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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의 사고이월 규모가 1년 만에 65% 급증해 28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 집행 부진이 해마다 심화되는 데도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이월이란 회계연도 내에 집행하려 했으나 사업 지연 등 불가피한 사유로 다음 연도로 넘기는 예산을 말한다. 집행 부진이 반복되면 재정 운용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시민 생활과 직결된 사업이 늦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당진시의회는 지난 4월 2일부터 21일까지 20일간 「지방자치법」 제150조와 「당진시 결산검사위원 선임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2025회계연도 결산검사를 진행했다. 결산검사위원회는 지적사항 14건, 권고사항 3건, 수범사례 2건을 확정했다.

사고이월 172억→284억

결산검사 강평 자료에 따르면 당진시 사고이월액은 2024년 172억 원에서 2025년 284억 원으로 112억 원 불어났다. 최근 5년간 세출예산 증가율이 연평균 6.7%에 그친 반면, 이월금 증가율은 연평균 15.7%에 달했다. 예산 집행 부실이 예산 증가 속도를 두 배 이상 앞질러 심화되고 있음이 수치로 확인됐다.

대규모 사고이월 사업은 항만수산과 토지보상업무 추진 정리추경 55억 원(국비), 산림자원과 자연휴양림 조성사업 26억 원(시비), 공원녹지과 지방정원 조성 18억 원, 지역경제과 전통시장 철거 및 재정비 17억 원(시비), 도로과 2024 교량 호우피해복구 14억 원 등 대규모 사업만 130억 원에 이른다.

결산검사위원회가 특히 문제 삼은 것은 전액 시비 사업들마저 사고이월 대열에 합류했다는 점이다. 자연휴양림(재해영향평가 등 행정절차 지연), 지방정원(실시설계 용역 지연), 전통시장 재정비(임시점포 조성 및 상인협의 지연) 모두 당진시 스스로 통제 가능한 영역에서 벌어진 집행 실패다. 결산검사위는 “전액 시비 사업의 경우 행정절차 및 인허가 지연, 상인협의 지연 등의 사유는 사전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2024년 호우피해복구 사업이 2025년까지 이월된 것도 심각하다. 결산검사위는 “시민 안전과 직결된 긴급성을 요하는 사업임에도 토질조사, 실시설계, 철거 절차 지연으로 착공조차 못한 채 해를 넘겼다”고 지적했다.

2년 연속 이월에도 명시이월 안 해

또한 일부 사업이 2년 연속 사고이월됐다는 점이다. 농식품유통과의 당진팜 운영지원 공공운영비는 2024년 2520만 원, 2025년 1313만 원이 연속으로 이월됐다. 이월 사유는 “입찰공고 등 2개월 소요에 따른 업무 연속성”이었다.

이월이 예상될 경우 의회 사전승인을 받는 명시이월 제도를 활용해야 하는데도 연말에 사후 처리하는 사고이월로 반복 처리했다. 명시이월은 예산 편성 단계에서 이월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의회 견제를 받는 방식인 반면, 사고이월은 사유가 발생한 뒤 연말에 사후적으로 처리된다. 결산검사위가 명시이월제도 활용을 권고한 것은, 당진시 행정이 의회의 예산 통제를 우회하는 편의적 관행에 기대고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이번 결산검사에서 <일반회계·기타특별회계> 분야위원으로 참여한 조상연 의원은 “예산을 한꺼번에 교부해 운영하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전통시장, 자연휴양림 등 여러 사업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문제”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대규모 사업의 경우 단계별 예산 투입 방식으로 바꾸고, 성과관리 지표도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불용률 50% 이상 사업 잔액은 4배 폭증

사고이월과 함께 집행잔액 문제도 수면 위로 올랐다. 1억 원 이상 집행잔액 규모가 2024년 206억 원에서 2025년 281억 원으로 75억 원(36%) 늘었다. 특히 불용률 50% 이상 사업의 집행잔액은 31억 원에서 133억 원으로 4배 넘게 폭증했다.

결산검사위는 “단순한 일시적 변동이 아니라, 기존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던 집행 부진 사업에 대한 관리·통제 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계속비 사업도 개점휴업

100억 원 이상 계속비 사업 중 공정률도 문제다. 2022년 착공한 정미면 청사 신축 및 보건지소 통합 건축은 공정률 7%에 머물렀고, 2023년 시작한 석문면 청사 신축은 공정률 0%를 기록했다. 당진시 재이용수 공급사업(3%), 시도7호선 도로확포장 공사(3%)도 착공 2~3년이 지났음에도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결산검사위는 “사업계획의 현실성 부족, 사전 준비 미흡 및 추진 관리상의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고는 나왔지만

결산검사위는 개선책으로 △공공건축물 용역비 등 시점별 예산 분리편성 △이월 예상 시 명시이월 제도 활용 △반복 발생 사업 중점관리 대상 지정 △실집행 기반 예산편성 체계 확립 △이력 기반 성과관리 및 환류체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매년 결산검사 때마다 비슷한 지적이 반복되는 가운데 사고이월이 65% 증가하며 시민의 세금 284억 원이 2025년 한 해 동안 제때 쓰이지 못한 채 묶였다.