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월 25 일 새벽 6 시 .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학교 앞에 도착했다 . 밤새 마음이 들떠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 동이 트기도 전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보는 순간 졸업여행의 시작을 실감할 수 있었다 . 3 학년 졸업반 , 1 반과 2 반 , 선생님들 , 스무명이 함께 떠나는 4 박 5 일의 일정 . 목적지는 중국 태항산이었다 .
1 일 차 - 인천에서 제남으로
버스는 우리를 인천국제공항으로 실어 나르더니 , 1 시간 40 분가량의 비행 끝에 중국 제남 공항에 내려놓았다 . 입국 심사를 마친 뒤 마중 나온 현지 가이드를 만나 첫인사를 나누고 , 긴 여정을 시작했다 . 목적지인 태항산까지는 버스로 약 5 시간 거리 . 창밖으로 펼쳐지는 낯선 풍경에 시선이 쏠렸지만 , 피곤함도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
중간에 들른 휴게소에서는 한국과 다른 문화가 눈에 띄었다 . 양변기 화장실 문화에 익숙한 우리는 , 중국의 좌변기 화장실은 나이 많은 우리들 대부분은 무릎이 성치 않아 불편했고 특히 화장실에 화장지가 비치되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 우리나라 화장실이 호텔이라면 , 중국의 화장실은 여인숙쯤 된다고 할까 . 작은 차이에서 오는 낯섦이 여행의 실감을 더했다 .
고량주 향기 가득한 호텔
저녁 무렵 도착한 호텔은 조금 특별했다 . 바로 고량주 술 공장에서 운영하는 호텔이었다 . 지하에는 고량주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었고 , 바로 옆에는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실제 공장이 있었다 . 박물관 안에는 50 도가 넘는 고량주가 시음용으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 목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불길이 지나가는 듯 매웠다 . 처음 맛보는 진한 향과 자극은 쉽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었다 .

2 일차 ― 대협곡과 남태항산
둘째 날은 본격적인 태항산 탐방이 시작되었다 . 먼저 찾은 곳은 보천대협곡 . 전동카와 산악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자 , 눈앞에 아찔한 절벽과 유리전망대가 펼쳐졌다 . 발아래가 훤히 보이는 투명한 바닥 위를 걷는 순간 ,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했다 .
점심에는 산채 비빔밥과 삼계탕으로 허기를 달랬다 . 이어서 천계산 운봉화랑과 남태항산 풍경구 , 팔리구 폭포를 둘러보았다 . 웅장한 절벽과 폭포가 만들어내는 장관 앞에서 자연의 힘에 압도당했다 . 저녁에는 무제한 삼겹살로 배를 채운 뒤 , 호텔로 돌아와 전신 마사지로 피로를 풀었다 . 만보계를 확인해보니 15,000 보 가까이 걸은 하루였다 .
사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걱정도 있었다 . 우리 반에는 80 세 이상 어르신 네 분이 계셨는데 , 선생님들 중에는 함께 가는 것을 만류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교장선생님께서는 “ 어쩌면 이번여행이 이분들은 생애 마지막 여행이 될 수도 있다 ” 며 결단을 내리셨다 . 학생회장으로서 나 역시 마음속으로는 걱정이 앞섰지만 , 정작 현장에서는 그분들이 누구보다 씩씩하고 활기차게 일정을 소화하셔서 오히려 우리에게 힘이 되었다 .
3 일차 ― 통천엽과 통나무 별장
셋째 날은 여행사에서 준비한 쇼핑센터를 잠시 들른 뒤 , 점심으로 닭볶음탕을 맛있게 먹었다 . 이후 통천엽에 도착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유리전망대를 구경하고 , 전동카로 내려왔다 . 이어지는 동굴 관람은 압권이었다 . LED 조명으로 장식된 동굴 안은 마치 신비로운 궁전 같아 눈길을 뗄 수 없었다 .
저녁에는 중국 요리를 맛본 뒤 , 2 시간 반을 달려 통나무 별장으로 이동했다 . 도착하기 전부터 빗줄기가 내리고 , 사방은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 가이드는 전등을 켜기 위한 카드를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 실수로 그 카드를 건드려 방 안이 암흑천지가 되고 말았다 . 교장선생님께 말씀드리기보다는 우리끼리 해결해 보기로 하고 , 불이 켜져 있는 옆방을 찾아가 그날은 네 명이 함께 한방에서 묵었다 . 의도치 않은 작은 사건 덕분에 오히려 색다른 추억이 쌓였다 .
다음 날 아침 , 마당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처음으로 알파카를 만났다 . 멀리서 보았을 땐 조형물인 줄 알았는데 , 살아 있는 동물이 다가와 깜짝 놀랐다 . 알파카는 심기가 불편하면 침을 뱉는 습성이 있다며 가이드가 주의를 줬는데 , 그 엉뚱한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

4 일차 ― 경냥호와 공중초원
넷째 날 , 우리는 경냥호에서 유람선을 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유리잔도를 걸었다 . 산허리에 붙은 듯 이어진 잔도는 아찔했지만 , 태항산의 웅대한 풍경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귀한 체험이었다 . 레일카트를 타고 내려와 점심으로 보쌈 정식을 먹은 뒤 , 오지산으로 향했다 . 이곳은 손오공이 500 년 동안 갇혀 있었다는 서유기 소설에서 전설이 전해지는 산이다 .
전동카를 타고 오르니 조선 의용군의 옛터가 나타났다 . 정율성 선생님이 활동했던 역사적인 장소를 직접 밟으니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 이어 도착한 공중초원은 산 정상에 자리한 광활한 잔디밭이었다 . 사방으로 시야가 트여 있어 그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탁 트였다 . 많은 친구들이 이곳에서 단체사진을 찍으며 졸업여행의 추억을 기록했다 .
이동하는 버스 창밖으로는 끝없이 이어진 옥수수밭이 펼쳐졌다 . 3 시간 가까이 계속된 풍경은 장관이자 의문이었다 . 밭 중간중간에 놓인 돌무더기와 그 위에 꽂힌 조화를 보고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 그것이 조상들의 무덤이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 산이 부족한 지역 특성상 밭 한가운데 무덤이 있는 모습은 우리 문화와 사뭇 달라 신기하게 다가왔다 .
5 일차 ― 다시 한국으로
마지막 날은 새벽 4 시에 기상했다 . 부지런히 짐을 챙겨 5 시에 공항으로 이동 , 비행기를 타고 10 시 40 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 공항 앞에 우리를 기다리는 버스가 반가웠고 ,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 .
맺으며
이번 졸업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 사람과 자연 , 문화의 차이를 깊이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 무엇보다도 우리 담임 남은경 선생님이 계셔서 가능했던 여행이었다 . 때로는 언니 같고 , 때로는 친구 같고 , 때로는 친정엄마 같은 마음으로 우리를 살뜰히 챙겨주신 덕분이다 .
그리고 끝까지 우리와 함께한 교장선생님 . 자식들도 부모를 모시고 해외여행을 잘 다니지 않는 요즘 ,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우리와 동행해주신 은혜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
중국 태항산에서의 4 박 5 일은 , 단순히 졸업반의 추억만이 아니라 인생에서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귀한 기록이 되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