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논의와 약속으로만 남았던 현대제철 종합병원 건립이 드디어 현실화된다.

현대제철이 종합병원 설립을 위해 1110억 원을 출연하기로 공식 확정하면서, 수년간 지역과 시민들의 염원이던 지역 종합의료기관이 유곡리 일원에 들어설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11월 3일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특수관계인에 대한 증여’ 공시를 내고, 영훈의료재단에 총 1110억 원(기납부금 310억 포함)을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분할 출연한다고 밝혔다.

해당 재단은 ‘선병원’으로 알려진 의료법인으로, 이번 출연금은 당진시 유곡리 부지에 들어설 종합병원 건립 자금으로 쓰인다. <본지 1541호, ‘현대제철 산재전문종합병원, 선병원 들어오나?’ 참조>

5년간 8차례 분할 출연

공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2025년 4분기부터 8회에 걸쳐 기부금을 지급할 예정이며, 총액은 회사 자산의 약 0.35% 규모에 해당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병원 설립 지원은 당진시민의 정주여건 개선과 지역 발전을 통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것”이라며 “이번 지원이 지역사회 의료 인프라 개선과 주민 건강 증진, 산업재해에 대한 신속한 의료 대응 체계 구축의 발판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6월 MOU 이후 ‘첫 공식 이행’

이번 공시는 지난 6월 27일 당진시청에서 열린 ‘종합병원 및 자립형 사립고 설립 MOU’ 이후 현대제철이 약속한 지역사회 투자 계획을 재무적으로 이행한 첫 사례다.

당시 협약은 오성환 당진시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이보룡 현대제철 부사장이 참석해 당진시의 오랜 숙원인 ‘지역 산재종합병원 설립’에 힘을 모으기로 한 자리였다.

그동안 시민들 사이에서는 “현대제철의 지원이 구두 합의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번 공시를 통해 기업의 공식 재무계획에 명시된 법적 확정 단계로 진입한 셈이다.

당진시 관계자는 “그동안 ‘말뿐인 약속’으로 여겨졌던 종합병원 설립이 현대제철의 공식 출연 공시로 구체화 된 만큼, 이제는 실행의 단계로 넘어간다”며 “부지 행정절차와 기반 시설 조성을 병행해 2029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0병상 이상 규모 검토

병원은 유곡리 일원에 약 200병상 이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조성될 전망이다. 영훈의료재단인 선병원이 직접 운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영훈의료재단은 대전 선병원, 선여의도병원, 선한빛요양병원 등을 운영 중이다.

특히 충남 서북부 지역은 그간 권역응급의료센터가 부재하고 중증 이송 환자 대부분이 천안·서산·대전 등으로 이송돼야 하는 현실이었다. 제철소와 항만, 산업단지가 밀집한 당진의 경우 산업재해 및 응급환자에 대한 신속한 의료 대응 체계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번 종합병원 건립은 이러한 지역 의료공백을 메우는 당진시 보건의료 인프라의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약속, 마침내 이행됐다”

당진시는 2012년 시 승격 이후 줄곧 “시민이 아픈 도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종합병원 유치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사업 타당성, 민간 투자 주체 부재, 토지 확보 등의 이유로 번번이 무산돼 왔다.

2019년 ‘당진의료원 설립 검토’가 폐기된 이후 민선 8기 들어서야 현대제철과의 협력이 가시화됐다. 이제 2025년부터 출연금이 실제 집행되면, 그동안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실행력 있는 협약’이 “말이 아닌 실현의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이선군 송산면 개발위원장은 “10년 넘게 시민들이 기다려온 약속이 드디어 공식 문서로 확인됐다”며 “현대제철과 시, 도가 끝까지 책임을 다해 당진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을 세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