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일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 소속 첫 외국인 이수자가 나왔다. 주인공은 베트남 출신의 이수정(38) 씨다.
그는 2020년 보존회 전수생으로 들어와 3년 이상 꾸준히 활동한 끝에 이수자 시험에 합격하며 문화유산 전승자의 길을 걷게 됐다.
“매일 어머니 그리웠다”
이수정 이수자는 베트남 출신으로, 본명은 ‘웬티탄 웯’이다. 그는 2008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며 한국으로 왔다. 이 이수자는 “베트남에서 한국 남자와 결혼해 잘 사는 지인의 모습을 보고, 결혼은 인생에 한 번 하는 일인 만큼 더 나은 환경에서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뒤 처음 5개월 동안은 경기도 고양에서 지냈고 이후 시아버지의 고향인 송악이주단지 근처로 이사하며 당진에 정착했다. 한국에서의 첫 1년은 매일 어머니가 보고 싶을 정도로 그리운 나날이었다.
특히 이수정 씨는 당진에서 교통 불편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버스가 50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일부 지역에서만 이용할 수 있어 이동이 쉽지 않았다고.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당진시내에 위치한 다문화센터에 다니고 싶었으나 차량이 없어 이동이 어려웠다. 게다가 임신까지 겹쳐 버스를 타면 멀미가 심했다. 결국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다가 큰아이가 세 살이 되고 둘째가 태어난 뒤에야 인근 마을회관을 다니며 한글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꽃 배우며 자신만의 일 찾아
한국에 오기 전 꿈꾸던 모습과는 달리 이수정 이수자는 약 10년간 아이들을 돌보고 살림에 집중해야 했다.
그는 아이들이 점차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만히 집에만 있을 수는 없다. 누구에게 기대기보단 내가 직접 내 삶을 만들어가야겠다”고 결심했다.이후 그는 같은 아파트에 살던 베트남 출신 이웃의 소개로 장미 농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자신만의 직업을 갖고 싶었던 그는 본격적으로 꽃농사와 꽃집 운영 일을 배웠다.

줄다리기 축제 통역으로보존회와 인연
2019년 이수정 이수자는 꽃을 통해 알게 된 고대영 당진시 학예사의 소개로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그해 열린 기지시줄다리기 축제에서 베트남 교류 행사의 통역을 맡으면서 줄다리기를 처음 접했다.
당시 줄다리기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이 이수자는 통역을 준비하면서 기지시줄다리기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줄다리기까지 공부하며 줄다리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줄다리기가 활발하지 않은 베트남 남쪽 지역에 살아 몰랐는데 북쪽 지역에서는 줄다리기가 활발하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며 “통역을 계기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줄다리기와 이를 이어가는 보존회 활동에 대단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수생으로 시작
이를 계기로 보존회와 첫 연이 닿은 이수정 이수자는 2020년 당시 보존회 사무국장의 제안으로 전수생이 됐다. 2019년 인연을 맺은 베트남 줄다리기 단체와도 지속해 연락하고 있었고 이후 통역을 담당하게 되면서 더욱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는 “통역을 맡으며 한국과 베트남이 교류하고 있다는 것에 뿌듯함과 그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할 수 있음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이수자는 통역 관련 자격증도 취득하고, 매년 교류 행사의 통역을 맡고 있다. 해마다 한국을 찾는 베트남 줄다리기 관계자들의 통역을 담당하며 당진의 곳곳을 알리고 있다.
이수정 이수자는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 전수생으로 교육을 받고 활동하면서 이수자 시험을 준비했다.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 이수자 시험은 3년 이상의 활동 기간을 거쳐 기지시줄다리기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를 갖춰야 응시할 수 있다. 올해 보존회원 중 이러한 자격을 갖춘 전수생은 이수정 이수자 혼자였고 지난달 2일 시험을 보고 12일 합격했다.
그는 “시험은 하루 동안 면담을 통한 질의로 1차 시험을 응시하고 2차로는 줄 제작과 줄틀 설치, 줄 꼬기 등의 실기가 진행된다”라며 “시험 이전에 여러 번 연습했으나 당시에 너무 떨려 어떤 순서로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수자로 합격했지만 앞으로 배워야 할 것들이 더욱 많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줄다리기 배워나갈 것”
합격 이후 이수정 이수자는 지난 14일 이수자 자격으로 처음 기지시줄다리기 활성화 사업에 참여해 기지초등학교 학생들을 교육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이 이수자는 “베트남 출신으로서 베트남과 한국이 줄다리기를 통해 교류할 때 중간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며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으니 보존회원들의 가르침대로 계속 배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진에 살고 있더라도 기지시줄다리기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다”며 “앞으로 관련 행사에 참석해 지역문화를 경험해 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이수자는
-2020년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 전수생 가입
-2025년 9월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 이수자 합격
-현 당진시 화훼연구회 회장
-현 송악로타리클럽 청소년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