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전국 최대 석탄화력단지인 당진을 비롯해 발전소 순차 폐쇄를 앞둔 상황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탈석탄 정책이 일자리 감소와 지역 소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지난주 독일 이벤뷔렌 사례를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독일 페터스하겐 사례를 통해 지역과 기업이 협력해 탈석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한 과정을 소개한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페터스하겐(Petershagen)은 독일 민덴에서 약 10km 떨어진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 NRW)주, 민덴뤼베케(Kreis Minden-Lübbecke)군에 속한 인구 약 2만 5000명의 소도시다. 이곳의 라데(Lahde) 마을에는 단일 화력발전소 기준으로 유럽 최대 규모였던 하이덴 발전소가 위치했다.

8월 말 페터스하겐을 방문해 디르크 브레베스(Dirk Breves) 시장과 카이 뷰쉐(Kai Busche) 부시장 겸 건설과장, 하이덴(Heyden) 발전소 운영사 유니퍼(Uniper) 코르트 브레트하우어(Cord Bredthauer) 품질성능관리부장을 인터뷰했다.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발전소 폐쇄 이후 지역의 변화와 계획을 확인했다.

페터스하겐에 가까워질수록 마을 풍경 속 높이 솟은 발전소 굴뚝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의 주민들에게 발전소 굴뚝은 단순한 산업시설이 아니라, 고향의 정체성과 세대를 이어온 삶의 상징이었다. 주민들은 외부로 나갔다가 기차를 타고 다시 돌아올 때 굴뚝을 보면서 ‘집에 돌아왔구나’ 생각하고, 굴뚝 앞에서 가족사진을 찍거나, 이를 배경으로 매년 달력을 만드는 등 발전소는 지역 문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

이러한 지역 친화적 분위기에는 발전소 운영사인 유니퍼(Uniper)의 노력도 있었다. 유니퍼는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은과 매연을 줄이기 위한 정화시설과 친환경 기술을 도입했고, 시민과 긍정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홍보와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화력발전소는 폐쇄에 직면했다.

탈석탄법과 하이덴 발전소 폐쇄 결정

2020년 7월, 독일 연방정부는 탈석탄법을 제정하고 2038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결정했다. 이후 지방정부는 폐쇄 후 재개발 계획, 지역 지원사업, 전환산업 유치 등 지역 맞춤형 시행 계획을 수립하고, 발전소 운영사는 기술적 폐쇄 절차를 수행해야 했다.

이와 맞물려 하이덴 발전소의 경우는 운영사인 유니퍼가 2025년까지 자발적으로 운영 종료를 결정하며 연방정부 목표보다 앞서 추진됐다. 마지막 4호기는 2024년 9월 30일 가동 종료 후 10월부터 폐쇄 절차에 착수했다.

유니퍼, 온라인 공청회 열고 주민과 소통

유니퍼(Uniper)는 독일 뒤셀도르프에 본사를 둔 에너지 기업이다. 주요 산업 분야는 전력 생산, 에너지 거래, 에너지 저장 및 공급이며, 주요 에너지원으로 가스, 석탄, 수력, 원자력, 재생 가능 에너지를 포함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서 활동하고 있다.

발전소 폐쇄 과정에서 유니퍼는 단순 운영을 넘어 지역 전환 계획에도 직접 참여했다. 하이덴 발전소 부지를 방치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생산·변환·저장·연구·분배가 가능한 특별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으로 개발하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2022년 실시간 온라인 공청회를 열어 주민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고, 이후 지자체 협의와 전문가 검토를 거쳐 수정안을 마련했다.

최종적으로 “부지를 에너지 생산시설로 계속 활용한다”는 방향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하이덴 발전소부지는 앞으로 재생에너지의 생산·변환·저장·연구·분배와 관련된 거점으로 개발될 예정이며, 오는 12월부터 계획이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시, 120명 일자리 책임지고 대응

페터스하겐 브레베스 시장은 “시의 입장에서 가장 큰 고민은 발전소 폐쇄로 인한 근로자 80명과 관련 업종을 포함한 약 120명의 일자리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에 시 차원에서 책임지고 대응에 나섰고, 페터스하겐은 조기 연금, 명예퇴직금, 희망자 대상 재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전체 인원의 약 2/3는 조기 연금과 명예퇴직금을 받으며 은퇴에 들어갔고, 나머지 1/3은 지역 내 다양한 업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재교육을 받았다. 페터스하겐에는 250여 개의 다양한 중소기업이 자리 잡고 있어, 이들이 새로운 일자리 수용처로 활용됐다.

브레베스 시장은 “발전소 부지는 향후 가스발전, 연구시설, 변압 시설 등 새로운 시설로 활용될 예정이어서 추가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성공 요인은 협력과 투명성

하이덴 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한 지금, 독일 전체 재생에너지 비율은 약 50%이며 특히 페터스하겐은 풍력, 수력, 지열 등으로 약 90%의 전력을 충당하고 일부 천연가스 발전을 병행하고 있다.

브레베스 시장은 이번 계획의 성공 요인을 초기 단계부터의 협력, 투명성,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소통에서 찾았다.

페터스하겐시와 유니퍼사는 발전소 중단 논의를 시작할 때부터 긴밀히 협력했고, 모든 과정과 결정을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했다. 또한 인근 지자체와도 긴밀히 협의해 정책 수용성을 높였다.

특히 유니퍼는 발전소 운영 시기부터 지역사회와 꾸준히 소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해왔으며, 폐쇄 과정에서도 의견 수렴과 정보 공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신뢰를 확보했다.

[미니인터뷰] 브레베스 페터스하겐 시장

“석탄발전 중단, 재생에너지 계획이 먼저”

“석탄화력발전소 중단을 고민하기 전,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력 공급 계획을 먼저 세워야 합니다. 국제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외국 자원 의존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활용과 장기 발전 전략을 미리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