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시가 제3기 시민고충처리위원 위촉 동의안을 당진시의회에 보고하면서 위촉 대상자 2명이 모두 퇴직 공무원 출신으로 구성돼 논란이 일고 있다. 행정기관의 위법·부당한 처분을 감시하고 시민 권익을 보호해야 할 자리에 전직 공무원을 앉히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비판이다.
지난 21일 당진시의회 1월 중 의원출무일에서 감사법무담당관은 ‘제3기 당진시 시민고충처리위원 위촉 동의안’을 보고했다. 2기 임기 만료에 따라 지난해 11월 공개모집과 추천위원회 면접 심사를 거쳐 하태은 전 도로과장과 장명환 전 경제국장을 최종 추천했다는 내용이다.
공모절차의 형평성
이날 조상연 의원은 공모 절차의 형평성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조 의원은 “공개모집은 어디에 홍보했느냐”고 묻자 감사법무담당관은 “홈페이지에 올렸고 읍면동에 공문을 보냈으며 권익위원회에도 공문을 보냈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권익위원회에는 왜 공문을 보냈느냐”고 재차 물었고, 담당관은 “협조 차원이고 전문가분들을 모시고자 하는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조 의원은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별도 홍보 조치를 했느냐”고 따지자 담당관은 “따로 조치하지 않았다. 개별 시민단체에 연락하는 것은 위험성이 있고, 어느 단체는 하고 안 했느냐는 비난이 있을 수 있어 개별 접촉은 안 했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공개 모집이라고 하면서 사실상 특정 대상에게만 홍보가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천 절차 의혹, “짜고 치는 고스톱”
하태은 전 과장이 시민단체의 추천을 받았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조 의원은 “하태은 씨는 시민사회단체 추천인데 그 단체는 당진시 홈페이지 공고를 보고 추천했겠느냐”고 물었다.
담당관은 “그 절차와 추천 배경은 저희가 알 수 없는 부분이고, 4급 이상 출신이나 시민단체 추천받은 분들이 대상이 되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조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시민사회단체 전체를 대상으로 공모하지 않고 특정 단체만 추천했다는 것 자체가 절차상 문제”라며 “이건 누가 봐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도시공사 사장, 청소년재단·문화재단 대표이사 등 공고가 어떻게 됐는지 전부 조사하라고 했다.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유관 단체나 전화 한 통 안 하고 이게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 보호 기관으로 변질”
최연숙 의원은 더욱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최 의원은 “시민 편을 들어줄 고충민원담당관이 퇴직 공무원으로 임명되면 행정이 잘못해도 그들이 누구편 들어주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공무원들 보호해 주는 기관으로 변질됐다”고 꼬집었다.
당진시 시민고충처리위원회는 당진형 옴부즈만 제도로 행정기관의 위법·부당하거나 소극적인 처분 및 불합리한 행정제도로 인해 시민 권익이 침해되는 사항을 조사·처리하는 기구다. 조례에 따르면 위원은 부패방지권익위법 제33조 1항의 자격 요건에 해당하는 사람 중에서 당진시의회 동의를 받아 시장이 위촉한다. 시의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임명할 수 없다.
당진시는 제2기 시민고충처리위원(구 고충민원조정관)에 홍승선 전 여성가족과장을 임명해 공정성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번에도 공무원 출신 2명이 추천되면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조 의원은 “고충민원조정관 제도의 핵심은 외부의 시선으로 행정 내부를 비판적으로 감시하는 것”이라며 “평생 행정 조직에 몸담았던 퇴직 공무원이 과연 후배들이 하는 행정을 객관적으로 지적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고충민원조정관마저 퇴직 공무원의 노후 보장용 일자리로 전락한다면 행정의 투명성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진시의회는 2월 3일 열리는 제126회 임시회에서 이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시의회가 동의안을 부결할 경우 당진시는 재공모 절차를 거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