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매번 다른 얼굴을 내어준다. 바다는 유독 그렇다. 바람이 스치면 일렁이고, 계절이 바뀌면 색조차 달라진다. 서해의 바다는 밀물과 썰물로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서진석 작가가 사랑한 당진의 바다는 그런 ‘끝없이 달라지는 풍경’이었다. 그 풍경이 지금, 그의 화폭 위에 고스란히 번져 전시장 가득 펼쳐졌다.
당진예총이 운영하는 당진문화공감터 2층 갤러리터에 지난 2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서진석 작가의 개인전 ‘자연, 화폭에 번지다’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터’라는 이름을 붙인 뒤 처음 기획된 공모전의 결과물로, 서진석 작가가 첫 선정 작가라는 의미까지 더해졌다.
바다에서 건진 영감
서진석 작가는 공주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대학에서 대학 생활을 거쳐 당진에 정착했다. 그에게 바다는 힐링을 주는 존재였다. 날이 덥든 춥든, 가까운 왜목마을 바다에 가서 그림을 그리며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더없이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의 말처럼, 바다는 늘 곁에서 서 작가에게 영감을 불어 넣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눈길을 끄는 작품은 <섬1>과 <섬2>다. 나란히 걸린 대형 작품 두 점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표현 기법과 재료가 다르다. 한국화의 전통 기법인 발묵법(먹을 번지게 해서 자연스럽게 효과를 내는 기법)과 파묵법(순간적으로 붓을 내리쳐 먹을 칠하는 기법)을 섞어 바위의 질감을 살려냈다. 여기에 붓 대신 페인트 붓과 빗자루의 싸리를 묶어 만든 도구를 활용해 바위가 지닌 거친 생명력을 새겼다.
<섬1>에서는 서양화 재료인 젤스톤의 초록빛을 나이프로 얹어 이끼 낀 바위를 표현했고, <섬2>에서는 락카 스프레이를 사용해 겨울 바다에 내린 서리를 구현했다. 관람객은 두 작품을 비교하며 비슷하지만 다른, 그 섬세한 결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27살의 자유
대학과 대학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그림을 그리는 ‘틀’을 지켜야만 했다. 여기에 답답함을 느낀 서 작가는 졸업가 동시에 자유를 찾았다. 졸업 후 비로소 자신만의 붓질을 찾아가는 여정을 걸었고, 그 자유가 <樂遊(락유>라는 작품에 담겼다. ‘즐길 락(樂)’, ‘놀 유(遊)’의 의미처럼, 그는 바다와 섬을 놀듯이 즐기며 먹의 번짐으로 표현했다.
또 다른 대형 작품 <파도>는 완성까지 1년이 걸렸다. 작은 화면에 담기지 않던 휘몰아치는 파도를 대형 3점으로 분할해 그려냈다. 화면을 가득 채운 파도의 움직임은 마치 바람 소리와 물결의 박동까지 담아낸 것처럼 생생하다.
서진석 작가는 “작가는 작품을 걸면 그 순간부터는 관람객의 몫”이라며 “그저 작품 앞에서 1분 이상 머물러 달라”고 말했다. 그는 “한참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 무언가가 보일 수 있다”며 “그 시간을 머물며 얻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과 함께하는 클래스도 마련
한편, 이번 전시는 작품 감상만이 아닌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됐다. 문화공감터는 지난 13일과 오는 20일 ‘먹선 드로잉’ 원데이 클래스를 무료로 운영한다. 작가에게 이번 전시의 작품 설명을 듣고 난 후 함께 먹선을 그려 보는 시간이다. 미취학 아동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