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미면의 한 염소농가가 당진~대산 간 고속도로 3공구(터널) 발파가 시작된 뒤 “어미 염소를 포함해 수십 마리가 폐사·유산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농가 측은 “특히 새벽 시간대 발파 직후 놀란 어미가 새끼를 밟거나 격한 스트레스로 쓰러지는 일이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시공사인 태영건설은 “발파 때마다 5분 등가소음 기준으로 평균 60dB(데시벨) 미만이 나왔다”고 설명하지만, 현장에서 확인된 측정 화면에는 순간 최대치가 97dB까지 올랐다. 취재 당일인 지난달 27일에도 새끼염소 3 마리가 목이 꺾인 채 죽은 사진을 울면서 찍던 피해 농장주는 “평생을 일군 목장이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며 절규하지만 발주처인 도로공사와 시공사인 태영건설은 한 달째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진~대산 간 고속도로
이 공사는 고속국도 제 30호 서산영덕선 의 서단 연장 구간인 ‘당진~대산’ 건설사업 가운데 제3공구로, 당진시 정미면 일원에 교량과 터널을 포함해 약 5.39km를 신설하는 사업이다. 사업 공고 및 관련 자료에 따르면 3 공구에는 ‘천의1터널(약 907m), 천의2터널(약 370m)’이 계획돼 있으며, 현재 문제가 된 1차 터널 발파는 농장과 약 500m 거리에서 진행 됐다. 몇 달후 착수 예정인 2차 터널은 농장과 100m 안팎으로 더 가깝다.

“처음엔 원인조차 몰랐다”
농장주는 “첫 피해가 발생했을 땐 원인 조차 몰라 아무런 증거도 남기지 못했다”며 “그저 새벽에 느닷없이 들리는 굉음에 정신 없이 날뛰는 염소들과 그 밑에서 밟혀 죽어 가는 아기염소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염소연구회조차 ‘집단 폐사 사례는 처음 본다’며 직접 실사를 나올 정도로 희귀한 케이스였다. 이후 당진시 환경위생과 공무원도 현장을 다녀갔지만, 농장을 둘러싼 환경 변화는 발파 외에는 전혀 없었다.
이에 피해 농장주 윤석남 씨는 발파 시 순간적으로 치솟는 소음·진동 외에는 다른 원인이 없다고 생각하고 지난 7월 17일 첫 민원을 시공사 측에 전달했다.
“모축 100여 마리에서 40여 마리로”
그러나 전달된 민원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발주처인 도로공사와 시공사인 태영건설 측은 민원을 받고 지난 7월 20일경부터 농장 근처에서 발파 시 소음과 진동 계측을 진행 했지만, 어미 염소의 조기분만과 유산은 계속됐고, 어미와 새끼염소의 죽음도 계속 진행됐다.
윤석남 씨는 “번식 가능한 어미(모축)가 100여 마리였는데 거의 한 달 만에 40여 마리 남짓”이라며 “초기 발파 직후부터 유산·조기 분만 후 폐사가 이어졌다. 정신이 없었다. 혼신을 다하던 내 새끼들이 죽어나가는데 도로 공사가 말하는 CCTV 등의 초기 증거 확 보 같은 생각을 어떻게 하나”며 울분을 토로 했다. 그는 “2차 터널 공사가 시작되면 거리는 100m 이내라 사실상 ‘사육 불능’”이라며 “지금 있는 염소만이라도 지키려면 이주를 생각 해야 하는데 임시 이주만 해도 최소 6개월 준비가 필요하다. 축사 임차료·시설 이전·사료비 공백 등 생계대책을 포함한 전체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녹록하지 않다. 가축 농장은 마을에서 환영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축 시설 허가를 받더라도 마을주민들의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이주는 쉽지않다.

책임 떠넘기는 도로공사와 시공사
결국 이 같은 피해에도 발주처와 시공사의 미온적인 태도에 화가 난 농장주 윤석남 씨와 김국환 당진시 염소협회 사무국장, 차준국 참여연대 회장, 참여연대 임원 등은 지난달 26 일 시공사인 ㈜태영건설과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 서산아산건설사업단(수청동 소재)에 차례대로 항의 방문했다.
윤석남 씨와 염소협회, 시민단체는 “피해 신고 뒤에도 시공사와 발주처에서 담당자가 한 달 넘게 현장에 오지 않았다”며 무책임을 비판 했다. 실제로 도로공사 관계자는 “직접 확인을 못 한 건 사실”이라며 뒤늦게 현장 방문을 약속했다.
이날 시공사인 태영건설은 “환경영향평가 범위 밖이었고, 발주처가 정한 기준에 따라 공사를 진행했다”며 해명했다. 반면 도로공사 측은 “시공사가 현장 조사 후 보고하면 검토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농가 측은 “도로공사와 시공사가 서로 떠넘기며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피해만 눈덩이처럼 커졌다”고 분노했다.
평균치 vs 순간 충격…측정 방식의 허점
피해와 보상에 대한 소음 기준도 문제였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자리에서 “발파 진동·소음을 계측했으나 평균치(5분 등가소음)는 허용 기준치 이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취재당시 현장에서는 순간적으로 97dB까지 치솟은 기록이 확인됐다.
가축 전문가들은 이 지점을 문제로 꼽는다. 김국환 당진시 염소협회 사무국장은 “가축은 평균치보다 순간적 충격에 훨씬 민감하다”며 “특히 염소는 놀라면 유산이나 사산, 집단 흩어짐으로 이어져 폐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남 씨 역시 “가장 많이 죽은 시간대가 새벽 발파 때였다”고 증언 했다.
윤석남 씨는 “새벽 발파 소리에 놀란 어미 염소가 새끼를 밟아 죽이는 걸 두 눈으로 봤 다”며 “하루에도 두세 마리씩 죽어나가는데, 도로공사도 시공사도 현장에 온다는 약속만 한 채 한 달 동안 오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 했다. 그러면서 “서로 떠넘기기에 바쁜데 이게 나라에서 하는 국책사업 맞느냐?”며 반문 했다.
실제로 염소연구소의 설명에 따르면 염소는 경계성이 강해 갑작스러운 고음·충격에 집 단 패닉을 보일 수 있다. 같은 평균 소음이라 도 ‘언제·어떤 파형으로’ 들어오느냐가 생리적 반응을 좌우한다는 설명이다.
당진시‧충남도 “권한 없다”
당진시 환경위생과와 충남도 건설과는 “국책사업이라 직접 제재할 권한이 없다”며 개입에 한계를 드러냈다. 다만 두 기관은 도로 공사 측에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며, 충남도는 농장주에게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제소를 권고했다.
도 관계자는 “분쟁조정위는 단순히 평균 치만 따지는 게 아니라 피해 발생 전후 환경 변화를 종합적으로 본다”며 “법적 수치보다 주민 피해를 고려한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자체와 충남도가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농가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제도적 사각지대…전국 곳곳서 유사 피해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농장이 누락된 사실은 제도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축의 예민함이나 개별 농장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고, 일률적인 거리 기준만 적용되면서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는 당진만의 사례가 아니다. 전남 장성에서는 고속도로 공사 중 닭의 산 란 장애가 발생했고, 강원 횡성에서는 터널 발파 직후 젖소 집단 폐사로 분쟁이 이어졌다. 경북 봉화에서도 공사장 인근 축사에서 가축이 폐사했으나, 보상 절차가 길어지며 주민 갈등이 증폭됐다.
“더 늦기 전에 긴급 대책 필요”
윤석남 씨와 염소협회, 시민단체는 “앞으로 2차 공사가 더 가까운 거리에서 진행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이주 대책이나 즉각적인 보상 협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도로공사 측은 “피해 원인이 입증돼야 절차 에 따라 보상이 가능하다”며 원론적 답변만 내놓고 있다.
김국환 염소협회 사무국장은 “가축은 법적 기준치가 아니라 실제 충격에 반응한다”며 “순간 충격으로 인한 폐사가 눈앞에서 발생 하는데, ‘평균치’만 따지는 제도가 무슨 소용 이 있겠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차준국 당진참여연대 회장은 “이 문제는 단순히 한 농가의 손실이 아니라, 국책사업 과정에서 주민 안전과 생계가 얼마나 경시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지자체·중앙정 부·사업자가 참여하는 긴급 협의체가 조속히 가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피해 농장주 윤석남 씨와 염소협회, 시민단체는 도로공사 측에 오는 3일까지 대 책을 세워 추후 논의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으며 도로공사 측은 현장 실사와 함께 상의 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