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당진 시가지 모습(출처 당진디지털미디어대전)
1970년대 당진 시가지 모습(출처 당진디지털미디어대전)

1974년 6월 4일, 지금의 당진전통시장이 개장했다.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이다. 그동안 당진전통시장은 시민과 상인에게 생활이었고, 삶 그 자체였다. 반세기 동안 시민의 삶을 품어온 당진전통시장이 곧 철거된다.

낡은 건물은 사라지지만 그 속에 쌓인 수많은 기억과 이야기는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을 기반으로 새로운 당진전통시장을 맞이할 준비에 나서고 있다.

1974년 당진전통시장 개장

당진전통시장의 역사는 한 세기를 훌쩍 넘는다. 1914년, 일제강점기 당시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당진면’이 정비됐다. 그러면서 읍내 중심지에 자연스럽게 장터가 생겨났다. 1920년대에는 5일장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며 당진 상권의 중심지가 되었고, 1930~1940년대에 들어서면서 좌판과 상점이 늘어나며 장터는 점점 상설화의 길로 들어섰다.

6.25 전쟁 이후 당진에 인구가 유입되면서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시장도 빠르게 활성화됐다. 1963년 당진이 읍으로 승격된 이후에는 당진시장이 군민 생활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서문리 일대의 구시장의 규모는 좁았다. 공간은 협소했고 시설이 열악했다.

1973년, 당진 읍내리 부지를 매입해 공설시장을 설립하기로 하면서 지금의 당진 전통시장이 탄생할 토대가 마련됐다. 그리고 1974년 마침내 ‘당진전통시장’이 정식으로 개장했다. 당시 상설시장과 어시장, 잡시장, 정기시장 등 4개 블록으로 구성됐다.

상인들의 터전, 그리고 맞이한 어려움

지금은 당진을 대표하는 시장이지만, 출발은 그렇지 못했다. 서문리 구시장에서 이곳으로 옮겨 오길 꺼리는 상인들도 있었고, 새로운 시장을 찾는 손님도 초반에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시장은 늘 변화의 파도를 맞았다. 1980년대 장옥이 확장되면서 상시 시장 구조를 갖췄다. 이때만 해도 시장이 번성했던 시기였다. 40여 년 동안 버들상회를 운영한 이광우 씨는 “장날 같은 날에는 점심을 먹을 시간도 없어 끼니를 거르면서 장사를 했다”며 “명절일 때는 사람이 너무 많아 돌아다니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한동안 장사가 잘되다가, 2000년에 들어서며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며 시장 상업 활동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버텼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현대화사업을 거치며 어시장이 지금의 모습으로 리모델링됐다. 2016년에는 당진시보건소와 상인회가 함께 ‘건강한 전통시장 만들기’ 사업이 추진됐고, 어시장 2층에는 전국 최초로 이마트 노브랜드가 입점하며 상생형 유통모델로 주목받기도 했다.

당진전통시장은 이렇게 위기와 변화를 거듭하면서 지역 상권을 지켜왔다.

1990년대 후반 당진전통시장(사진 제공 김형태)
1990년대 후반 당진전통시장(사진 제공 김형태)

새로운 시작을 위한 철거

하지만 세월은 시장 건물을 낡게 만들었다. 당진전통시장 정밀안전진단 결과 ‘D 등급’ 판정을 받았다. D 등급을 받으면 법적으로 2년 안에 신축이나 보강을 해야 한다. 당진시는 상인들과 긴 논의 끝에 기부채납 방식을 택해 오래된 시장을 철거하고 새로 짓기로 했다.

이미 감정평가가 마무리됐고, 참여하지 않은 상인에 대한 보상이 진행 중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손실보상 협의가 끝나면 10월부터 철거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철거 비용만 22억 원에 이른다. 철거를 진행하는 동시에 상인들이 계속해 상업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공영주차장 1층에 임시점포가 마련될 예정이다.

새롭게 지어질 시장은 나·다·라동 120여 개 점포 규모로 계획돼 있으며, 11월 기공식이 예정돼 있다. 새로운 신시장은 2026년 9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을 지켜온 사람들

당진전통시장이 개장할 당시부터 ‘고산상회’를 운영해 온 양응세 씨는 아직도 그 옛 기억이 생생하다. 그는 “시장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모두 논이었다”며 “남산의 흙을 퍼다가 시장을 돋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 단층 건물에 상인들이 장사를 시작했고, 이후 2층에 건물을 올려 집으로 사용했다”며 “겨울이면 함께 불을 피어 쬐면서 온기를 나누고, 음식을 하면 나눠 먹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구시장 상인들을 지금의 시장으로 데리고 오기 위해서 애썼어요. 그때 구시장과 신시장 사이에 충돌도 있었고요. 이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져요. 그동안 시장을 활성화 시키고 싶어도 여러 어려움이 따랐어요. 새로운 시장이 생기면 오래 잘 운영될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해요. 이를 위해서는 행정의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문서화가 되어 흔들리지 않는 곳이 되길 바라죠.”

40여 년 동안 버들상회를 지킨 이광우 씨는 양복점을 운영하다가 사양길에 접어들자 업종을 변경하며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그는 “시장에서 일하면서 물난리와 불난리를 겪었다”며 “불난리를 겪고 대여섯 개 정도의 가게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버들상회도 반소됐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유리 깨진 것과 천장, 벽을 보수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물난리가 났다”며 “1998년 당진천의 둑이 무너지면서 물난리가 났는데, 그때 시장으로 흙이 밀려 오면서 치우느라고 고생했다”고 말했다.

“저는 이번에 장사를 그만둬요. 나이가 많거든요. 새로운 시장이 잘 건축되어서 발전됐으면 해요. 특히 여러 곳에 입구가 있어서 통하는 곳이 많아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이길 바라요. 저에게 시장은 평생 생활의 터전이었어요. 앞으로도 시장에서 겪었던 경험들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당진시장 전경
당진시장 전경

“다양성 갖춰지는 시장 되길”

40여 년 넘게 솔밭상회를 운영한 육현국 씨는 “과거에 장례식장이나 예식장이 따로 없을 때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시대가 달라지고, 위의 시설들이 생기면서 시장 장사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장사를 하면서 품목의 다양성이 부족한 것이 늘 아쉬웠다”며 “지금 젊은 소비자들은 먹거리를 찾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에는 푸드코트나 식당이 들어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진전통시장상인회 정제의 회장은 시장을 두고 ‘당진시민의 웃음이 될 수 있는 장터’라고 표현했다. 그는 “시장이 살아야 시민들이 즐길 볼거리와 놀거리가 늘어난다”며 “또한 상인들이 이곳에서 터전으로 삼고 상업 활동을 오래 이어오며 지역 경제에도 큰 기여를 이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에 시장을 계속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 상인들은 부푼 기대감으로 새로운 시장이 탄생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기존 상인들의 협조도 필요해요. 한편, 당진에 오일장이 유명합니다. 이 오일장과 당진전통시장이 연계됐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시장이 생기고 이곳에 공공시설 환경이 좋아진다면 우리 당진전통시장은 충남에서 으뜸가는 시장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