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전통시장 정비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감사청구까지 이어지며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감사청구에 대한 시의 답변은 나왔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의문과 불안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 일부 상인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일부 상인들은 “답변이 왔지만, 왜 기부채납 등의 결정이 내려졌는지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정제의 상인회 회장이자 정비사업 주식회사 대표는 “회의와 절차를 거쳐 추진한 사안으로, 결과적으로 문제없다는 판단이 나온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갑자기 재건축이 된 느낌”…상인들이 느낀 속도감

감사청구에 참여한 상인 A씨는 정비사업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의사결정의 속도와 방향을 따라가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상인 A씨는 “시장 안전 문제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고 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에도 동의했다”면서도 “언제 어떤 회의를 거쳐 재건축 쪽으로 방향이 굳어졌는지는 체감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동의서를 제출하라고 하지만, 그 동의가 어떤 범위의 권한 위임인지 명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상인 B씨 역시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회의와 설명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내용이 충분히 이해될 정도로 반복되거나 구체화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고령 상인이 많은 시장 특성상, 복잡한 사업 구조 를 짧은 설명으로 소화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정제의 대표 “D등급 공문 이후 선택지 많이 없어”

그러나 정제의 대표는 사업 추진 배경에 대해 과거에도 민간개발 논의는 있었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안전진단 결과가 나온 이후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리모델링으로 버틸 수 있다는 말도 있었지만, 이후 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이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시로부터 ‘언제까지 비워야 한다’는 취지의 공문이 오자 그냥 나갈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두 가지 선택지를 검토 했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상인들이 시 땅을 매입해 민간개발을 추진하는 방식, 다른 하 나는 기부채납 방식이었다.

민간개발의 한계…“분양가가 맞지 않아”

정 대표는 민간개발 방식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이유를 구체적인 수치로 설명했다.

공시지가 기준 땅값이 평당 800만 원 수준이었고 당시 건축비와 보상비, 기타 비용을 더하면 평당 1800만 원에 가까운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당진 시내 상가 분양 시세를 조사 해보면 평당 2000만 원도 안되는 곳이 많은데 이 가격으로는 분양이 쉽지 않다”며 “수지 분석상 상인들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 가 너무 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건설사들 역시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선뜻 나서지 않았다는 것.

“기부채납이 그나마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

결국 선택한 방식은 기부채납이었다. 정 대표는 “이 방식은 시가 토지를 제공하고 상인들이 건축해 준공 후 시에 귀속하는 구조로 전통시장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방식 역시 조건이 붙는다. 철거비, 임시시장 조성비, 영업손실 보상 등 상당한 비용을 시가 부담해야 사업성이 맞는 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이 비용만 해도 60억 원 이상 으로 알고 있다”며 “행정 지원 없이는 성립 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설계사무소 ‘미담’…입찰 아닌 수의계약

또 다른 논란이 된 미담은 건축설계사무소다. 본지가 회의 속기록을 확인한 결과 5 월 12일 설계계획설명회에서 설계사무소와의 계약 관련 언급이 있었던 사실은 확인 됐다.

다만 해당 계약은 공개 입찰이 아닌 수의 계약으로 진행됐다. 이 지점에서 일부 상인 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정제의 대표는 설계사무소 선정 배경에 대해 “예전부터 알고 있던 곳”이라고 설명 했다. 시장 정비 문제를 두고 여러 차례 자문을 구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받지 않고 무료로 조언을 해줬고, 조감도와 도면 작업도 선행해줬다는 것이다.

그는 “행정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 설계 사무소가 시장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고 일을 성실하게 한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이 정도면 계약을 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인허가 전 단계에서 공개 입찰을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일부 상인들 “불법 여부보다 설명의 시점이 문제”

상인 A씨와 B씨 모두 설계사 선정 자체를 불법이라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판단 과정과 시점이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상인 A씨는 “무료 자문을 해왔다는 설명도 계약이 체결된 뒤에야 들었다”며 “그 관계가 언제부터였는지, 왜 이 설계사였는지는 사전에 알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상인 B 역시 “회장이 일을 잘한다고 판단 할 수는 있지만 그 판단에 상인들이 어느 정도 참여했는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비용 논란과 이사회 구조 ‘10평 기준 8500만 원’이라는 숫자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 대표는 “확정 금액이 아니라 예시”라며 “전용면적 10평에 공용면적이 포함된 산식”이라고 설명했다. 공용면적을 줄이기 위해 여러 차례 설계를 수정했고, 평균적으로 공용 6.5평이 붙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기부채납 사업에 동의한 사람들이 책임을 지는 구조여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사업이 잘못 될 경우 이사들이 개인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민간 정비사업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상인들은 “설명을 들었지만, 충분히 이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체감의 간극이 크다고 전했다.

임시시장…가장 현실적인 불안

논란의 끝에는 결국 생계 문제가 남는다. 임시시장으로 옮겨 장사를 이어가야 하는 상인들은 매출 감소와 시설 부족을 가장 큰 걱정으로 꼽는다.

상인 A씨는 “공사보다 당장 장사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고, 상인 B는 “정비사업의 필요성과 별개로, 공사 기간을 버틸 수 있는 대책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은 ‘위법 여부’를 따지는 문제를 넘어, 확정되지 않은 정보를 어디까지 공유 해야 하는지, 그리고 책임 구조 속에서 상인의 통제와 참여는 어떻게 보장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감사청구에 대한 답변은 나왔지만, 설명에 대한 요구는 끝나지 않았다. 전통시장 정비는 건물 이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상인 A씨는 “제발 오성환 시장님이 물음에 답을 해주길 바란다”며 “상인들이 불안하지 않게 반드시 만나주길 호소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