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폐기물은 현대 사회가 외면할 수 없는 그림자다.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공장이 돌아가는 한 폐기물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그래서 우리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 산업폐기물처리장을 허가하고, 그 과정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
당진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난 산업폐기물 불법 매립 등 문제는 ‘제도는 존재하지만 책임은 부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산업폐기물처리장은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다. 환경영향평가를 거치고, 행정 절차를 통과하며, 기준을 충족했다는 이유로 지역 안에 자리 잡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운영 과정의 편의, 비용 절감, 관리의 느슨함이 겹치며 폐기물은 점점 통제 밖으로 흘러간다.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순간, 산업폐기물처리장은 공공시설이 아니라 잠재적 위험 시설이 된다.
당진시는 아신국가산업단지내 고대·부곡지구의 원광바이오텍의 산업폐기물처리장에서 아픈시행착오를 겪었다. 처리 불능인 상태로 여전히 시민의 혈세로 침출수 처리를 하고 있다. 인·허가의 주체는 환경부와 금강유역환경청이고 책임의 주체이지만, 사업주의 포기로 기부체납을 받았던 당진시는 고스란히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뒷감당을 2012년 이후 지금까지 떠안고 있다.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라 환경보전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 근거해 국가지원 요청을 하였지만 국가의 처리비 지원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고 전국 지자체의 여러 곳에서 사후관리에 국가의 지원을 바라보고만 있다.
이에 따른 본의원의 “산업폐기물 사용종료 매립장 사후관리 방안” 의정토론회개최로 정확한 사후 관리비를 산출해 사용 종료된 폐기물매립장에 적용, 적정한 사후관리 처리비용 담보금을 받아야 함을 주장하였다. 전국의 인구소멸지역에 남발하는 대기업 중심의 산업단지개발이라는 명목하에 필수 시설이라는 산업폐기물처리장이 슬며시 인허가를 받고 지역주민들의 갈등을 야기하는 행태에 당진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향후 산업폐기물 매립장은 민간 허가가 아닌 공공주도로 공공이 직접 운영·관리해야 함에는 광역과 지자체는 국민들의 공감을 확인하고 국가적인 시스템의 대안 마련이 시급함을 호소하였다.
당진시는 고대.부곡 산폐장의 사후 처리계획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신평면 신당리 성토 현장에서 드러난 불법 폐기물 매립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의 민낯을 드러낸 사회적인 과오의 단면이다. 성토라는 개발행위 뒤에 숨어 들어간 폐기물은 토양과 지하수, 농경지 오염, 악취, 침출수 등 그리고 조용했던 작은 마을에 주민들의 일상에 갈등과 장기적인 불안을 주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건이 산업단지 주변, 농촌과 도시의 경계, 각종 개발 예정지는 늘 불법 폐기물의 유혹에 노출된다. 폐기물은 눈에 띄지 않게 처리될수록 비용이 줄어들고, 단속이 느슨할수록 불법은 반복된다. 그 과정에서 행정은 종종 ‘사후 조치’에 머무르고, 주민들은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야 상황을 알게 된다. 신당리 사태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과연 우리는 산업폐기물 관리 체계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와 허가 이후의 관리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피해가 발생했을 때, 주민들은 이러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산업체 및 시설물 조성에 당연하게 업체로부터 “마을의 발전 기금”을 받아야 한다는 문제 등 이러한 질문들에 명확하게 답을 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은 세 가지다. 첫째, 허가 중심의 행정에서 관리 중심의 행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산업폐기물 문제는 환경 부서만의 업무가 아니라 도시계획, 건설, 농업, 보건 등 유기적으로 연계된 종합 행정 과제라는 점이다. 셋째, 지역 주민의 피해에는 행정이 적극적으로 보상처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넷째, 마을의 환경은 공공재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산업은 도시를 성장시키지만, 환경은 도시의 미래를 결정한다. 당진이 산업도시로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이제는 개발의 속도보다 책임의 깊이를 점검해야 한다. 신평면 신당리 불법폐기물 성토는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경고다. 이 경고를 흘려보낼 것인지, 제도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을 것인지는 당진시의 선택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