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전통시장 정비사업을 둘러싸고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상인대책위와 일부 상인, 당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지난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통시장은 공동체이자 공공의 책임”이라며 현 추진 방식의 전면 중단과 공공이 책임지는 정비 방식으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당진 전통시장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상인들의 생계가 이어져 왔고 시민들의 일상이 축적된 생활공동체”라며 “전면적인 재건축이라면 신중하고 예측 가능하며 행정 책임이 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진시는 기부채납 방식을 앞세워 속도만 강조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상인의 권리와 생계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고 비판했다.

“20년 사용권 말만 반복…법적 성격 문서로 공개하라”

상인대책위는 당진시가 정비사업을 기부채납 방식으로 추진하면서 ‘신속성’과 ‘재입점 안정성’을 강조해 왔지만, 현장에서 상인들이 체감한 것은 불안과 불확실성뿐이었다고 밝혔다.

상인들은 “임시시장으로 이동하며 가게를 비운 상태에서 다시 돌아올 수 있는지, 어떤 조건으로 돌아오는지,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는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20년 사용권이라는 표현은 반복됐지만, 해당 사용권의 법적 성격과 유지 조건, 변경 가능성, 분쟁 발생 시 보호 장치에 대한 공식 문서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법인에 대한 전권 부여 속에서 행정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기부채납 방식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했다.

“구조는 설명했지만, 책임 구조는 불분명”

상인대책위는 이번 정비사업이 「전통시장법」에 따른 정비조합 방식이 아닌 ‘당진전통시장정비사업 주식회사’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당진시는 해당 구조가 내부 검토를 거쳐 결정된 합법적 방식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상인들은 “중요한 것은 구조의 합법성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최종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상인대책위는 “행정은 일정 단계까지만 책임지고 이후는 사업 주체의 몫이라는 태도를 보이지만, 상인의 현실에서는 행정과 민간사업자 간 책임 구분이 생계 위험을 줄여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동의 절차 있었지만, 실질적 선택권은 제한돼”

당진시가 설명회 개최와 상인의 임의적 동의를 근거로 사업 추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반박이 이어졌다.

상인대책위는 “철거가 진행된다는 전제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동의는 실질적인 선택권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임시시장 이동에 따른 영업 손실, 업종별 시설 부족, 추가 비용 부담 등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동의를 단순한 숫자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상인을 내보냈다면 끝까지 책임져야”

상인대책위는 이번 정비사업 과정에서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가게를 비운 것이 아니라, 행정과 사업 일정에 따라 장사를 멈추고 임시시장으로 이동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행정 판단으로 상인을 내보냈다면 그 이후 과정에 대해서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며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경우 그 피해를 상인 개인의 선택이나 민간사업자의 문제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상인대책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비사업 추진 방식 즉각 중단 및 공공형 정비사업 전환 △기부채납 방식에서 상인 사용권의 법적 성격·책임 구조·피해 구제 방안 문서 공개 △동의 절차 적정성 재검토 △임시시장 운영에 따른 영업손실 보완 대책 마련 △당진시의회의 행정 책임 점검 등을 공식 요구했다.

기자회견 뒤 경제국장 면담…“재검토 요구권 없다” 발언에 반발

기자회견 직후 상인대책위와 상인, 비상행동은 오성환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시청으로 이동했으나, 오 시장의 외부 출장으로 면담은 김종현 경제국장과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상인대책위는 기부채납 방식 철회와 공공임대 방식 전환, 정비사업 주식회사의 운영 투명성, 계약·보상 자료 공개 등을 요구했다. 또 “대표와 임원들이 상인을 무시했고 이사 선출 과정에서도 반대 입장이라는 이유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설계 과정과 관련해서도 “공개입찰을 요구했으나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며 “설계·분양·시행 과정에서 수수료가 발생하는 구조로 정비사업 측의 이익을 남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제국과 시장팀 관계자는 “안전 등급과 조치 기간 경과로 신속 추진이 필요했다”며 “위험시설물로 퇴거 공문이 발송된 상태에서 사용료를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 상인들은 이미 지난달 말로 계약이 종료된 분들로 재검토를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말해 상인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시장과 직접 만나게 해달라”…16일 재면담 예정

상인대책위는 “상인들이 체감하는 압박은 상당하다”며 “상인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달라”고 호소하는 한편 “오성환 시장과의 면담을 지난해 여름부터 요청해 왔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김종현 경제국장은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사실관계를 명확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상인대책위 측에 재건축 관련 의문과 건의 사항을 정리해 전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상인대책위와 당진시는 오는 16일 재면담을 갖고 입장을 다시 정리하기로 했으며, 오성환 시장과의 면담 여부도 이 자리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