 설정하고, 주민과 목격자의 생생한 증언을 청취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설계 오류와 부실한 대응 매뉴얼의 실체를 명확히 밝혀내야 합니다. 기존에 설치된 배수펌프장, 배수갑문 등을 전면 점검하고 개선하여 가동률을 100% 확보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호우 시 실질적인 대응 매뉴얼을 전면 개정하여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적용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의 생존 전략은 이제 ''적응과 회복'이라는 냉철한 현실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기후 재난의 본질은 예측 불가능한 환경 변화의 폭에 있습니다. 더 이상 '적당히'라는 것이 통하지 않는 환경에서 시민들이 스스로 적응하고 생존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과 대책이 절실합니다. 재래시장 상인,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는 양수기 사용법, 상품 이동 경로 시뮬레이션, 실질적인 대피 요령, 재해 점검 방법 등을 철저히 교육하고, 마을 단위의 재난 시나리오별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함으로써 우리 공동체의 생존력을 높여야 합니다.

기후 재난 앞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단 10개월, 이 시간은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