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농악의 흥겨운 가락이 올겨울 당진에 울려 퍼진다. 오는 12월 개최되는 제18회 충남도지사기 전국주부농악경연대회는 전통을 계승하는 전국 규모의 한마당이지만, 이를 주관하는 당진전통농악보존회 당진농악대(이하 당진농악대)는 민간단체라는 이유로 연습 공간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보조금과 안전 지원에서도 배제되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 화려한 무대 뒤편 에서 드러나는 민간단체의 현실은 전통을 이어가는 현장의 고충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통 중심’ 운영 기조

이번 대회는 기존 전국대회와 달리 ‘전통 농악’에 무게를 둔다.

이금돈 당진전통농악보존회 당진농악대 단장은 “전국대회라 하 면서 전문 연주자들이 기량만으로 상금을 독식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진 대회는 지역에서 오랜 세월 이어온 순수한 농악 전통을 우선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회 운영은 △전통팀과 전문팀 분리 심사 △1등 상금 축소 대신 수상 팀 확대 △참가 팀 전원 장려상 지급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다. 참가자들이 지역사회와 후원 단체에 성과를 보여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민간단체의 현실, “연습 공간조차 없다”

하지만 대회를 주관하는 당진농악대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첫 번째 문제는 연습 공간 부족이다. 현재 사용 중인 연습실은 건물 매각으로 곧 비워야 한다. 새 공간을 찾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

이 단장은 “새로 알아본 25평 남짓한 공간은 연습·사무·창고를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 며 “지하는 습기가 많아 악기와 민속 도구를 보관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단원 30여 명은 하천 다리 밑이나 운동장에서 연습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마저도 민원이 들어오면 중단할 수밖에 없다.

보조금·시설비 지원 사각지대

재정 지원 또한 제약이 많다. 당진농악대는 민간단체라는 이유로 보조금 사용에 한계가 있다. 악기와 의상 교체를 위해 지역사업비를 요청했지만 시는 “시설비 외에는 불가하다”며 거부했다.

농악대 사무국은 “행사 준비 과정에서 ‘이건 안 된다, 저건 안 된다’는 제약이 많았다”며 “전통과 문화예술을 이어가려는 민간단체로서는 행정지원의 벽을 크게 체감했다”고 말했다.

안전 지원도 ‘민간은 예외’

대회 규모가 1000명을 넘지만, 안전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 단장은 “시가 직접 주관하는 행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건소 인력과 장비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민간이 주관하는 대회에는 약 상자 몇 개만 제공되고 구급차도 민간 비용으로 불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타지역은 제도적 지원 활발

반면 전라북도는 농악을 지역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전수교육 조교에게 활동비를 지급한다. 또 농악 기록화 사업, 유네스코 등재 기념사업 등에도 예산을 투입하며, 2015년 한 해에만 4억 원 이상을 지원했다.

‘전라북도 문화예술진흥 조례’는 문화예술 단체에 대한 지방비 보조·융자를 우선 지원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전라북도 무형유산 보전 및 진흥 조례’는 무형유산 지정 과 전승 활동의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

반면 충남은 현재 농악 관련 도 지정 무형 문화재가 없다. 과거 ‘웃다리농악’이 도 지정 문화재였으나 1989년 광역시로 분리된 이후 지금까지 충청도는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전통 계승 위한 제도적 뒷받침 필요

이 같은 상황에서도 당진농악대는 자체적으로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오는 20일 영동 국악엑스포에서 당진 전통 농악을 시연하고, 내년에는 다른 지역과의 교류도 추진한다.

12월 열릴 제18회 충남도지사기 전국주부농악대회는 전통 농악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준비되고 있다. 그러나 주관단체인 당진농악대는 여전히 연습 공간 부족·보조금 제약·안전 지원 미비라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금돈 단장은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주부 농악대회라는 자부심이 있다. 그러나 전통을 이어가려면 단체의 힘만으로는 어렵다”며 “지역의 문화가 사라지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