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석 신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주석 신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며칠 전, 당진의 한 마을에서 길을 가다가 80대 어르신 댁의 담장 너머로 들려온 한마디가 오래 남는다. “와줘서 고마워요.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사람을 마주하니 든든해요.” 짧지만 울림이 깊은 이 말 속에는 ‘마을 돌봄’의 본질이 있다. 이웃이 반찬을 챙기고, 보건소 간호사가 혈압을 살피며, 얼굴을 아는 사람들이 서로를 돌보는 일상으로 자리 잡아가야 한다.

당진시의 외형이 크게 변했듯이, 마을의 온도도 분명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는 2026년 3월 27일 시행 예정인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돌봄통합지원법)이 자리한다.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 함께 살아가도록 의료·요양·사회서비스를 통합 지원하는 제도이다. 그동안 기관별·대상별로 나뉘어 있던 서비스를 하나의 ‘케어플랜’으로 묶고, 지역 돌봄거점센터를 중심으로 방문간호·식사지원·복약관리 등을 연계하게 된다. 2024년 3월 26일 돌봄통합지원법 제정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서비스 제공기관과의 정보 공유 및 연계·협력 체계의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살던 곳에서의 계속 거주(Aging in Place)와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데 의의가 있다.

이미 부천시, 전주시 등 통합돌봄 선도사업과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실시했던 일부 지자체에서는 퇴원 환자가 자택으로 복귀하기 전 머무는 ‘중간집’이나 통합돌봄센터를 운영하며 의료와 복지를 긴밀히 연결하고 있다. 불필요한 입원을 줄이고, 퇴원 후에도 지역 돌봄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인력 부족, 재정 한계, 지역 간 격차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도출되었다.

향후 5개월 내에 당진시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당진지사와 협력하여 당진형 통합돌봄 모델을 구체화해야 한다. 통합지원 기본계획에 따라 당진시는 매년 ‘통합지원 지역계획’을 ‘지역사회보장계획’과 연계하여 수립하여야 한다. ‘통합지원회의’ 운영과 ‘통합지원협의체’ 설치, 통합지원을 위한 전담 조직 설치, 의료기관과 복지기관, 방문요양·방문간호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지역 돌봄 네트워크 구축, ‘통합지원정보시스템’의 구축·운영, 전문 인력 양성과 교육거점 마련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지역의 행정, 복지, 의료가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제도는 현장에서 살아 숨 쉴 수 있다. 돌봄의 출발점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이다. 한 어르신의 말처럼, “함께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살아갈 용기가 난다”는 순간에 돌봄통합은 싹이 틀 것이다.

노인이나 심한 장애인 돌봄은 행정의 사업이 아니라, 서로 기대고 지탱하는 삶의 방식이다. 마을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손길이야말로 제도보다 오래 지속될, 진짜 복지의 시작이다. 당진의 골목길마다 그런 손길이 이어질 때, 우리는 돌봄이 제도가 아니라 문화로 자리 잡는 사회를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