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각적 구조와 회화적 색채를 결합해 삶의 기록과 우주의 질서를 형상화한 정대현 조각가의 초대 개인전 ‘COSMOS’가 지난달 30일 순성미술관에서 마무리됐다.
홍익대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대현 조각가는 1984년 제 3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조각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일찍이 주목받았다. 이후 개인전 17회를 비롯해 국내외 초대전과 단체전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현재는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스튜디오 코스모스(studio cosmos)’에서 작품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입체와 회화 사이, ‘조각으로 그린 그림’
이번 전시에서 정 조각가는 표면 위에 유리 세라믹과 모래, 아크릴 등을 혼합해 붙여 나간 부조 형식의 조각을 선보였다. 멀리서 보면 하늘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조감도처럼 보이기도 하고 가까이 다가가면 무수한 별들이 응축된 우주의 단면처럼 읽히기도 한다. 각기 다른 작은 조각들이 불균등한 리듬 속에서 하나의 질서를 만들어내며 화면 전체는 마치 끝없이 확장되는 공간처럼 펼쳐진다.
정 조각가는 이번 작업을 두고 “입체를 캔버스에 그린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입체 조각을 하지만, 우주의 느낌을 3차원으로만 표현하기가 어려웠다”며 “그래서 화면 뒤에 공간을 만들고 모래와 유리 타일을 돌출시키는 방식으로 ‘입체로 그린 우주’를 구현했다”고 말했다.
“같은 근원을 가진 존재들의 이야기”
작품의 핵심 재료는 모래와 유리다. 모두 ‘광물’이라는 동일한 속성을 지니며 이는 조각가가 말하는 우주의 본질과도 연결된다.
그는 “우리는 광물로 이루어진 지구를 밟고 살아간다. 모래나 유리, 행성 모두 결국 같은 근원에서 온 존재들”이라며 “셀 수 없이 많은 존재들이 서로 다른 형태로 살아가는 모습을 모래와 유리라는 재료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밤하늘을 바라보며 ‘저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상상했던 기억 역시 이번 시리즈의 근간이 됐다. 정 조각가는 “우주에는 질서가 있기 때문에 폭파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갈 수 있다”며 “그 질서를 작품 속에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의 완성은 관객의 해석에서”
전시에서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모든 작품에 제목이 없다는 점이다. 정 조각가가 관람객의 자유로운 해석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조각가는 조각가의 의도로 만들었지만. 감상은 관객의 몫”이라며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편하게 보고 마음이 가는 대로 느끼면 그게 바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삶을 일기 쓰듯 눌러 새기고 싶다”
정 조각가에게 이번 ‘COSMOS’ 시리즈는 우주에 대한 상상인 동시에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작업이다.
그는 “나도 지구에서 태어나 결국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작품은 내 삶을 일기 쓰듯 눌러 새기는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내 이야기를 계속 화면 위에 점 찍듯 기록해 나가고 싶다”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 정대현 조각가는?
-홍익대 미술대학 조소과 및 동 대학원 조소과 졸업
-개인전 17회
-국내외 단체전 및 초대전 출품 다수
-제3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수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역임
-서울시립대학교 예술체육대학 학장 역임
-현)서울시립대학교 환경조소학과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