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아 농촌 곳곳에서 농사 준비로 바쁜 손길이 이어진다. 지난 2023년 4월 2일 오전 11시경 대호지면 사성리 일원에서 발생해 54시간 동안 이어졌던 산불의 현장에도 농민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당시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인근 대전리와 조금리까지 번지며 산림 68헥타르(ha), 축구장 95개 면적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화재 발생 3년을 맞은 대호지면 사성리 현장을 찾았다. 시커멓게 그을렸던 산등성에는 고목대신 새로 식재한 어린 나무들이 앙상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현장에는 아직도 화재의 흔적과 불길에 그을린 나무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수 있었다. 분주한 손길로 농사준비에 여념이 없는 주민들은 건조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지금 다시금 화마의 기억이 살아나며 깊은 흉터가 패어 있다.

산불이 앗아간 마을의 평온과 경각심

당시 헬기 10여 대와 2000여 명의 인력이 투입돼 사투를 벌였던 화재 현장 인근 마을에서 만난 주민 남 모씨는 산불 이후 달라진 풍경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남 씨는 “예전에는 산에 고사리와 약초가 지천이라 동네 사람들이 나눠 먹기도 했는데, 불이 난 뒤로는 외지인들이 차를 끌고 와 싹쓸이해간다”며 “남은 게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외지인들의 무분별한 무단 채취는 불타버린 산을 겨우 버티고 있는 마을 주민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고 있다. 특히 건조한 봄철 산행객이나 외지인의 실수가 또 다른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마을 전체에 감돌고 있다.

복구 지연이 부른 안전 위협과 화재 위험성

가장 큰 문제는 사후 복구와 안전 관리다. 산불 피해 용지의 복구 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주민들은 실질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다. 초목이 불에 타며 황폐해진 산등성이는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우려까지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화재로 재산상의 피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다시금 일상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산불화재가 남긴 상처는 크다.

또한 사유림이라는 이유로 산 주인이 방치한 고사목들이 마을을 위협하고 있다. 주민들은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면 산에서 들려오는 ‘와장창’ 소리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불에 타 죽은 나무들이 힘없이 쓰러지는 소리다.

또 다른 주민 김 모씨는 “산 주인이 나무를 베어가지 못하게 해서 복구도 안 되고 있다”며 “나무가 쓰러져 사고라도 날까 봐 무서워 근처에 가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3년 전 산불은 꺼졌지만, 방치된 고사목은 건조한 기후와 맞물려 언제든 다시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통계로 본 당진의 화재 현황

국가화재정보시스템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6년 현재까지 당진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710건이다. 이로 인해 사망 9명, 부상 23명 등 인명피해 32명이 발생했다. 재산 피해액은 부동산 67억 3204만 8000원, 동산 90억 2241만 2000원을 합쳐 총 157억 5446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화재 유형별로 보면 건축물과 구조물 화재가 447건으로 전체의 약 63%를 차지해 가장 빈번했다. 이어 자동차와 철도차량 화재 151건, 쓰레기 화재 등 기타 화재 68건, 임야 화재 39건 순이다. 인명피해 역시 건축물 화재에서 27명이 발생해 전체 인명피해의 84% 이상이 일상적인 건축 공간에 집중돼 있다.

당진시 산불 종합대책 마련

당진시는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의 연중 대형화·동시다발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2026년 산불방지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당진시는 지난 1월 20일부터 오는 5월 15일까지 116일간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운영한다. 시는 본청 산림자원과와 각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대책본부를 설치해 산불 신고 접수, 진화 지휘, 예방 홍보 활동을 총괄한다.

감시 체계도 강화해 운영한다. 현재 당진시는 조망형 5대, 고정형 3대, 부착형 10대 등 산불무인감시카메라 18대를 운영하고 있다. 조망형은 아미산, 자모산, 삼선산, 송악산, 오룡산 5곳에 설치돼 있으며, 부착형은 대호지 사성리 통신탑과 석문면 삼봉리, 면천면 자개리, 고대면 대촌리, 고대면 난지도리 등 각 통신탑에 배치됐다.

이와 함께 산불 예방을 위해 영농부산물 파쇄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림 연접지 100m 이내 농경지와 고령층·취약층을 우선순위로 파쇄 지원하며, 파쇄 희망 농가에는 파쇄기 무상 임대와 운반 지원도 병행한다.

시 관계자는 “청명·한식(4월 5~6일) 전후 대형산불 방지를 위한 특별대책기간을 운영하고, 마을방송과 공용차량을 활용한 지역 밀착형 홍보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