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기획 기사 ‘기후위기 변화의 기로’는 중부일보, 낭주신문, 인천일보, 당진시대 등 일간지 와 주간지가 함께 참여한 공동 기획 취재입니다. 이 기획을 통해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 위기 상황을 짚어보고, 기후 변화로 영향을 받은 국내 및 해외의 기후위기 사례를 보도 합니다.
"어렸을 땐 여름에 계곡이나 바닷가에서 놀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죠. 그런데 지금은 여름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기후 위기가 심각해진 것 같아요."
경기도에 사는 하예은(25·여)씨는 비혼 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로 기후위기를 꼽았 다.
‘그래도 기후위기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 기는 아쉽지 않냐’는 질문을 받고도 고개를 저으며 "기후위기를 넘어서 기후 재앙이라 고까지 말한다. 숨 막히는 더위를 아이들에 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단호히 말했다.
기후위기 걱정으로 인한 비혼 선택은 비 단 하씨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섣부른 우 려’라는 주장도 있지만, 각자의 성향 및 가 치관에 따라 받아들이는 위기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 하씨와 같은 생각이 자리잡아 가게된 건 경제적인 부담 못지 않 게 기후위기도 불안한 미래의 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30대 남성 대학원생 이모 씨 또한 기후변 화를 주제로 한 뉴스를 볼 때마다 밤을 지 새우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씨는 "처음에는 기후변화를 그저 하나 의 현상이라고 인식됐지만 점점 미래 세대 의 ‘재앙’이라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고 말 했다.
그러면서 "우리 세대에 기후위기의 고리 를 끊지 못한다면 자녀를 낳는 것에 대한 부담이 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며 "일은 우 리 세대가 벌려놓고, 책임은 미래 세대가 지는 것은 상당히 무책임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기후위기 여파는 이미 우리의 삶 속에
며든지 오래다. 탄소 배출이 가속화하는 요즘 기후위기 충격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 으로 예상되면서 개인과 공공의 노력이 함께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위기가 농업과 산업 등 전방위적으 로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어 어두운 미래가 전망되면서 이제라도 ‘악화의 고리’를 끊어내 다음 세대가 짊어질 부담을 해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후위기 불안해요"…독일·캐나다보다 우울증 높다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이 심각해지면 기후우울증으로 발현할 수 있다.
기후우울증은 ‘기후위기가 불안하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아닌 과학적 근거를 기반
으로 한 합리적인 불안감으로 볼 수 있다. 1차적으로는 일상에 지장을 주는 정도이
지만, 2차적으로는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각자에게 나타나는 정도가 다르겠지만, 대표적으로는 식욕 부진, 수면 방해 등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도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공식화하기도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7월 만 19~65세 성인 2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후불안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후불안 평균 점수는 5점(가장 심각) 만점에 1.9점으로 나 타났다.
남성이 1.98점으로 여성(1.81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젊을수록 기후변화에 민감한 반응
을 보인 점이 주목할 만하다. 연령별로 20대 가 2.02점으로 가장 높았고, 30대 1.99점, 40 대 1.94점, 50대 1.77점, 60대 1.75점 순으로 나타났다.
기성세대에게도 기후변화가 사회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젊은 세대에 비 해선 비교적 약한 위기감을 보였다.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에 더욱 불안감이 상당 한 것이다.
이번 국내 조사에서 나온 기후불안 평균 점수(1.9점)는 같은 기후불안 척도(CCAS) 를 활용한 캐나다(1.66점), 독일(1.81점) 연 구에서 산출된 평균 점수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채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질병대 응연구센터장은 ‘한국인의 기후불안 수준 및 특성’ 보고서를 통해 "기후불안이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환경친화적인 행동 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라 면서도 "불안감이 심각한 수준으로 이어지 지 않도록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 기 후불안을 적절하게 관리해 병리학적 문제 로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온열질환자, 이미 작년 수준 넘었다
기온 상승은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온열질환 자는 모두 2천818명 발생했으며, 이 중 추 정 사망자는 32명이다. 이는 10년 전인 2013년 사망자(1천189명)보다 2배 넘게 증 가한 수치다.
올해의 경우 5월 20일부터 8월 25일까지 3천191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통계 산 출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지난해 수준을 훌 쩍 뛰어넘었다.
온열질환자 수뿐만 아니라 폭염 일수도 2020년(1천78명, 7.7일) 이후로 꾸준히 증 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원의 한 보건소 관계자도 "매년 온열질 환 보고 기간이 9월까지인데, 벌써 지난해 를 넘어선 상태"라며 "매년 온열질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는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군기훈련을 받다 육군 훈련병 이 열사병으로 숨지는 등 군에서도 온열질 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국군의무사령부 소속 군의관과 분당서 울대병원 연구팀이 지난 4월 국제학회지 ‘군 의학(Military Medicine)’에 발표한 한국 군의 온열질환 현황 논문에 따르면 의무부 대와 군병원에서 온열질환으로 치료를 받 은 군인은 2020년 846명, 2021년 1천28명, 2022년 1천109명 순으로 증가했다.
"하늘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계절 축제 열기도 고민
누구나 어렸을 적 수업 때 들어봤을 법한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국가’라는 공식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계절 축제를 준 비하는 지자체들도 정확한 축제 개최 시기 를 예측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강원 속초시는 올해 최초로 과거 3년 치 기후 데이터를 추출해 벚꽃 축제를 준비했 다. 데이터상으로 3월 말이 가장 적절한 축 제 시기라는 결과가 나와 3월 30~31일 축제 를 열었지만, 벚꽃은 피지 않았다.
예상보다 개화 시기가 늦어지자 속초시는 추가 예산까지 들여 울며 겨자 먹기로 4월 초 2차 축제를 추가로 개최했다.
기후변화 여파로 개화 시기 맞추기가 점 차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속초시는 벚꽃 개화 시기가 늦어지자 SNS를 통해 ‘죽을 죄를 졌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속초시 관계자는 "과거 3년 치 기후 데이 터를 뽑은 결과 개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3월 말로 축제를 잡았는데, 벚꽃이 피 지 않아 당황스러웠다"며 "내년에도 행사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속초 외에도 일부 지역 축제에선 이상기 후로 인해 ‘벚꽃 없는 벚꽃 축제’라는 웃지 못할 돌발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난 3월 말 ‘꽃빛드리 축제’를 준비했던 전북 김제시도 개최 시기를 맞추는 데 애를 먹었다. 아직 내년 꽃 축제를 열기까지 시간 이 남아 있지만, 벌써 축제 시기를 정하는데 고충이 엿보였다.
김제시 관계자는 "벚꽃 개화가 일주일 이상 늦어진 데다 우박까지 내려 준비 과정이 너무나도 힘들었다"며 "꽃이 덜 피어서 빈 부분이 없어 보이도록 따로 화분까지 구하는 등 노력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유통 분야에선 우양산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신세계인터네셔날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패션 브랜드 ‘자주(JAJU)’ 우양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7.5% 증가한 것으 로 나타났다.
기존에는 고령층을 위주로 양산 소비가 활성화돼 왔지만, 최근에는 20·30세대 소비 자를 노린 디자인형 양산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부터 양산을 사용하기 시작한 30대 여성 A씨는 "해가 갈수록 햇볕이 뜨거워져 양산을 사용하고 있다"며 "양산이 있을 때 와 없을 때 차이가 꽤 커서 무더위에 효과 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웃었다.
전문가"개인과 국가적 차원에서 함께 해결해 나가야"
이상기후가 우리의 일상에 몰고 온 여파는 기후우울증과 비혼, 온열질환 등 다양하다.
문제는 속도다. IPCC의 2023년 기후변화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2011~2020년 지구 표 면 온도는 1960년대부터 급상승하기 시작 해 1850~1900년 대비 1.1℃ 올랐다.
이산화탄소 농도 역시 300ppm 이하였던 1850년에 비해 2019년 410ppm까지 상승 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해결법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범국가적인 대응이 가장 중요 하다고 강조했다.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건학과 교수는 "기후위기는 물가와 건강, 관광, 국방 등 모든 분야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기후위기 시대를 앞두고 개인보단 국가적 차원에서 다 같이 풀어낸다는 자세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고, 대중교통을 생활화하는 등 큰 그림을 따라 하나씩 지켜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동취재팀 # 공동취재팀 - 중부일보 김종화·노경민·김유진, 태안신문 김동이 기자, 낭주신문 노경선 기자, 인천일보 김혜진 기자, 당진시대 이지혜 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