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전국 최대 석탄화력단지인 당진을 비롯해 우리나라는 ‘정의로운 전환’을 둘러싼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에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갈등과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의 필요성에 주목하고, 지난 태안 취재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해외 사례를 집중취재했다. 독일 이벤뷔렌시를 찾아 화력발전소 폐쇄 이후 ‘녹색심장’으로 변모한 과정을 소개한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이벤뷔렌 화력발전소 전경
이벤뷔렌 화력발전소 전경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하나>

1. 당진지역사회 대응방안

2. 태안지역을 가다

3. 충남도와 정치권에서는

4. 철거가 진행된 독일 이벤뷔렌 무연탄발전소

5. 독일 민덴지역의 하이든 발전소

6. 토론회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에 위치한 이벤뷔렌시는 인구 5만 2000명이 거주하는 도시다.

유럽의 유명한 관광지도 아닌 독일의 작은 마을에 우리가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은 40년 동안 지역의 랜드마크였던 석탄 화력 발전소가 폭파 해체되면서다. 지역의 주요산업을 폐쇄하는 과정과 그로인해 지역에 미치는 경제,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갔을까?

여기에서 곧 다가올 우리지역의 당진화력발전소 해체에 관련된 답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증을 안고 방문했다. 이벤뷔렌에서는 마크 슈라마이어(Marc Schrameyer) 시장과 지역신문인 이벤뷔렌폴크스차이퉁 토비아스 피트(Tobias Vieth) 경제부장을 각각 인터뷰했다.

민덴에서 약 10km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 소도시인 페터스하겐시를 방문해서는 디르크 브레베스(Dirk Breves) 시장과 카이 뷰쉐(Kai Busche) 부시장 겸 건설과장, 하이덴발전소 코르트 브레트하우어(Cord Bredthauer) 품질성능관리부장을 차례로 인터뷰했다. 지금은 폐쇄한 페터스하겐시에 위치한 발전소도 방문했다.

8월 말 취재 일행이 방문한 이벤뷔렌시는 탄광과 화력발전소가 가동 되었던 지역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쾌적한 도시환경을 갖고 있었다.

지역발전을 견인한 석탄산업

이벤뷔렌시는 석탄산업과 이를 기반으로 한 화력발전소가 지역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시에 거주하는 가구에서 한명은 광부로 근무 할 정도로 지역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이벤뷔렌시의 석탄산업도 대체에너지 공급으로 인해 경제성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일자리에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탄광시설의 자동화와 현대화가 진행되면서 한때 8500명까지 근무하던 노동자가 2011년에는 420명으로 줄었다. 부를 보장했던 탄광은 1960년대 이후에는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보조금으로 운영됐으며 1980년 전후해서는 탄광을 운영할 수 없는 최악의 경제성을 보였다. 그런 가운데 2011년 유럽연합에서 탄광에 국가보조금이 지급되서는 안된다고 결정한데 이어 2018년부터 독일에 있는 모든 탄광을 운영하지 않기로 하고 정부 보조금을 중단했다.

이벤뷔렌 석탄화력발전소 냉각탑과 발전시설 철거
이벤뷔렌 석탄화력발전소 냉각탑과 발전시설 철거

이벤뷔렌시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이벤뷔렌시의 석탄화력발전소는 인근에 위치한 탄광과 연동돼 운영됐다. 약 40여 년 전에 건설된 A블럭 석탄화력발전소에 이어 1979년부터 B블럭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시작돼 1985년에 완공됐다. 이어 노후화된 A블럭 석탄화력발전소는 1987년에 해체하게 된다. 이벤뷔렌시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대한 고민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벤뷔렌시를 포함한 주변 6개 지자체가 모여 탈석탄 이후의 지역발전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연방정부와 주정부 정치인들은 발전소 규모를 더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 결정을 했다.

국가경제와 광산노동자 가정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한 것이다. 폴크스차이퉁 피트 경제부장은 “지역사회에서 오래전부터 에너지 전환을 위한 고민이 시작됐으나 정치적인 배경으로 발전소 규모를 증축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며 정치인들을 비판했다. B블럭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하면서 환경단체인 ‘로빈훗’이 중심돼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이벤뷔렌발전소는 유럽에서 매연과 환경오염이 심각한 발전소로 악명이 높았고 탄소배출이 가속화되면서 당시 독일에서 매일 ‘숲이 사라지는 것’과 비교되곤 했다. 논란 끝에 건설된 B블럭 석탄화력발전소도 2021년 7월 7일 가동이 조기 중단된데 이어 결국 2025년 4월 7일 해체의 길을 걸었다. 내년 7월이 되면 철거작업이 완료될 예정이다.

사회연대체를 구성하다

지역경제를 이끌어왔던 석탄산업 폐쇄는 지역사회를 위기의식에 몰아 넣었다. 지역정치인과 연금공단, 노동조합이 모여 사회연대체를 구성했다. 단 한명의 노동자라도 실업자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높은 연령대의 노동자에게는 조기연금을 지급하고 젊은 노동자들에게는 이직을 위한 교육을 시행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지역 내에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마크 슈라마이어 시장은 “지역에서 석탄산업이라는 하나의 산업에 의존해오다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다른 유형의 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시의 입장에서는 커다란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6개 지자체가 참여한아이노바 재생계획

에너지전환을 위한 논의는 2007년부터 시작했지만 2014년 되서야 본격화 됐다. 시에서 주도한 아이노바 재생계획은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공청회, 전문가 워크숍을 열면서 수정 보완해 나갔다. 시에서 도시계획조례를 제정해 탄광부지와 발전소 부지를 매입한 자리에 이벤뷔렌과 인근 지역 6개 자치단체가 모여 만든 공기업(지역전기 난방공사)이 가장 먼저 입주했다. 또한 북해에 있는 풍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를 끌어와 이곳에 건설한 변전소를 통해 각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게 된다. 충전용 밧데리 생산회사인 비유 파워(BU Power), 위생용품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스위스게 게베리트(Geberit)도 잇따라 입주할 계획이다. 석탄야적장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시민의견을 받고 있다. 시에서는 풍력발전소 설치를 원하지만 자연경관을 해치고 소음과 전자파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시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시민들은 공원, 놀이공원, 케이블카 설치, 식물원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벤뷔렌시가 RAG발전으로부터 발전소 부지 매입계약체결
이벤뷔렌시가 RAG발전으로부터 발전소 부지 매입계약체결

지방자치단체의 독립성

독일은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도 자체적으로 도시개발계획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또한 지역내 입주한 기업에서 내는 영업세(Gewerbesteuer)도 자치단체로 들어오기 때문에 공공부문에 대한 지역 내 재투자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갖고 있다. 마크 슈라마이어 시장은 “이제는 우리지역을 독일의 녹색 심장이라고 불린다”면서 “광산이라는 단일 산업에서 지금은 2500개의 중소기업이 지역에 입주해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세로 지역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광과 발전소지역 산업단지 조성이 완료되면 “기업유치로 인해 1500명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청사진을 펼쳤다.

[인터뷰] “시민과 공동의 꿈을 꾸고 함께 꿈을 만들어 가야”

사회민주당 소속의 이벤뷔렌 마크 슈라마이어시장
사회민주당 소속의 이벤뷔렌 마크 슈라마이어시장

사회민주당 소속의 이벤뷔렌 마크 슈라마이어시장

사회민주당 소속의 마크 슈라마이어시장은 10년이 넘게 시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마크 슈라마이어시장은 “독일경제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들어오고 일자리가 생겨나면서 시의 실업율이 4.5%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독일에서 빚이 가장 적고 유보금이 가장 많은 지자체로 성장했다”고 자랑했다.

Q 시민참여를 강조하고 있는데

A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공청회 등을 통한 시민제안을 사업에 반영하고 있다. 시민들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시민참여는 사업의 성공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Q 아이노바 재생계획의 특징은 무엇인가

A 루르(Ruhr)지방에 우리지역과 유사한 환경을 갖고 있으면서 실패한 사례도 많다. 연방정부, 주정부의 도움 없이 우리 스스로 해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또한 인근지역의 협조를 이끌어내 공동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오랫동안 지역발전을 이끌어온 탄광을 폐쇄했지만 탄광의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Q 석탄화력발전소 해체를 앞두고 있는 당진시에 조언을 한다면

A 발전소 해체에 따른 사회문화적 변화를 어떻게 대비할지, 발전소 주변지역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시민과 소통해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가 됐든, 녹색 에너지산업으로 가든, 문화단지를 조성하든지 시민과 공동의 꿈을 꾸고 함께 꿈을 만들어 가야한다.

이벤뷔렌 석탁화력발전소 냉각탑과 발전시설 철거

이벤뷔렌시가 RAG발전으로부터 발전소 부지 매입계약체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