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8시 30분이면 당진시노인복지관 탁구장에 매일같이 들어서는 두 사람이 있다. 15년 넘게 함께 탁구를 쳐온 부부 류지환(90)·이순희(86) 씨다.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복지관 탁구장 이용자 이강윤 씨는 본지에 부부의 이야기를 전하며 “부부가 10년 넘게 같은 운동을 함께 이어가는 게 쉽지 않은데, 두 분이 탁구로 인생의 말년을 건강하게 보내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며 “이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제보했다”고 말했다.
운동을 좋아한 남편, 약방을 지킨 아내
면천면 율사리가 고향인 류지환 씨와 이순희 씨는 같은 동네에서 만나 부부가 됐다. 20대에 만난 두 사람은 결혼 후 당진 시내로 이사해 약방을 운영했고 가게를 지키는 일은 주로 아내의 몫이었다. 이순희 씨는 “하루 종일 약방을 보느라 따로 운동을 배울 여유가 없었다”며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류지환 씨는 어려서부터 몸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류 씨는 “학교 다닐 때는 친구들과 탁구를 쳤고, 청년 때는 축구를 했다”며 “30대 이후에는 테니스까지 했다”고 말했다. 운동이 일상이었던 그는 동호회 활동도 활발히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겼다.
산책길에서 만난 탁구대
부부의 일상에 탁구가 들어온 것은 우연이었다. 성격도, 하루를 보내는 방식도 달랐던 두 사람이었지만 아침 산책과 주말 등산만큼은 젊은 시절부터 함께했다.
2010년 무렵 부부가 남산을 산책하던 어느 날 산책로 한쪽에 비닐하우스를 치고 작은 탁구대를 놓아둔 간이 탁구장이 눈에 들어왔다. 한 할머니가 운영하던 공간이었다.
“한번 쳐볼까?” 하는 마음으로 두 사람은 산책길에 들러 공을 넘기기 시작했고 그것이 어느새 하루의 일과가 됐다.


복지관에서만 13년째
약 3년 동안 남산의 탁구대를 이용하던 부부는 2013년 당진시노인복지관에 탁구장이 생기면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류지환 씨는 “처음에는 오전에도 치고, 점심 먹고 또 치며 종일 탁구장에 있었다”고 말했다.
6대의 탁구대가 놓인 복지관 탁구장은 늘 사람들로 북적였고, 부부는 다른 이들과도 어울리며 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단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지금은 부부끼리만 탁구를 친다.
“지금은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한 시간 정도만 치고 있어요. 나이가 들어 다른 이와 치다 무리해 다칠까 걱정되기도 하고요.”
“탁구 치면서는 싸운 적 없어”
이전에는 운동 경험이 없었던 아내 이순희 씨에게 탁구를 가르친 사람은 남편 류지환 씨다.
류지환 씨는 “학교에 다닐 때 탁구를 배우며 쳤기 때문에 내가 탁구하는 법을 알려줬다”며 “운동에 소질이 없는 편은 아니었다. 잘한다”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운동하면 다툼이 생기기 쉽지만 두 사람은 탁구를 치며 싸운 적이 한 번도 없단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이순희 씨는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참고 넘기면 된다”고 말했고, 류지환 씨는 “아내가 참 좋은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나이 든 사람에게 탁구만 한 게 없어요”
산책길에 잠시 들러 치던 30분의 탁구는 어느새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들 인생의 활력소가 됐다. 부부는 탁구가 지금의 나이까지 건강을 지켜준 가장 큰 비결이라고 믿는다.
이순희 씨는 “나이 먹은 사람한테는 탁구가 최고인 것 같다”고 말했고, 류지환 씨는 “90이 돼도 아픈 데가 별로 없다”며 “게다가 다른 운동은 이제 힘들고, 또 아내와 같이 할 수 있는 운동은 탁구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운동을 함께 하면서 부부 사이도 더 가까워졌단다. 류지환 씨는 “함께 운동하고 같이 다니니 아무래도 사이가 더 깊어진다”고 덧붙였다.
“이제 아내를 위해 살고 싶어”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내고 싶냐는 물음에 류지환 씨는 “아내를 위해 살고 싶다”고 말했다.
“70대의 어느 날 밖에서 밥 먹고 집에 오는 길 문득 아내를 떠올리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사회 활동을 많이 하면서 아내를 많이 챙기지는 못했더라고요. 당연히 남자는 밖에서 활동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죠. 그 이후로는 ‘이제부터는 내가 당신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고 아내를 위해 살고 있어요. 앞으로도 아내와 함께 건강하게 운동하며 살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