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이 추진 중인 에너지 고속도로 지도 (제공= 당진환경운동연합)
한전이 추진 중인 에너지 고속도로 지도 (제공= 당진환경운동연합)

<편집자주> 당진은 대한민국 대표 에너지 생산 도시이자 국가 전력망의 핵심 거점이다. 그러나 발전소와 송전선로, 각종 기반 시설 부담은 지역이 떠안고 정작 혜택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의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으로 송전망 확대가 본격화 되면서 당진은 또다시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 이에 당진시대는 이번 기획을 통해 당진을 둘러싼 송전선로 계획의 실체와 지역사회 영향, 대안은 무엇인지 차례로 짚어본다.

수도권 반도체 산업단지와 대도시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송전망 확충 계획이 본격화되면서 충남을 비롯해 지역사회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충남을 경유하거나 직접 연결되는 초고압 송전선로 계획이 잇따르면서 과거 전국을 뒤흔든 송전탑 갈등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이를 ‘에너지 고속도로’라 부르며 국가 경쟁력을 위한 핵심 기반 시설로 설명하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전기는 수도권이 쓰고 피해와 부담은 지방이 떠안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당진시대는 이번 기획을 통해 당진을 둘러싼 송전선로 계획의 실체와 지역사회 영향, 대안은 무엇인지 차례로 짚어본다. 첫 순서는 수도권 전력공급을 위한 송전망 확충이 왜 당진 문제로 이어지는지 살펴본다.

당진 연결 포함 충남 핵심 노선 6개 추진

관련 자료에 따르면 충남을 지나거나 직접 연결되는 주요 송전망 계획은 △신계룡 변전소-북천안 변전소 △새만금-신서산 △신정읍- 신계룡 △신임실-신계룡 △군산-북천안 △청양-고덕 등 6개 노선이다.

당진은 기존 발전소와 변전시설이 집중돼 있어 국가 전력망 재편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지역으로 꼽힌다. 이중 당진이 포함된 노선은 청양에서 평택 고덕으로 이어지는 노선이다.

현재 청양-고덕 노선은 입지선정위원회 미실시 지역 경과 예상 구간으로 진행이 더뎌 지역에 알려지지 않아 이에 따라 주민설명회 또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진은 늘 국가사업 희생지였다”

당진환경운동연합 황성렬 전 의장은 이번 계획과 관련해 “당진은 발전소, 제철소, 항만, 산업단지까지 국가 기간산업 시설이 집중된 도시”라며 “지역은 오랫동안 환경 부담을 감내해 왔는데 이제는 수도권 전기 공급을 위한 송전선로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기는 수도권이 사용하고 발전소와 송전선로는 지방에 세우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며 “국가 균형발전을 말하면서 실제 정책은 수도권 집중을 더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 전 의장은 또 “당진 시민들은 발전소로 인한 미세먼지와 환경문제를 오랫동안 감내했다”며 “이제는 지역을 단순한 공급기지로 보는 관점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미면에 세워진 송전선로의 모습 (당진시대 DB)
정미면에 세워진 송전선로의 모습 (당진시대 DB)

“에너지 고속도로 아닌 수도권 특급선”

충남환경운동연합 유종준 사무국장은 정부가 내세운 ‘에너지 고속도로’ 표현에 대해 강한 문제를 제기했다.

유 사무국장은 “이름은 그럴듯하지만 결국 지방 전기를 수도권 산업단지로 보내는 장거리 송전망 확대 정책”이라며 “에너지 고속도로가 아니라 수도권 특급선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시대에는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분산형 체계로 가야 한다”며 “중앙집중식 송전망을 더 확대하는 것은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충남과 호남은 발전시설과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큰 지역인데도 산업과 일자리, 부가가치는 수도권으로 쏠리고 있다”며 “지역 자원을 수도권 성장 동력으로만 활용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양 사태 반복 우려도

전국에서는 송전선로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밀양 송전탑 사태다. 당시 주민 반발과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큰 사회적 갈등이 벌어졌다.

환경단체들은 충분한 주민 협의와 정보 공개 없이 속도전으로 추진될 경우 충남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황성렬 전 의장은 “지역 주민 의견을 듣지 않고 국가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은 과거와 다를 바 없다”며 “당진에서도 같은 방식이라면 강한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진, 통로가 아닌 주체 돼야

전문가들은 앞으로 송전망 정책이 단순히 선로 건설에 그쳐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주민 참여 절차 강화 △충분한 보상 △지역 전기요금 혜택 △재생에너지 이익 공유 △산업 분산 전략 등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종준 사무국장은 “반도체 공장이 꼭 수도권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부터 다시 볼 필요가 있다”며 “전기가 필요한 산업이 전기가 많은 지역으로 가는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전력 생산의 핵심 축인 당진. 그러나 또다시 수도권 전력을 위한 통로로만 남게 된다면 지역사회가 느끼는 박탈감과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