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적으로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과 수학여행이 위축되는 가운데 당진 지역에서도 학교 규모에 따라 운영 여부가 갈리는 모습이다. 학생 수 1000명 이하 학교 상당수는 현장체험학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규모 학교들은 학사일정에서 관련 프로그램이 빠지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당진지역 초등학교 학사일정을 보면 초락초등학교, 한정초등학교, 정미초등학교, 석문초등학교, 당진초등학교 등 비교적 학생 수가 적은 학교들은 현장체험학습을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탑동초등학교, 기지초등학교, 대덕초등학교, 수청초등학교 등 학생 수가 많은 학교들은 학사일정에 현장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이 포함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 지역 내 과밀학교일수록 대규모 이동과 안전관리 부담이 커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운동회도 사라지는 학교들
현장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과 함께 과거 학교 대표 행사였던 운동회(체육대회)도 축소되는 분위기다. 일부 학교는 전교생이 함께하는 운동회를 진행하지 않고 체육대회를 하더라도 학년별 또는 소규모 행사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학생 안전사고 우려와 통제 문제 외에도 학교 주변 지역 주민들의 소음 민원, 실내 체육활동을 선호하는 일부 학부모 요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교육 현장에서는 “운동장에 전교생이 모이는 전통적 운동회 방식은 점차 줄고 학년 단위 체육놀이 행사로 대체되는 추세”라는 설명도 나온다.
전국 사고 이후 교사 부담 급증
현장체험학습 위축의 배경에는 전국적으로 발생한 안전사고와 이후 교사 책임 논란이 자리하고 있다.
강원 지역에서는 초등학생이 현장체험학습 중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인솔 교사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처벌받으며 교육계에 큰 충격을 줬다. 또 다른 지역에서도 유아·학생 대상 체험활동 중 안전사고가 발생해 교사와 학교 관계자의 책임 문제가 불거졌다.
이후 교사 사회에서는 “수십 명의 학생을 인솔하는 상황에서 모든 돌발상황을 완벽히 통제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졌고 학교 현장에서는 체험학습 자체를 줄이거나 취소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교원단체들은 “교육활동 중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고까지 교사 개인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구조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일부 학부모단체 일각에서는 “학생 안전은 최우선이며 학교와 교사의 책임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교육과정은 학교 권한…위축된 건 사실”
이 같은 추세에 당진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은 교육지원청 권한이 아니라 각 학교 고유 권한으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한 해 교육과정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숙박형 체험학습은 학부모 80% 이상 동의가 있어야 진행 가능하며 당일형은 교사와 학교 측이 협의해 결정한다”며 “교육과정 결정 전 설문조사를 통해 학부모 의견을 먼저 수렴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국적으로 여러 안전사고가 있었고 교사들의 책임소재 문제가 커지면서 현장체험학습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교육격차 우려도
지역사회에서는 학교별 여건 차이로 인해 학생들이 누리는 교육 경험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같은 당진지역 학생이라도 어떤 학교는 수학여행과 체험학습을 경험하고 어떤 학교는 교내 프로그램만 운영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안전이 우선”이라는 의견과 “아이들의 추억과 사회성 교육 기회까지 사라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현정 기지초등학교학부모회장은 “갈 수 없는 아이들도 안타깝지만 각종 민원과 안전의 책임까지 져야하는 선생님들이 너무 안타깝다”며 “선생님을 보호해줄 수 있는 테두리가 없어 의욕이 있는 선생님도 주눅이 들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밖 체험도 교육과정 중 중요한 일부분인데 아이들에게 이제 정말 학교 안에서 공부만 해야하는 현실이 다가온 것 같아 안쓰럽고 이런 현실이 우려스럽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현장체험학습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행사의 존폐를 넘어 학교 안전관리 체계와 교사 보호 장치, 학생 교육권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에 대한 과제로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