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 성인지 통계 출처
당진시 성인지 통계 출처

당진시가 지난달 29일 ‘2025년 당진시 성인지 통계’를 발표했다. 통계에 따르면 당진시 여성의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걸친 참여 수준은 결코 낮지 않다. 주요 선거에서 여성 투표율은 남성과 큰 차이가 없고 주민자치위원과 자원봉사 등 지역사회 곳곳에서 여성 참여 비율은 절반을 훌쩍 넘는다. 경제활동과 일·가정 양립제도 이용에서도 여성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그러나 통계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여성의 참여가 곧바로 대표성과 결정권, 안정적인 지위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당진시 성인지 통계는 ‘참여의 확대’와 ‘구조의 변화’ 사이에 여전히 간극이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 투표는 적극적 반면 대표성은 여전히 낮아

정치 참여의 출발점인 투표율에서 당진시 여성은 남성과 대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20대 대통령선거(2022년)와 제21대 국회의원선거(2024년)에서 여성 투표율은 남성과 큰 차이 없이 유지됐다. 연령대별로 보면 40~60대 여성의 투표 참여가 특히 안정적으로 높았고 일부 연령대에서는 여성 투표율이 남성을 앞선 선거도 있었다.

이 같은 수치를 놓고 볼 때 여성의 정치 참여 의지가 부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선거 이후 단계에서 드러난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22년) 기준 당진시 기초의회 선거를 보면 여성 후보 비율은 지역구 기준 한 자릿수에서 많아야 20% 안팎에 머물렀다. 실제 당선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후보 비율보다도 더 낮았다.

반면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양상이 달랐다. 비례대표 후보와 당선자 비율은 60%에서 많게는 100%까지 여성으로 채워졌다. 경쟁과 지역 기반이 작동하는 선거 구조에서는 여성 진입이 제한되고 제도적으로 보완된 통로를 통해서만 여성 대표성이 확보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여성 시의원 늘었지만 ‘지역구의 벽’은 그대로

당진시의회 구성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당진군 시절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여성 의원은 사실상 전무했다. 이후 여성 의원 수는 점진적으로 늘어났지만 제9대 당진시의회(2022~2026)에서도 지역구 여성 의원 비율은 20%를 밑돈다. 반면 비례대표는 꾸준히 여성으로 선출되고 있다.

같은 제도 안에서도 어떤 통로를 거치느냐에 따라 여성의 정치 진입 가능성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통계로 확인된다.

행정, 공무원 비율은 늘고 위로 갈수록 사라지는 여성

행정조직에서는 여성 인력의 양적 확대가 뚜렷하다. 2024년 기준 당진시 전체 공무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47%를 넘어섰다. 신규 채용과 근무 단계에서는 성별 격차가 상당 부분 해소된 셈이다.

그러나 직급이 올라갈수록 상황은 급변한다. 5급 이상 관리직 여성 비율은 10%대 초반에 그쳤고 4급 이상 고위직에서는 여성 공무원을 찾아보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기획·예산·인사·감사 등 핵심 보직에서도 남성 중심 인사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여성 공무원의 수는 늘었지만 정책 결정과 조직 운영의 중심으로 갈수록 여성의 비중은 급격히 낮아지는 모습이다.

사회 참여, 지역을 움직이는 여성 하지만 대표 자리는 남성

지역사회 참여 영역에서는 여성의 존재감이 더욱 뚜렷하다. 주민자치위원 여성 비율은 50%를 넘었고, 각종 위촉직 위원회에서도 여성 비율은 4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자원봉사 연인원과 실인원 모두에서 여성 비율은 60% 내외로 나타났다.

사회봉사 단체인 의용소방대, 자율방범대, 엄마순찰대 등 지역 안전과 돌봄을 책임지는 현장에서도 여성 참여는 적지 않다. 일상에서 지역사회를 실질적으로 떠받치는 역할 상당 부분을 여성이 함께 맡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대표성과 상징성이 높은 직위로 갈수록 상황은 달라진다. 주민자치위원장이 여성인 비율은 최근 5년간 7.1%에 머물렀고 읍·면·동 이장 가운데 여성 비율은 6.6%에 불과하다. 여성 이장이 한 명도 없는 읍·면도 적지 않다. 통장 여성 비율은 20%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마을 대표 직위로 갈수록 남성 중심 구조는 여전히 견고하다.

경제활동, 여성 경제활동 늘었지만 격차는 여전

경제 영역에서도 참여와 구조의 간극은 분명하다. 당진시 경제활동인구는 2014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4년 약 10만9000명까지 올랐다. 이 가운데 여성은 36.7%(약 4만 명), 남성은 63.3%(약 6만9000명)으로 성별 차이가 뚜렷하다.

2024년 기준 취업자는 10만8920명으로, 여성 4만880명, 남성 6만8040명이다. 고용률로 보면 여성은 57.8%, 남성은 82%로, 여성 고용률이 남성보다 24.2%포인트 낮았다.

연령대별로는 20~50대까지 남성 비율이 높게 나타났고 70대 이후에서야 여성 비율이 남성을 앞섰다. 생산 가능 연령대에서의 성별 격차가 구조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가정 양립제도, 제도 이용 증가 속 ‘역할 분담’은 그대로

일·가정 양립제도 이용에서도 이중적인 모습이 나타났다. 2024년 육아휴직 이용자는 1243명으로, 여성 573명(46.1%), 남성 670명(53.9%)이었다. 장기적으로는 여성 이용 비율이 줄고 남성 이용 비율이 늘어 2023년 이후에는 남성 육아휴직자가 더 많은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반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이용자는 149명으로 이 가운데 여성은 126명(84.6%), 남성은 23명(15.4%)에 그쳤다. 경력 조정과 근무시간 단축 등 실질적인 돌봄 부담은 여전히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계가 말하는 것…“참여 이후의 구조가 문제”

당진시 성인지 통계를 종합하면 하나의 공통된 흐름이 읽힌다. 투표와 참여, 현장 노동과 돌봄에서는 여성 비율이 높지만 후보·대표·고위직·안정적 고용으로 갈수록 여성 비율은 급격히 낮아진다. 이는 개인의 의지나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참여가 권한과 대표성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통계센터 연구원은 “지방정부 성인지 통계를 보면 여성 참여율과 대표성 사이의 괴리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며 “여성은 투표하고, 봉사하고, 위원으로 활동하지만 공천, 승진, 지역 대표 선출 과정에서는 여전히 남성 중심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참여를 늘리는 정책을 넘어, 인사 체계와 공천 구조, 지역 리더 선출 방식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성인지 통계는 성과가 아니라, 변화가 필요한 지점을 보여주는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