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온으로 인해 양식장의 조피볼락이 폐사해 어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고수온으로 인해 양식장의 조피볼락이 폐사해 어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충청남도 당진의 작은 어촌 마을. 새벽의 고요함이 깨지기 무섭게 이곳 어민들은 또 다른 악몽과 마주한다. 조용한 바다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엔 긴장감이 흐르고, 손에 쥔 그물은 무겁게 느껴진다. 올해 여름, 폭염과 더불어 바닷물 온도가 미친 듯이 치솟았고, 그 결과는 처참했다. 조피볼락(우럭)이 물 위로 배를 까뒤집고 둥둥 떠올랐다. 어민들이 간신히 지탱하던 생계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그날, 바다는 끓고 있었다”

송수호 씨는 당진에서 20년 넘게 양식장을 운영해 온 베테랑 어민이다. 하지만 이번 여름은 그에게 너무 가혹하다. “수온이 27도를 넘어가면서부터 불안했어요. 그런데 28도를 넘어가니 버틸 수가 있겠냐고요. 하루에 우럭이 50마리씩 죽어나가요. 그래도 나는 나은 편입니다. 도비도 쪽은 피해가 엄청나다고 들었어요.” 송 씨는 둥둥 떠 있는 우럭을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하루 피해만 30~50마리 가격으로 환산하면 30여만 원 정도다.

당진은 그나마 덜한 편이었다. 충남도청 해양산국 관계자에 따르면 충청남도 전체에서는 11만 8000 마리의 우럭이 죽었다. 특히 태안에서의 피해가 가장 컸다. 55어가가 피해를 받았으며 총 600만여 마리의 어류가 고수온에 의해 떼죽음을 당했다. 그러나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충청남도와 어업권이 비슷한 전라남도의 피해도 컸지만, 경상남도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고수온의 재앙, 경상남도를 삼키다.

경상남도는 전국 최대의 어업권을 자랑하지만, 이번 여름 그 바다를 지켜내지 못했다. 경남도청 해양수산국 관계자에 따르면 경남 내 379어가에서 무려 2억 6000만 마리의 어류가 폐사했다. 특히 통영의 피해가 가장 컸으며 어종의 종류도 조피볼락뿐만 아니라 쥐치, 송어, 넙치, 볼락 등 다양하다고 전했다. 또한. 피해액의 규모는 430억 원을 넘어섰다. 어민들은 말 그대로 생계를 잃었다. 경남 남해안의 멍게 양식장도 거의 궤멸 상태다. 피해액은 7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24년 8월 NOAA위성에서 관측한 한반도 주변해역 표면수온 온도가 고수온인 것을 알 수 있다. 제공 국립수산과학원
2024년 8월 NOAA위성에서 관측한 한반도 주변해역 표면수온 온도가 고수온인 것을 알 수 있다. 제공 국립수산과학원

기후위기, 다가오는 또 다른 재앙

해양수산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8월 31일 오후 2시, 고수온 위기 경보를 ‘심각 1단계’로 격상했다. 이는 해수부 장관이 직접 총괄하는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하게 하는 단계로, 그만큼 상황이 긴박하다는 의미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전남 함평만과 제주 연안 전역에 고수온 경보를 발령하고, 서해 남부 연안에는 고수온 주의보를 내렸다.

박승준 해양수산부 소득복지 과장은 어민들의 막막한 심경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도 대책을 노력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박승준 과장은 “기후 변화에 따른 고수온은 정부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경계하고 있다”면서 “고수온에서도 자랄 수 있는 품종 개발이나 기술을 개발해 지원하려 해도 시일이 걸리기에 당장 시급한 경영 지원이나 생계지원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고수온에 의한 피해 복구 지원은 11월에 지원되지만, 어민분들의 경영이 매우 어렵기에 민생안정차원에서 정부에서는 현재 피해집계를 진행 중이며 추석 전에 1차 복구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존을 위한 싸움, 이제 시작이다.

송 씨는 자신의 양식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린 항상 바다와 싸워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너무 힘듭니다. 고수온에 대비한 양식 기술이 필요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이 절실해요. 바다가 이렇게 죽어가면, 우리도 함께 죽는 겁니다.”

이번 고수온 사태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기후 변화로 인한 해양 환경의 악화는 이제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상수온의 경우 다른 기후위기 현상과 다르게 증가하지 않는다.

황재동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원은 “지구 온난화가 지속되면서 고수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해마다 점점 심각해지는 것은 아니다”며 “나타나는 양상은 매년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바다는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생명줄이다. 이 생명줄이 끊어지는 순간, 우리 모두가 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늘도 당진과 전국의 어민들은 생존을 위한 싸움을 이어간다. 그러나 이 싸움은 그들만의 몫이 아니다. 기후위기는 모든 인류가 함께 맞서야 할 문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바다를 지키기 위한 노력, 그것이 곧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

/공동취재팀

# 공동취재팀 - 중부일보 김종화·노경민·김유진, 태안신문 김동이 기자, 낭주신문 노경선 기자, 인천일보 김혜진 기자, 당진시대 이지혜 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